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은 1987년 당시 연세대 재학 중이었던 이한열 열사가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요구하는 시위 도중 경찰이 쏜 직격 최루탄에 맞아 쓰러진 지 30년이 되는 날이었다. 보통 30년을 한 세대로 간주, 그로부터 한 세대가 지난 것이다. 특히 지난 20차례 촛불과 대통령 탄핵 등으로 올해 6월항쟁의 의미는 어느 때보다 뜻 깊다.

이한열기념사업회에서 이한열 열사 30주기를 맞아 특별기획 전시와 문화제를 준비, 이와 함께 30주년을 맞은 6월항쟁의 의미를 되짚어 보기 위해 지난 7일 이경란 이한열 기념관장을 신촌에 위치한 기념관에서 만났다.

이 관장은 만약 이한열 열사가 지난 겨울 촛불혁명을 지켜봤다면 어떤 마음이었을 지에 대해 묻자 “30년 전 우리가 싸웠기 때문에 이젠 다른 방법으로 싸울 수 있게 되었다고 하면서 뿌듯해 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30주기 특별기획 전시와 문화제에 대해 그는 “30주기 이한열 특별 기획전에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외신기자가 찍은 공개되지 않았던 사진이 공개됐다”며 “이것이 30년 지난 오늘날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우리가 그중에서 무엇을 계승할 것인지를 보다 생각하는 자리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2017년, 30년이 지난 6월항쟁의 의미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이 관장은 “민주주의라는 것은 감시를 게을리 하면 얼마든지 후퇴하기도 한다”며 “그러나 한번 이뤄낸 성과가 쉽게 무너지지 않듯 민주주의라는 것은 차근차근, 조금씩 쉬지 않고 발전해 나가는 게 아닌가한다”고 말했다.

▲ 이경란 이한열 기념관장 ⓒ 이영광 기자

다음은 이 관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돌 하나 들지 않고 촛불의 힘으로.. 87년과 달랐다”

- 한 세대를 30년이라고 하잖아요. 어느덧 이한열 열사 30주기가 되었네요. 더욱이 올해 30주기는 ‘촛불혁명’으로 인해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 정권교체를 이룬 해라 감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요.

“보통 촛불 집회를 얘기할 때 언론에서 ‘30년 전 6월항쟁 때처럼’이란 표현을 많이 썼어요. 저는 한 세대를 지나면서 두 가지 생각이 들었어요. 하나는 우리가 여전히 촛불을 들어야 할 만큼 우리 사회가 문제가 많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30년전 엔 최루탄에 맞아 희생된 분들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돌 하나 던지지 않고 촛불만으로도 이렇게 국민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다는 같은 점과 다른 점을 느끼면서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 우리사회가 성숙해졌기 때문일까요?

“아무래도 87년 경험이 바탕이 된 것 같아요. 우리사회 여러 문제로 다시 촛불을 들 수밖에 없었던 상황으로 보면 아직 사회가 바뀌지 않은 것 같지만,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선 사람들 입장에서는 과거보다 경쾌해지고 발랄해지면서도 우리의 의사를 합법적인 범위 안에서 오랜 기간 더 단단하게 외칠 수 있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가져왔다고 생각하거든요.”

- 정권도 대응이 달랐잖아요. 만약 박근혜 정권이 전두환 정권처럼 무력진압하려고 했다면 양상이 달랐을텐데 그러진 않았잖아요.

“않았다기보다는 못했다고 봐야죠. 최루탄이 살수차로 바뀌었는데 살수차에 대해 서울시에서 소방용 물을 공급하지 않겠다고 했던 것도 있었죠. 또 시민의식 등이 훨씬 더 발전했기 때문에 경찰이 폭력적으로 대응했다면 아마 시민도 폭력적으로 대응해 무력충돌 때문에 인명 피해가 있긴 했겠지만, 훨씬 더 큰 힘으로 대항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 만약 이한열 열사가 ‘촛불혁명’을 지켜봤다면 뭐라고 했을까요?

