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세월호 국민조사위원회가 광화문 광장에서 출범식을 가졌다. 이날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000일을 앞둔 집회라서 의미가 더욱 특별했다. 세월호 국민조사위는 지난해 정부가 세월호 특조위를 강제 종료시키자 민간 차원에서 진상 규명을 하는 기구다. 그러나 민간 기구기 때문에 조사권이 없어서 한계는 분명하다. 그럼에도 국민조사위가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그래서 지난 23일 국민조사위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을 참여연대 1층 커피숍에서 만나 국민조사위에 대해 들어보았다. 7일 출범식에 대해 이 처장은 “참여하셨던 시민들이 많이 관심을 가져 주셨다. 많은 분이 응원해 주셨고 그것 때문에 가족들도 상임위원으로 참여한 실무자들도 굉장히 큰 힘을 받았다”고 출범식 분위기를 전했다.

국민조사위에 대해 이 처장은 “국민조사위는 가족이 주도하고 시민이 참여해 진상규명을 위해 협력하는 민간 진상 규명기구다. 물론 이건 정부에 의해 세워진 특조위가 아니라서 조사권을 가진 건 아니지만, 특별법에 의해 만들어진 특조위가 박근혜 정부에 의해 강제로 해산된 상황에서는 민간 차원에서 진상규명을 계속해야 한다는 취지로 국민의 성원에 의해 만들어진 거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민간 기구기 때문에 생기는 한계에 대해 이 처장은 “저희가 하는 건 예전 특조위가 하던 조사활동은 아니다. 민간차원에서 이미 여러 가지 진상규명 한 것을 한데 모아 잘 정리하고 어떤 것은 확인된 사실이고 의혹인지, 쟁점은 뭐가 남아있는지 기록들을 체계화시켜서 많은 사람에게 공급하는 거다”고 말했다.

앞으로 계획에 대해서 이 처장은 “3주기를 앞두고는 국민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세월호와 관련된 여러 가지 쟁점과 확인된 사실, 그리고 아직 밝혀지지 않은 의혹을 잘 정리해서 볼 수 있도록 소책자를 준비하고 있다. 국민조사위가 지금까지 나온 조사들을 잘 모아서 3월 말까지 국민들이 보시기 좋은 책자를 낼 생각”이라고 밝혔다.

▲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 ⓒ 이영광 기자

다음은 이태호 사무처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가족 주도, 시민 참여하는 민간진상규명 기구”

- 지난 7일 세월호 국민조사위원회가 출범했어요. 2주가 지나는 데 어떤가요?

“국민조사위원회가 국민들의 많은 관심 속에 출범했습니다. 지금 저희가 초기 단계라서 상임 연구원들이 모여 사업 계획을 둘러싼 회의를 해요. 또 시민 연구원에 신청해 주신 분들과 연락을 취하면서 시민 연구원들의 인적 사항을 확인하고 있어요. 그 과정에서 첫 사업으로 헌법재판소에 세월호 7시간 또는 당일 대통령이 제대로 했는지와 관련해서 ‘국민 생명권 보호 위반으로 당일 대통령의 처신은 탄핵 사유가 된다’는 의견서를 지난주에 접수했습니다.”

- 7일 출범식 분위기는 어땠나요?

“참여하셨던 시민들이 많이 관심을 가져 주셨어요. 더욱이 1000일 집회와 같이 했잖아요. 특조위가 강제로 종료됐기 때문에 진상규명은 정부 차원에서 진행하는 건 완전히 차단된 상태죠. 하지만 누구라도 진상규명을 해야 해요. 특히 가족이 주도하고 시민이 참여해서 민간 차원의 진상규명을 계속해 나아가야 한다는 강한 동의와 격려가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많은 분이 응원해 주셨고 그것 때문에 가족들도 상임위원으로 참여한 실무자들도 굉장히 큰 힘을 받았습니다.”

- 세월호 국민조사위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국민조사위는 가족이 주도하고 시민이 참여해 진상규명을 위해 협력하는 민간 진상 규명기구입니다. 물론 이건 정부에 의해 세워진 특조위가 아니라서 조사권을 가진 건 아닙니다. 하지만 특별법에 의해 만들어진 특조위가 박근혜 정부에 의해 강제로 해산된 상황에서는 민간 차원에서 진상규명을 계속 해야 한다는 취지로 국민의 성원에 의해 만들어진 거죠.

▲ 4.16가족협의회와 4.16연대, 4.16국민조사위원회,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 회원들이 24일 오후 서울 강남구 박영수 특검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대통령, 김기춘 전 비서실장, 김장수 전 안보실장이 세월호 참사 당시 직무유기와 세월호 특조위의 진상규명 조사 활동 방해로 인해 직권남용을 했다고 주장하며 특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사진제공=뉴시스>

그래서 각계각층이 참여해서 진상규명을 후원하고, 자료를 함께 읽고 분석하고 정리하는 작업도 가족과 시민들이 함께 자원하고 참여하자는 거죠. 국민조사위만 단독으로 하는 게 아니라 국민조사위는 마당이 되어서 지금 각계각층에서 세월호의 진실을 밝히고자 계속 노력해온 분들이 협력해서 진상규명을 위해 보탬이 되는 일을 하려고 하는 거예요.”

