어느덧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2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인사청문회와 추경, 그리고 정부조직 개편안 등은 야당의 반대로 진척이 없다. 이런 와중에 국민의당은 대선 과정에서 제보 조작 사건이 밝혀지면서 후폭풍이 크다. 

현재 정치 상황을 어떻게 보아야 할지 궁금해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국민통합위원장을 지난 13일 여의도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만나 정치 현안과 함께 문 대통령 첫 외교, 그리고 대북문제에 대한 의견을 들어보았다. 

▲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국민통합위원장 ⓒ 이영광 기자

다음은 김홍걸 위원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12일 새벽 이준서 국민의당 전 최고위원의 구속영장이 발부되었어요. 제보조작 사태가 터진 지 2주가 지났는데 현재까지의 상황 어떻게 보고 계세요?

“제가 예전부터 많이 지적해왔지만, 국민의당은 태생부터 민주당에서 공천 탈락의 위기에 빠진 의원들과 민주당 내에서는 대선 후보가 되기 어렵다고 판단한 안철수 전 후보가 동반 탈당해 만들어진 정당이거든요. 근본적으로 자신들이 국회의원 한 번 더 해보자거나 대통령 해보자는 게 목표였기 때문에 당 자체가 결집력과 당을 생각하는 마음보다는 자기 자신의 안위만 생각하는 정당이기 때문에 오래갈 수 없었던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죠.

또 여러 가지로 급조한 정당이기 때문에 어설프고 허술한 부분이 많았는데 결국 이번 사건에서도 보듯이 제대로 정치를 할 수 있는 정당이 아니었단 얘기죠. 백번 양보해서 지금 구속된 이준서 전 최고위원과 이유미 씨만 가담했고 나머지 사람들은 몰랐다 하더라도 몰랐다는 게 굉장히 수치스러운 일이지 자랑이 될 수 없잖아요. 수준 낮은 조작에 속았다는 얘기는 그 사람들이 한심할 정도로 무능하거나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면서도 선거 때 묻지마 식으로 폭로하고 선거 끝나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아주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다는 거죠. 이런 식의 태도라면 어떤 국민이 그 당을 신뢰할 수 있겠어요.” 

“안철수 사과 진정성 없어…특검, 공소시효 끝났는데 억지주장”

- 어제(12일) 안철수 전 후보가 16일 만에 대국민 사과를 했는데.

“안 전 후보의 사과도 전혀 진정성이 없어 보여요. 도대체 누구에게 사과하는 것인지 또 자기가 뭘 잘 못 했는지의 말도 없어요. 자기는 사태의 책임이 있는 사람인데 진짜로 이런 일의 내막을 전혀 몰랐다면 적극적으로 나와 상황을 파악하려고 노력하고 수습을 하려고 노력했어야 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죠. 오히려 숨어있었다는 얘기는 뭔가 떳떳하지 못하니 그런 것 아니겠어요?” 

- 당사자라고만 하고 문준용 씨의 실명을 말하지 않았는데 이유는 무엇으로 보세요?

“글쎄요. 당연히 피해자가 누구인지를 얘기하며 그 사람에게 미안하다고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어정쩡하게 넘어갔다는 얘기는 하기 싫은 사과를 마지못해 했다는 뜻이 되는 거죠.” 

- 국민의당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발언을 문제 삼고 있는데 추 대표의 발언은 어떻게 보세요?

“추 대표 발언이 조금 심했다 하더라도 틀린 말을 한 것도 아니고 막말이라고도 할 수 없거든요. 물론 그 사람들이 기분 나빴을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지금 그 사람들이 남에게 성을 낼 수 있는 자체가 적반하장이죠. 또 특검해서 문준용 씨와 이것을 같이 다루자고 하는데 그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 억지 주장일뿐이에요. 이미 문준용 씨 채용 문제는 10년이 지나 공소시효가 끝나 특검에서 다룰 수가 없어요. 특검은 의혹 해소해주는 곳이 아니고 형사처벌 할 것이 있을 때 특검을 하는 것인데 공소시효 지난 걸 어떻게 특검을 해요? 그 건 다 알 텐데 그런 말을 하는 건 마땅히 민주당 공격할 게 없으니까 그런 식으로 이 사건을 이용해 보려는 의도라고 봐야죠.”