“30년 전에 우리가 싸워서 이젠 다른 방법으로 싸울 수 있게 되었다고 하면서 뿌듯해 했을 것 같아요,”

▲ 7일 서울 연세대학교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이한열 열사 30주기 특별기획전에서 이한열 열사의 피격 전후의 상황이 담긴 미공개 사진이 전시돼 있다. '2017이 1987에게'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전시는 다음 달 8일까지 연세대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진행되며 이 열사의 최루탄 피격 전후의 모습이 담긴 컬러사진이 최초로 일반에게 공개된다. <사진제공=뉴시스>

“87년 이한열과 2017년 젊은 세대 간의 소통‧공감”

- 이한열 기념사업회에서 30주기 특별기획 전시와 문화제를 준비하는 것 같던데.

“이한열 기념사업회에서 30주기 이한열 특별 기획전과 이한열 문화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30주기 이한열 특별 기획전에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외신기자가 찍었지만 공개되지 않았던 사진이 공개됐습니다. 87년을 전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사진 등 80년대의 민중예술이지요. 그래서 80년대 대표적인 민중 민주 작가인 신학철 선생님, 박불동 선생님, 성유숙 선생님 작품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87년 이후 이한열 열사가 쓰러지는 모습과 이종창 씨가 이한열 열사를 부축하는 모습이 새롭게 해석 되면서 다른 작품으로 만들어져 나왔어요. 이한열 열사 모습을 새롭게 해석한 작품들이 전시돼 있습니다.

그리고 이한열 문화제는 사실 이한열 열사가 피격당하시고 돌아가신 것을 주제로 하기 때문에 사실 이것은 굉장히 무거운 주제예요. 하지만 30년이 지나 한 세대가 지난 지금은 이것을 무겁게 돌아가신 분을 애도하는 것으로만 기억하기보다는 이것이 30년 지난 오늘날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그중 우리가 무엇을 계승할 것인지를 생각해보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어요. 또한, 지금 20대 청년 학생들과 연결되는 문화이길 바래요. 그래서 요즘 세대 가수들의 공연과 이한열 장례 행렬을 재현하는 게 1부 행사에 있는데요. 여기에 요즘 젊은이들이 그들세대의 문제의식을 가지고 하는 플래시몹 하는 순서도 포함됐습니다.”

- 주안점은 어디에 둔 건가요?

“주안점은 ‘세대 간의 소통’이라는 걸 주제로 공연을 준비했습니다. 그래서 30주년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가 ‘2017이 1987에게’예요. 즉 주체는 1987이 아니라 현재인 2017이죠. 그래서 지금 세대가 ‘30년 전 어떤 일이 있었지? 어떤 사람들이 있었지?’라고 이야기하고 들려주고 소통하는 형태로 전시와 공연을 준비했습니다.”

- 관장님은 이한열 열사를 어떻게 아셨어요?

“열사 생전에는 개인적인 인연이 없었어요. 그런데 열사가 최루탄에 피격되어 세브란스에 누워계실 때 연세대학교 대부분의 학생들이 ‘한열이를 살려내라’는 시위에 참여했고 저도 참여했죠. 그때 저희가 한열이를 살려내라고 한 달 내내 병원에서 외쳤어요, 사고를 당하시기 전에 개인적으로 알지는 않았지만, 당시 연세대학교를 다닌 모든 분들에게 한열이는 나의 친구이자 선배이자 후배였던 거죠. 그래서 저도 지금까지는 ‘저는 한열이 1년 선배입니다’라고 얘기해요.”

▲ ‘6·10 고문살인 은폐조작규탄 및 호헌철폐 민주헌법쟁취 국민대회’를 앞두고 열린 연세대 집회에서 머리에 최루탄을 맞아 피를 흘리는 이한열. 6·10 민주항쟁의 상징이다. <사진제공=이한열기념사업회, 정태원/뉴시스>

“최루탄 피격, 나였을 수도.. 이한열의 꿈, 내 삶 속에서 이룰 것”

- 관장님에게 이한열 열사는 어떤 의미인가요?

“이한열 열사가 피격당한 그 집회에 저도 참여했었어요. 아마 그 시대를 살았던 대부분 사람들은 이한열에 대해서 어떤 부채 의식 같은 걸 가지고 있어요. 특히나 그 집회에 참여한 사람들은 한열이가 맞았을 뿐이지 사실 자기가 맞을 수도 있었거든요. 그래서 그의 죽음에 빚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죠. 때문에 그가 희생당하면서 까지 이루고자 했던 것을 나의 삶 속에서 이뤄야겠다는 생각을 하죠.”