- 예전에도 민간 조사 기구가 있었던 것 같은데.

“맞아요. 있었어요, 실제로 416연대에도 ‘국민참여진상규명위원회’가 있었고 민변에도 세월호 TF라는 게 있습니다. 이외에도 다양한 그룹이 있죠. 이전까지 특징은 천만 명이 서명해서 만든 특조위가 공식 조사기구로 있어서 협력하거나 감시하거나 이와 달리 새로운 진상규명을 하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특조위가 없어져서 중요한 상황이라고 보는 거죠.

그리고 앞으로 특별법을 개정하거나 재제정해서 2기 특조위가 출범하는 것을 준비하고 그때까지 조금 더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할 민간 조사 기구면 좋겠다는 생각이죠. 또한 민간차원의 진상규명 노력은 다양하게 따로따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가족이 중심 되어 좀 더 긴밀히 연결시키면 좋겠다는 취지인 거죠.”

“2기 특조위 선의의 감시, 자료 공급 역할도 계속할 것”

- 그럼 2기 특조위가 시작하면 국민 조사위는 끝나는 건가요?

“2기 특조위가 시작돼도 바로 없어지지는 않을 거예요. 왜냐면 우리가 경험한 건 특조위 그 자체도 그냥 놔두면 정부의 방해라든지 다른 여러 가지 제도상의 한계라든지 시민이나 가족들과 의사소통이 잘 안 되는 여러 가지 이유로 진상 규명을 충분히 못 할 수도 있다는 거였어요. 물론 2기 특조위가 만들어지면 여기서 상황이 다를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가족 중심이 된 국민조사위는 그대로 남아서 특조위와 협력과 선의의 감시도 하고 또 2기 특조위에 계속 정보와 자료를 공급해 주는 역할도 계속해야 될 것으로 봐요. 때문에 국민조사위가 2기 특조위가 만들어진다고 바로 끝내지는 않을 거예요.”

- 세월호 국민조사위는 민간단체라서 한계가 있을 것 같은데.

“그렇죠. 조사권이 없잖아요, 저희가 하는 건 예전 특조위가 하던 조사활동은 아니에요. 민간차원에서 이미 여러 가지 진상규명 한 것을 한데 모아 잘 정리하고 어떤 것은 확인된 사실이고 의혹인지, 쟁점은 뭐가 남아있는지 기록들을 체계화시켜서 많은 사람에게 공급하는 거죠.

두 번째로는 세월호 참사에 대해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는 것 같지만 이미 3년이 돼가고 언론은 방송하더라도 부분마다 하기 때문에 세월호 참사가 전체적으로 어떤 사건이었는지 잘 모르는 분들도 많아요. 관련된 교육, 홍보, 토론, 각종 콘텐츠 제작 같은 것도 해서 공론화도 같이하는 거예요. 그리고 그걸 다 정리하다가 독자적으로 진상규명 활동이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최소한의 사안에 대해서는 저희에게 조사권이 없으니 서류를 많이 보든지 아니면, 국회와 협력을 통해서 자료요청을 받는 식으로 국회의원의 조사권을 유권자로서 활용하는 등 할 수 있는 방안을 모두 동원해서 민간 기구의 한계를 넘어서려고 합니다.”

- 재정이 많이 필요할 것 같은데. 이건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가요?

“많이 들죠. 왜냐면 특조위같이 인원을 많이 두지 않고 지금 상근과 반상근 연구원까지 포함해서 6명 정도인데 앞으로 조금 드러날 거예요. 그분들 급여만 하더라도 많죠. 그리고 저희가 책을 출판하거나 자료집을 만들거나 출장을 가는 데에 돈이 들고 사무실 운영비도 있기 때문에 저희가 최소로 잡아도 매달 2천만 원 정도가 들어요. 그러면 연간 2억 4천 정도가 들겠죠. 그걸 최소로 생각하고 있어서 시민들의 많은 후원이 필요합니다. 저희는 일단 1년 활동하고 경우에 따라 1년을 연장할 수 있어요. 그래서 뜻이 있는 분들이 많이 참여해 주시고 후원도 해 주시기 바랍니다.”

- 어떻게 참여할 수 있나요?

