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었다. 애초 야3당은 2일 본회의에서 처리하려고 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3차 담회에 새누리당 비박계가 돌아서 가결이 불투명해지자 국민의당은 탄핵소추안 상정이 목표가 아니라 가결이 목표라며 일주일 연기를 주장했다. 이에 격분한 국민은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 등에게 항의 문자를 보냈고 주말엔 232만명이 광장에 나와 촛불을 들었다.

이에 민심의 무서움을 깨달은 국민의당은 물론 새누리당 비박계까지 탄핵 찬성으로 입장을 정리해 234표라는 찬성이 나왔다. 탄핵 막후의 이야기를 듣고자 지난 14일 추혜선 정의당 의원을 만나 의원회관에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 추혜선 정의당 의원 ⓒ 추혜선 의원실 제공

추 의원은 탄핵 소추안 가결에 대해 “본회의 들어가기 전 국회에 오신 분들과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광주의 한, 세월호 유가족, 정권의 언론장악으로 해직된 언론인들이 생각나 눈물을 많이 흘렸다”고 본회의 시작 전 분위기를 전했다.

정의당이 박 대통령의 퇴진을 맨 처음 주장했다. 원내정당으로서 대통령의 퇴진을 주장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있었을 것이다. 이에 추 의원은 “대통령 탄핵은 단순한 감정으로 접근할 문제는 아니다. 국민 전체의 상처로 작용하는 부분들을 어떻게 원내 정당으로서 책임 있게 다가갈 것인지 고민은 많았다.”면서도 “이건 명확하게 국정 유린과 국정농단의 당사자가 대통령 본인이었고 검찰 조사에서도 공범임이 입증됐다. 그럼 합법적 절차 내에서 헌정 유린에 대한 부분들을 제대로 하려면 국회가 탄핵 절차를 밟는 거다.”고 설명했다.

추 의원이 국회에 들어간지 어느덧 7개월이 흘렀다. 어떻게 보냈을까? 이에 추 의원은 “7개월 동안 대통령 탄핵 소추안까지 의결했으니. 어마어마한 일들이 있었다. 우여곡절을 너무 많이 겪었고 그런 부분이 사실상 단단한 의정활동을 할 수 있는 준비의 시간이 닫혀버린 아쉬운 시간이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야 3당은 이번 국회에서 공영방송 지배 구조 개선 법안을 내놓았다. 이에 조선일보는 야당의 언론 길들이기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에 추 의원은 “야당이 방송 길들이려고 한다는 헤드라인만 보면 멋진 말이다”면서도 “하지만 방송을 길들이려고 하는 것이 아니고, 그동안 정부에 길들여있는 방송의 문제를 제대로 짚어내고 원인 구명해서 그것을 해소하려는 것인데 본말을 전도해서 헤드라인을 뽑는 걸 보고 조선일보는 아직도 버릇을 못 고쳤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비판했다.

다음은 추혜선 정의당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국회앞 시민들과 만장…‘임을 위한 행진곡’ 함께 부르며 눈물 흘려”

- 지난 9일 박 대통령의 탄핵 소추안이 국회에서 예상외의 찬성으로 가결되었어요.

“초선의원으로서 탄핵 소추안을 의결하러, 본회의장에 들어갔을 때 만감이 교차했어요. 탄핵소추 의결 전에 국민이 국회 앞에 많이 와 계셨어요. 광주에서 국회를 둘러싸려고 만장을 가지고 오셨잖아요. 그 만장에 둘러싸여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데, 광주에 제 부모님이 계셔서 광주의 한이 생각이 나고, 세월호 가족들이 2년 반이 넘는 시간 동안 거리에서 보낸 잔인한 시간도 생각나고 특히 해직되어서 아픈 시간을 보내다가 이용마 기자 같은 경우에는 병을 얻었잖아요. 그 사람들이 다 생각이 나서 마음이 무겁고 눈물이 많이 나오더라고요.”

- 예상외의 찬성표가 나왔는데 느낌이 있었나요?

“가결은 예상했지만, 제가 예상한 것보다 조금 더 많았어요. 6차 촛불집회 이후 민심이 새누리당을 겨냥하고 있었고, 친박에서도 이탈표가 많이 나온 것이잖아요. 민심을 두려워 한 부분이 그대로 반영되었다고 생각돼요.”