▲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선후보가 1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당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문준용 씨에 대한 대선 전 제보조작 사건에 대해서 입장표명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 그럼 특검 가능성은 없다고 보세요?

“그렇죠. 일단 공소시효 지난 일이고 국민 여론도 전혀 지지하지 않아요. 한동안 억지를 쓸 수는 있겠죠.” 

- 국민의당은 제보조작이 이유미 씨 단독으로 이뤄졌다며 검증 못 한 것에 대해 사과를 했어요. 국민의당 발표대로 이유미 씨 단독 범행이라고 하더라도 검증 못 한 책임이 가벼운가에 대한 의문이 들어요. 무슨 말이냐면 대선은 후보도 중요하지만, 집권당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제보조작 하나도 검증 못 하는 당이 집권당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는 거죠.

“공명선거 추진단이라는 것이 남의 네거티브를 방어할 목적으로 만든 것인데 자기들이 터무니없는 네거티브를 한 것이거든요. 그런데 단장이 검사, 부단장도 한 명은 검사, 다른 한 명은 기자 출신인데 그렇게 유치한 조작에 속았다는 것은 속았다기보다 처음부터 이상하다는 걸 알면서도 일단 ‘선거 며칠 안 남았으니 던지고 보자. 이판사판이다. 선거 끝나고 나면 흐지부지되겠지’라는 식이었죠. 만약 그것을 철석같이 그 사람들이 믿었다면 스스로 모자란 사람이라고 선언하는 꼴이죠. 이것은 마치 국가기관에 근무하는 공무원이 어설픈 보이스피싱에 속아 나랏돈을 송금해 줬다는 얘기나 마찬가지거든요, 있을 수가 없는 얘기죠.”

- 국민의당이 자체 진상 조사를 했잖아요. 그러나 수사권도 없어서 당사자가 부인하면 그만인데 왜 했을까요?

“이 전 최고위원이 구속된 것으로 이미 이유미 씨 단독 범행이라는 조사발표는 허구였다는 것이 이미 드러났죠. 처음부터 자체조사라는 게 아무런 수사권도 없이 그냥 가서 관련자에게 구두로 물어보는 정도인데 다 자기에게 유리하게 ‘난 몰랐다’는 대답만 하죠. 그리고 자체조사라는 것 자체가 처음부터 단독 범행이었다는 결론을 내려놓고 거기에 짜 맞추는 식의 조사여서 저는 그 사람들이 굉장히 어리석은 방향으로 간다는 거죠. 차라리 조용히 석고대죄하고 근신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그나마 동정하는 국민이라도 있을 텐데 저런 식으로 하면 스스로 비난 여론만 키우는 어리석은 짓이라는 거죠.” 

- 선거 때 서로 고소 고발을 하지만 끝나면 대부분 취하를 해요. 이런 것이 문제 같아요. 이번 사건도 이런 생각에서 나온 것 같은데.

“그렇죠. 과거 선거 때 상대방 고소·고발 하는 것이 선거 끝나면 취하할 테니 뭘 달라는 식으로 거래가 이뤄져서 흐지부지 끝난 경우가 많았죠. 그 사람들이 이번에도 그런 식으로 갈 것이라고 쉽게 생각한 부분이 있겠죠. 저는 선거 때 물론 사소한 것들이야 그렇게 할 수도 있겠지만, 죄질이 나쁜 것은 절대 정치적 거래의 대상으로 삼지 말고 끝까지 추적해 진실을 가리고 범법행위를 저지른 사람들을 처벌해야만 선거 풍토가 맑아질 수 있다는 생각에서 쉽게 취하해 주는 걸 찬성하지 않습니다.” 

