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총지휘하고 주도한 혐의 등을 받고 있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1일 구속됐다.

성창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들의 구속 사유에 대해 “범죄사실이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김기춘 전(왼쪽)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20일 오전 서울 강남구 박영수 특별검사팀에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자동차를 타고 가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김기춘 전 실장과 조윤선 장관 구속 소식에 야당은 일제히 환영 의사를 밝히는 동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특검에 당부했다.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구속영장은 유신잔재 청산의 시작일 뿐”이라며 “특검은 수사에 속도를 붙여 ‘박근혜-김기춘-조윤선’의 연결고리를 확실히 밝혀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속속 드러나는 증거들은 박 대통령이 주동자였음을 가리키고 있다”며 “이것만으로도 이미 탄핵 사유다. 특검의 분발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의당 김경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김기춘과 조윤선은 본인이 저질러 왔던 죗값을 이제부터 치르게 될 것”이라며 “특검은 마부작침(磨斧作針)의 각오로 이 둘을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대변인은 또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관련된 지난 청문회에서의 위증과 증거인멸은 물론 이들의 헌정 파괴, 국정농단 혐의에 대해서도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정의당 한창민 대변인은 “많이 늦었지만 이제라도 구속영장이 발부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럽다”면서 “다만 이재용 부회장의 영장기각을 생각하면 일관되지 못한 법원의 판단은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검수사와 헌재 심리로 헌정유린 사태의 실체는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면서 “그림자 뒤의 실체는 이재용과 박근혜다. 정경유착과 헌정유린의 양축인 삼성 이재용 부회장과 박근혜 대통령의 구속수사가 적폐청산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향후 특검은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 또는 관여 여부를 규명하는데 화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특검은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의 구속영장에 ‘블랙리스트’가 박 대통령의 지시로 작성‧관리 됐다는 점을 적시했다.

특검은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직후 ‘좌파 성향’의 문화예술계 관리 방안을 검토, 지시한 것으로 보고 두 사람을 상대로 정확한 경위를 조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