- 연세대 동문들이 이한열 열사 기념행사를 연대 공식 행사로 치러줄 것을 요구했는데 학교 측 반응이 있나요?

“연세대 동문들이 이한열 열사 기념행사를 연대 공식 행사로 치러줄 것을 요구했죠. 학교 측에선 아직 뚜렷한 반응은 없어요. 오늘(7일) 그것을 요청했던 이한열 기념사업회 이사장님, 연세 민주 동문회 회장님, 그리고 인권재단 <사람> 박래군 소장님 등 세 분이 학교 당국자와 모임을 갖기로 했습니다.”

- 요구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연세대학교의 건학 정신, 그리고 그 이후에 학교를 이끌어 간 정신 중 한 축은 민족이고 다른 한 축은 민주입니다. 물론 앞으로 통일까지 나아갈 수도 있겠죠. 그런데 민족 연세를 상징하는 것이 윤동주 시인이라면 민주 연세를 상징하는 건 이한열 열사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연세대학교에서 학교의 건학이념이나 학교를 이끌어온 연세의 정신에 해당 되는 부분을 학교 차원에서 기리고 기념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 이한열 열사가 최루탄을 막고 쓰러진 모습을 네이션 벤이 찍었고 최근 공개되었어요. 사진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하셨어요?

“그동안은 정태원 선생님이 찍은 사진만 있었어요. 그래서 한열이가 최루탄에 맞기 직전에 구호를 외치는 모습, 그다음 최루탄에 맞아 피 흘리는 모습을 이종창 씨가 부축하는 모습 등 2개만 있었는데 그 사이 모습 두 컷이 더 보강된 거예요.

경찰이 최루탄을 쐈을 때 이한열 열사가 플래카드 뒤에 몸을 숙이고 있는 모습과 그 다음 정태원 선생님이 사진 찍기 직전에 바닥에 쓰러져 이종창 씨가 부축하려고 하는 모습이죠. 그래서 경찰은 폭력 시위를 막기 위해 최루탄을 쏜게 아니라 학생들이 평화롭게 시위를 진행하는데도 최루탄을 무차별 난사했었다는, 굉장히 안타까운 모습을 또 하나 볼 수 있게 된 거죠.”

“서로를 향해 ‘돌’과 ‘최루탄’을.. 시대의 희생자들”

- 최근 이한열 열사 동갑내기 전경의 일기가 공개됐잖아요. 그걸 보고 어떠셨어요?

“전경 분이 하신 말씀 중 기억에 남는 게 두 가지예요. 하나는 당시 전경들이 학생들을 막았던 건 그렇게 안 하면 그날 가서 엄청 두들겨 맞았고 학생들이 돌 던지고 화염병을 던질 때 자기들도 정말 죽을 것 같아 자기들도 살기 위해서 할 수 없이 막은 것이라고 얘기했어요. 사실 전경이나 학생은 똑같이 시대의 희생자들이잖아요. 젊은이들끼리 그렇게 돌을 던지고 최루탄을 쏘아 다치고 죽게 만든 권력자들이 잘못한 것이라고 얘기를 했죠.

또 하나는 당시 전경 중에서도 지금 상황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지만, 군에 입대해 전경으로 배치 받아 어쩔 수 없었던 자기 자신에 대한 힘들었던 걸 얘기하셨어요. 그분이 일기장을 보여주신 게 고마운 것은 그동안 학생들의 이야기는 다 들을 수 있었는데 전경들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없었거든요. 그런데 처음으로 전경 중에서 자신들의 입장과 처지에 대해서 말씀을 해주셔서 고맙게 생각했습니다.”

- 지난해 인터뷰에서 백남기 농민 사건에 대해 “30년 가까이 지났음에도 오히려 그때보다 후퇴했다”고 하셨잖아요. 백남기 농민 사망 이후 일련의 과정을 어떻게 보셨어요?