- 앞으로 국민의당은 어떻게 될까요?

“앞서 말씀드린 대로 국민의당이 성향이 이질적인 사람들이 섞여 있는 당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일사불란하게 행동 통일을 하기 어려울 것이에요. 다들 나만 살고 보자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에 이 당은 오래 못 가고 붕괴될 것이라고 보는 데 어느 방향으로 갈 것이라는 건 쉽게 예측하기 어려워요.”

- 정계개편 가능성에 대한 얘기가 끊이지 않는데 어떻게 보세요?

“이번에 국민의당이 너무 많은 잘못을 저질렀고 당의 이미지로 안 좋아졌기 때문에 당 대 당의 합당을 지금은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어요. 또 의원 중 일부는 저희가 도저히 받아드릴 수 없는 사람들이거든요. 그러나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 때문에 쉽게 얘기할 수는 없어요. 인위적으로 정계 개편을 하는 것은 쉬운 일도 아니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 국민의당에서는 자기들이 있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가 호남 인사를 등용하는 거지 자기들이 없으면 호남을 홀대할 것이라고 지역감정을 부추기는데.

“잘 아시지만, 지금 호남 민심은 이미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쪽으로 기울었는데 저희가 그쪽 눈치를 봐서 호남인사를 등용하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얘기죠. 설사 그렇다하더라도 국민의당이 겨우 그 정도를 자기들 당의 존재 이유로 얘기한다면 그 당은 존재 가치가 없는 당이라고 스스로 선언하는 거나 마찬가지죠.”

▲ 이언주 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 <사진제공=뉴시스>

- 이언주 의원의 막말 논란이 있어요, 위원장님은 이에 대해 “숨겨왔던 정체성을 드러낸 것”이라고 하셨잖아요.

“이 의원이 지금 단순히 말로는 문재인 대통령이나 그분을 따르는 세력과의 불화 때문에 탈당을 한 것으로 얘기해요. 민주당에 있을 때 민주당의 기본 노선 등을 그때는 따르던 분이거든요. 하지만 이제 주장하는 것을 보면 자기가 예전에 주장했던 것도 다 뒤집고 자유한국당같이 극우세력의 주장에 동조하는 그런 발언을 계속하는 걸 보면 그동안에는 소속이 민주당이었기 때문에 민주당 의원으로서 지역에서 표도 받아야 하니 민주당 노선에 따르는 척했을 뿐이고 실제 속마음은 다른 것이 아니었나 하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는 거죠.” 

“탄핵 불인정은 반헌법적‧반국가적 행위…영원히 소수정당 전락”

- 자유한국당 새 대표로 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선출됐는데 어떻게 보셨어요?

“홍 대표기 지난번에 아주 자유한국당이 침체돼 있던 상황에서 후보로 나와서 그래도 24%를 득표하니 자기들 지지층은 최소 결집 시킬 수 있는 사람이라는 판단을 해서 다시 그분을 대표로 시킨 것 같은데 자유한국당이 착각하는 건 당이 가진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고 어떻게 보면 일시적으로 통증만 완화시키는 진통제 역할밖에 할 수 없는 사람이죠. 지금 들어서서 혁신위원장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잘 못됐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서울 광장에서 열린 친박 집회에도 나가던 극우 인사를 혁신위원장으로 임명한 것을 보면 홍준표 대표가 생각하는 혁신이라는 것은 무조건 극우 강경파 노선을 가고 여기저기 눈치 안 보겠다는 생각이거든요. 그렇게 하면 소수의 열성 지지자들은 만족 시킬 수 있을지 몰라도 절대 20%를 넘기 힘든 소수 정당으로 영원히 전락할 수밖에 없는 거죠. 한마디로 지금 자유한국당에 소속된 사람들이 박 전 대통령 탄핵을 보고 아직 정신을 못 차리고 세상이 바뀌었다는 걸 받아드리지 않는 상태라는 얘기가 되는 거죠.”

