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패배의 앙금 때문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어서일까. 주요 원내정당 대표급 인사들이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8주기 추도식에 집결한 가운데 유독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대표 권한대행)만 불참해 이에 대한 비판의견이 일고 있다.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엄수된 노 전 대통령 추도식에는 문재인 대통령 내외를 비롯, 정세균 국회의장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 그리고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대표 권한대행을 맡고있는 김동철, 주호영 원내대표가 참석했다.

▲ 23일 열린 자유한국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있는 정우택 원내대표. <사진제공=뉴시스>

그러나 자유한국당에서는 정 원내대표 대신, 박맹우 사무총장이 참석했다. 집권 여당은 차치하고라도, 야당 역시 당 대표급 인사들이 줄줄이 봉하를 찾는 것을 감안하면 ‘급’이 한 두단계 낮아진 셈이다. 이에 대해 정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개인 사정이 있어서 못간다”며 “이해해달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아시아경제>의 보도에 따르면 한국당 내에서는 추도식 참석여부를 두고 찬반 의견이 엇갈린 것으로 알려졌다. “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에 진보진영의 인사나 당 대표급 인사가 참석하지 않는데, 굳이 이쪽에서만 가야 하는 이유가 있느냐”는 의견이 개진됐던 것으로 알려졌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전신인 새누리당을 포함, 자유한국당 대표급 인사가 추도식에 나타나지 않는 것은 3년만의 일이다. 20대 총선 참패 직후인 지난해에는 정진석 원내대표가, 2015년에는 김무성 대표가 참석한 바 있다. 김무성 대표는 한나라당 원내대표 시절인 지난 2010년 1주기 추도식 때에도 얼굴을 내비쳤다.

정 원내대표의 불참소식을 접한 일부 네티즌들은 야유에 가까운 비판을 보냈다. 트위터 아이디 ‘MiM*****’는 “빈대 소갈딱지로 뭔 정치를”이라고 꼬집었으며 ‘ky*******’는 “국정농단 세력들 어쩔 수 없네!!!‘라고 일갈했다. ’yoo*****’는 ”그냥 싫으면 싫다고 해라“고 비판했다. ‘oom*****’는 ”마음에도 없는 추모 필요없다“고 언급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문 대통령의 4대강 사업 재감사 지시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 서거일을 앞두고 한풀이식 보복을 지시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추도식에 참여하는 대신 ‘재’를 뿌린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앞서 현 정부 출범 이전인 지난 3월 20일 비상대책회의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 조사를 보면서 노 전 대통령 일가의 뇌물수수 의혹에 대한 검찰수사가 노 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자살로 인해 모든 진상이 은폐된 사실과 노무현 정권 당시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을 지낸 문재인 전 대표의 책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한편, 정 원내대표는 지난 18일 광주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다리를 쭉 펴고 앉는가 하면,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순서에서도 침묵을 지켜 논란이 된 바 있다.

▲ 문재인 대통령과 정세균 국회의장이 1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37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유가족의 추모사를 듣던 중 눈물을 훔치고 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다리를 쭉 펴고 앉아 있다. <사진제공=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