“이한열 열사가 병원에 누워계실 때 저희가 한 달 동안 병원을 지켰던 생각이 많이 났어요. 그때와 같은 점도 있고 다른 점도 있죠. 같은 점이라면 경찰이 유족의 의사와 상관없이 돌아가신 분에게 어떻게 할까 봐 그걸 막기 위해서 지켰다는 것이죠. 다른 점은 저희는 경찰들이 돌아가신 분의 부검을 경찰 마음대로 하지 못하고 저희가 지정한 학생대표, 교수대표, 유족 대표가 들어간 채로 부검하기 위해서 경찰이 시신을 가져가지 못하게 막았던 것이고 이번에는 유족들이 이미 사인이 충분히 밝혀질 만한 영상이 있기 때문에 부검을 원치 않는다고 유족이 말씀하심에도 불구하고 경찰들이 부검하겠다고 한 게 다르기는 하죠.”

문재인 정부의 ‘인권 경찰’ 주문.. “비정상의 정상화”

- 최근 문재인 정부가 경찰에게 인권 경찰이 먼저 되라는 주문을 했잖아요. 이 부분은 어떻게 보셨어요?

“사실 경찰이 국민의 인권을 지키는 건 당연한 전제인데 그동안 경찰들은 정권의 눈치를 보느라 국민의 인권을 억압한 면이 많았죠. 그런 점에서 이거야말로 비정상의 정상화에 속하는 지시라고 생각합니다.”

- 그러나 경찰 발표를 보면 살수차를 이름만 바꿔서 사용하겠다는 것이잖아요.

“이름을 바꾼다고 본질이 바뀌지 않죠. 시민을 억압하는 도구로 사용되죠. 더군다나 사람을 죽이기까지 했던 것은 사용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고 이한열 열사의 30주기를 하루 앞둔 8일 오전 광주 북구 망월동 민족민주열사 묘역(5·18 옛묘역)의 이한열 열사 묘소 앞에 '희망'이라는 글씨가 든 액자, 꽃 목걸이 등이 놓여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반복.. 이한열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

- 역사를 기억하지 않으면 반복된다고 하잖아요. 그럼 촛불 혁명으로 정권교체가 된 지금 이한열 열사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뭘까요?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반복된다고 하죠. 이한열 열사를 기억해야 하는 것은 그것이 이명박 정권하에서이든지 박근혜 정권하에서이든지 지금의 문재인 정권하에서이든지 그 가치는 똑같다고 생각합니다. 이한열 열사가 우리가 사는 우리 사회 문제점에 대해 외치고 고치자고 하는 과정에서 돌아가셨잖아요, 그런 분을 기억한다는 것은 우리가 그런 문제에 대해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그리고 그런 억압하는 세력에 대해 어떻게 대해야 할 것인지 또한 그렇게 희생당한 분들에 대해서 우리 공동체가 같이 기억하고 그분들의 뜻을 기리는 과정에서 더 나은 공동체와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6월항쟁은 촛불혁명의 씨앗.. “깨어있는 시민의 힘으로 지켜내야”

- 현재에서 6월항쟁의 의미는 무엇이라고 보세요?

“6월 항쟁으로 대통령 직선제가 이뤄졌고 헌법재판소도 만들어졌고 우리 사회에서 절차적인 민주주의가 시작됐다고 하는데요. 그런 절차주의적인 민주주의를 지키면서 이번에 대통령 탄핵이라는 것도 이뤄질 수 있었거든요.

민주주의라는 건 한번 잘하면 쭉 유지되어야죠. 그런데 감시를 게을리 하면 얼마든지 나빠지기도 하거든요. 하지만 한번 그렇게 이뤄낸 성과는 쉽게 없어지는 건 아닌 것 같아요. 그래서 6월 항쟁 때 우리가 이뤄낸 일이 지금 촛불 항쟁의 기초와 씨앗이 됐고 그다음 민주주의라는 것은 차근차근. 조금씩 쉬지 않고 발전해 나가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단 시민들이 항상 눈을 부릅뜨고 제대로 하고 있는지 살펴봐야죠.”

- 마지막으로 <GO발뉴스> 독자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려요.

“늘 현장에서 발로 뛰는 <GO발뉴스> 파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