- 홍 대표가 친박은 아니죠. 그럼 친 박은 끝난 건가요?

“그렇게 볼 순 없죠. 아직은 원조 친박들과 홍 대표의 사이가 안 좋은 건 사실이지만 친박의 상당수가 살아 있기 때문에 그들이 쉽게 물러나 주지 않을 것이고 이번에도 최고위원으로 친박이 2명 정도 뽑혔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홍 대표는 친박과 거리를 두고 싶은 방향으로 갈지 몰라도 쉽게 당이 친박 색체를 버릴 수는 없는 거죠. 한마디로 그 당에 소속된 장재원 의원도 그 말을 했지만 일단 박 전 대통령 탄핵을 인정 안 한다는 건 헌법을 부정하는 반헌법적 반국가적 행위기 때문에 그것을 계속 부인하는 상황에서는 자유한국당이 확장성을 가질 수 없고 소수 지지자 정당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고 봐야죠.” 

▲ (왼쪽부터) 자유한국당 류석춘 혁신위원장과 홍준표 대표.<사진제공=뉴시스>

-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과 G20 정상회의를 통해 첫 외교활동을 했잖아요. 어떻게 보셨어요?

“아직은 한미정상회담이나 G20 정상회의의 성과가 성공 여부를 단정으로 얘기하기는 이르죠.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한 문제 주도권을 우리가 갖게 된 부분은 긍정적으로 보도가 나왔고 반대로 트럼프 대통령이 막판에 예기치 않게 FTA 문제나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꺼낸 것은 악재로 보는 데 그것도 피상적인 면에서만 본 것이고 깊이 따져보면 그 반대일 수도 있거든요. 예를 들어 북한 문제에 대해서 우리가 풀어가는 주도권을 받았다고 하지만 미국 측에서 언제 갑자기 이의를 제기하고 협조를 잘 안 해줄 가능성도 있고 우리가 얘기한 북한과의 교류는 인도적인 부분만 얘기한 것이라는 식이죠. 즉 다른 얘기를 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는 거죠.

북의 핵 도발이 있을 때마다 말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안심할 수 없고 반대로 방위비 분담금이나 FTA 문제는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정치용으로 자기들 지지자들을 달래기 위해서 꺼냈을 뿐이지 구체적으로 우리를 곤란하게 만들 명분이 별로 없어요. 우리는 우리에게 협상테이블에서 까다로운 요구를 들이댈 준비도 돼 있지 않고 실제 내용을 보면 방위비 분담도 우리가 다른 나라에 비해 굉장히 많이 하고 FTA 문제도 일부는 우리에게 유리한 조항이 있을지 모르지만, 또 다른 부분은 미국에 유리한 부분도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그 문제가 실제로 다뤄져서 결론이 나려면 2년 이상 걸릴 수 있는 문제고 미국은 아직 구체적인 문제도 따질 준비도 충분히 안 됐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최악의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FTA를 파기하자고 나온다 하더라도 오히려 그것 때문에 이익을 보는 미국 업계가 있어서 그 사람들도 반발할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간단한 문제는 아니라는 거죠. 다시 말해서 FTA는 워낙 복잡한 문제라 표면적으로 보이는 것만 가지고 섣불리 판단할 수 없는 것입니다.”

- 북한이 4일 ICBM 발사로 문 대통령의 대북 대화 방침이 힘을 잃을 것이란 전망이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은 신 베를린 선언을 통해 대화 의지를 나타냈는데 이건 어떻게 보셨어요?