“우선, 후원해주실 수 있습니다. www.416truth.org에 가시면 후원계좌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둘째, 시민연구원으로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시민연구원은 진상규명을 위해 자원활동을 하시거나 조사 작업을 함께 해 주실 분들입니다. 역시 웹사이트에서 신청하실 수 있어요. 그리고 국민조사위 운영에 관심을 가지고 국민조사위와 더불어 지역사회와 일상현장에서 진상규명 운동을 하시고자 하는 분은 시민위원으로 함께 하실 수 있습니다. 웹사이트를 통해 저희에게 메일을 보내주시면 매 분기 전체 위원회의에서 논의해 위촉 드립니다.”

“여러 쟁점, 확인된 사실, 남은 의혹들 정리한 소책자 준비 중”

-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세월호 7시간 시간의 미스터리가 조금씩 풀리는데 어떻게 보셨어요?

“예전엔 7시간뿐만 아니라 당일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직무수행을 잘했냐는 질문을 던지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불온하게 여겼어요. 특조위가 강제 해산된 건 이것을 대통령 7시간을 직무의 적정성을 조사할 수 있다고 했더니 강제 해산 시킨 거잖아요. 또 그거 때문에 예산과 인력을 제대로 안 주고 그 전에는 특별법도 반대했죠.

▲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표결이 진행된 지난해 12월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탄핵안이 234표로 가결되자 방청석에 있던 세월호 유가족들이 사고로 희생된 고인들의 사진을 펼쳐보이며 구호를 외치자 방호원이 프랜카드를 빼앗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지금 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7시간과 관련해서 대통령의 직무유기나 직권남용, 그리고 국민 생명권 침해에 대해 조사하거나 탄핵 심판을 받게 된 것은 너무 다행스러운 일이죠. 지금까지 대통령이 스스로 뭘 했는지 밝히지 않은 거죠. 사람들은 이것에 관심이 높아졌고 이것을 밝혀야 할 당위성이나 공감대도 엄청 커졌는데 청와대와 직무정지 된 대통령은 여전히 아무런 합리적인 이유 없이 거부하고 있죠.”

- 특조위 강제 해산이 대통령의 7시간 때문이라고 하셨는데 그것이 아니라면 정상종료 되게 했을까요? 그것과 상관없이 강제 종료되었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보세요?

“다른 많은 이유가 있겠지요. 우리는 침몰 원인도 왜 그렇게 일제히 구조체계가 작동하지 않았는지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진상규명이 필요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특조위에 대한 직접적인 핍박은 특조위가 참사 당일 대통령 직무수행의 적정성을 조사한다고 하니까 특조위에 대한 직접적인 탄압이 본격화된 것을 말씀드린 겁니다. 7시간 논란은 진상규명에 성역이 있을 수 있냐 없냐와 관련된 하나의 상징이라고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9일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000일이었잖아요. 어떻게 보내셨어요?

“오전엔 국민조사위 사무실에 가서 회의했고 저녁엔 안산에서 열린 추모 문화제에 가서 가족들과 함께 공연을 관람하고 식사했어요.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가족들에게 1000일은 괴로울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이분들이 결코 지치지 않는 투지를 가지고 있지만 1000일동안 아무것도 진행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가슴이 무겁겠어요? 그리고 1000일 동안 길바닥 노숙도 하고 단식도 하고 말할 수 없이 고생했는데 진실이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고 생각했으면 굉장히 힘들었겠지요. 근데 다행히 요 몇 달을 거치면서 1000일을 앞으로 나아질 수 있겠다는 기대를 가지고 맞이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가족들은 함께 추모하면서도 힘을 받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 세월호 참사 1000일인 9일 오후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에 세워진 세월호 조형물 뒷편으로 세월호 미수습자의 사진이 보이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 세월호 국민조사위의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가요?

“저희가 헌재에 의견서를 내면서 하나 약속한 게 있어요. 조속한 시일 내에 하겠다는 게 뭐냐면 헌법 관련된 의견서만 내지는 않을 거고 저희는 박 대통령을 형사고발도 해서 헌재뿐만 아니라 특검에서도 조사받게 하겠다는 게 생각이고 그건 조만간 실행하게 될 거예요.

그리고 3주기를 앞두고는 국민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세월호와 관련된 여러 가지 쟁점과 확인된 사실, 그리고 아직 밝혀지지 않은 의혹을 잘 정리해서 볼 수 있도록 소책자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국민조사위가 지금까지 나온 조사들을 잘 모아서 3월 말까지 국민들이 보시기 좋은 책자를 낼 생각입니다.”

- 마지막으로 <GO발뉴스>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늘 현장에서 만나왔고 특히 416과 관련해서는 가족들이 가장 절박하고 협력할 친구가 필요한 순간 같이한 언론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래서 가족들도 초기부터 많이 의존했던 미디어라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 많이 진전된 것 같지만, 진상규명의 길은 이제 시작이에요. 그리고 탄압받을 때보다 풀리는 것 같을 때 더 어려울 수도 있어요. 그리고 저희에게 도움을 줄 것 같은 사람이 제대로 도움을 안 줄 때 실망이 더 클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굉장히 어렵고 긴 길에 저희와 같이 가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