“이번에 대통령이 베를린에 가서 이명박‧박근혜 정권에 비해 파격적인 남북관계 개선 의지와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 우리가 주도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려는 선언을 준비하셨는데 하필 출국 직전에 대륙간 탄도탄을 쏘는 바람에 메시지가 조금 바뀐 거죠. 아무래도 도발에 대한 비판을 안 할 수는 없잖아요. 국내적으로나 국제적으로 그렇게 얘기할 수밖에 없었는데 문제는 북측이 보기에 한미 군사훈련 강화라든지 대화에 나오기 전에 조건부로 핵 문제에 대해 어떻게 할지 밝히라는 식의 조건을 건 담화가 됐기 때문에 예전에도 마찬가지지만 이번에도 조건부 대화 제의라면 북이 그것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희박해서 미리 공들여서 준비했던 베를린 담화가 빛바랜 건 매우 아쉬운 부분입니다.

사실 이번에 북핵에 대해서 불가역적이고 완벽하고 검증이 가능한 폐기를 해야 한다고 얘기를 하셨는데 원론적으로서는 맞는 얘기지만 과거 6자회담을 할 때도 그런 주장을 우리가 했다가 북측이 거기에 반발에 2년이나 회담을 무산시키는 바람에 결국은 할 수 없이 9.19 합의 때 다른 것은 빼고 ‘검증 가능한 핵 폐기’라는 말만 넣었거든요. 그런 식으로 굉장히 남북관계가 민감하고 신뢰가 서로 없는 관계라 풀어나가기 어려운 점이 많은 게 사실입니다.”

- 문재인 정부에 기대했던 것 중 하나가 남북관계 개선입니다. 그러나 아직은 진척이 없는 것 알아요.

“과거 경험을 말씀드리면 돌아가신 저희 아버지께서 70년대 초반 냉전 시대에 3단계 평화통일론이라든지 또는 주변 4대국의 한반도의 안전 보장론 그 당시 박정히 정권하에서는 잘못하면 불순분자로 몰릴 수 있는 주장을 담대하게 내놓으셨거든요. 그리고 6·15 때도 사실 북측에서 미리 회담 의제 같은 것도 협의를 안 하고 무조건 가신다고 했을 때 성과가 없으면 정치적으로 크게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위험 부담을 안고도 평양에 가셔서 결국 성공적으로 회담을 마쳤잖아요. 그때 회담에 성공했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북측이 그렇게 위험 부담을 안고도 평양에 오신 것을 보고 놀라고 한편으로는 감동해서 ‘아 이 사람은 믿어도 되겠구나. 우리 정권을 무너뜨리고 흡수통일 하려는 생각이 없는 사람이구나’라는 믿음을 줬기 때문에 대화가 제대로 될 수 있었거든요. 그러니 과거의 경험을 되살려서 뭔가 담대한 행보를 새 정권에서 보여줘야 한다는 거죠. 모두 다 만족 시키려고 하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뭔가 과감한 제안을 해서 북이 응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들어야죠. 그래야 남북 상호 간의 신뢰가 생기고 제대로 된 대화와 협상이 생길 수 있다고 보는 거죠.” 

▲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오후(현지시간) 베를린시청 Bear Hall에서 쾨르버 재단 초청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 대북 특사가 필요할까요?

“그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계속 6.15와 10·4 정신을 강조해 왔거든요. 사실 우리는 10.04선언이 있고 나서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 모든 약속을 뒤집었잖아요. 근데 그런 식으로 하면 신뢰가 쌓일 수 없는 거죠. 특사가 가서 ‘우리가 북측과 평화적으로 문제를 풀어갈 용의가 있으니 우리를 믿어도 된다. 또 너희가 말한 대로 6.15, 10·4 정신에 따라서 풀자’고 그 부분을 강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6.15니 10.4는 죽은 김정일 위원장이 직접 나서서 한 것이기 때문에 북쪽에서는 신성시되는 일이라서 북이 쉽게 거부 못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번에 북측이 우리의 베를린 구상에 대해 예상보다 강도가 약하게 비판하고 구체적인 내용까지 언급한 것은 그나마 협상의 여지가 조금은 있다는 느낌을 줍니다, 앞으로 분위기 조성을 적극적으로 해나가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