▲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표결일인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이 노란 만장으로 둘러싸여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 원내정당에서는 정의당이 처음 박 대통령 퇴진을 주장했어요. 물론 시민단체와 국민은 게이트 초기부터 박 대통령 퇴진을 요구했습니다만 원내정당으로서 박 대통령 퇴진 주장에 대한 고민도 있었을 듯싶어요.

“대통령을 탄핵한다는 것은 단순한 감정으로 접근할 문제는 아니죠. 굉장히 엄중하고, 국민 전체의 상처로 작용하기 때문에, 이런 부분들을 어떻게 원내 정당으로서 책임 있게 다가갈 것인지 고민은 많았어요.

그러나 이건 명확하게 국정 유린과 국정농단의 당사자가 대통령 본인이었고 검찰 조사에서도 공범임이 입증됐잖아요. 그럼 국회가 할 수 있는 건 합법적 절차 내에서 헌정 유린에 대한 부분들을 제대로 하려면 국회가 할 수 있는 건 탄핵 절차를 밟는 거죠. 그게 민심과 싱크로율이 100%였고 그런 의미에서 정의당은 처음부터 좌고우면하지 않고 일관되게 갈 수 있었죠.”

- 탄핵 직후 박 대통령이 국무위원 간담회에서 “피눈물이 난다는 게 무슨 말인가 했는데, 이제 어떤 말인지 알겠다”고 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국민에게서 탄핵을 당한 대통령의 입에서 그런 이야기가 나온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죠. 지금 대통령의 부적절한 말들이 국민들 전체에게 향하는 것이고, 그동안 국민들이 피눈물을 흘렸던 사건과 시간을 생각하면 최소한의 예의도 지키지 않는 얘기예요.”

- 황교안 총리가 대통령 권한 대행을 하잖아요. 지금까지 황 총리 행보를 보면 대통령 놀이하는 것 아닌가 할 정도로 오만한데.

“황 권한 대행에 대해 어제(13일) 야 3당에서 대표 회동을 하면서 직무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정확히 설정해야 한다고 합의를 했어요. 그래서 국회의 정당 대표들과 황 총리가 어서 빨리 만나야 한다는 제안을 했어요. 상시적 국정 협의체를 제안한 것이 아니라, 정진석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사임하기 전에 원내대표가 회동에서 제안이 나왔어요.

어제 당 대표 회동에서는 국정 협의체라는 상시적인 것까지는 안 가더라도 일단 만나서 당면한 문제부터 현안들이 쭉 있어요. 이게 방대한 거고 이런 부분에서 지금의 권한 대행의 현상유지 정도로 가이드라인을 잡아서 이야기하자 제안을 한 것이기 때문에 아마 그 제안이 성사되면 그 안에서 교통정리가 될 것 같아요.

우리가 질서란 표현을 썼잖아요. 그건 보수언론의 프레임이기도 했지만, 이 영역에서의 질서가 가장 필요한 것이 아닐까 싶어요. 지금의 광폭 행보니, 이런 부분에서는 평가하고 싶지 않아요. 일단 국회가 국정의 핵심축인 것은 사실이고 그런 부분들을 책임 있게 가이드를 해주는 것이 지금의 역할이라고 보기 때문에 이번 주 안에 만남이 성사된다면 자연히 해소될 거라고 판단합니다.”

“헌재, 시간 지연 꼼수 부리면 안돼…국민 주권 반영한 판결 이뤄져야”

- 이제 공은 헌법재판소로 넘어갔어요. 그리고 지난 주말에도 100만 촛불이 타올랐어요.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제 헌재로 넘어갔으니 일상으로 돌아가 차분히 기다려야지 탄핵심판은 헌재를 압박하는 여론재판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있는데.

“일단 헌재로 공이 넘어가서 판결을 할 텐데 헌재입장에서 보면 모든 사유를 전부 다 보겠다는 것이잖아요. 그러나 이미 드러난 사안들도 탄핵의 사유로 넘친다는 게 국민의 정서라서 여기에 헌재의 고민이 있을 것이에요. 그리고 역사에 남길 수 있는 판결을 해야 한다는 부담은 가지고 있을 거예요.

그러나 이것을 어떤 정치적 꼼수로 시간을 번다거나 이러면 안 되는 거죠. 저는 광장의 국민들이 심정적으로 촛불을 들고 올바른 국민의 주권을 반영한 헌재 판결이 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서 해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수많은 촛불이 광장을 지키든 안 지키든 헌재는 충분히 부담을 가지고 있어요.”

▲ 배보윤 헌법재판소 공보관. <사진제공=뉴시스>

- 탄핵 소추안 가결 후 개헌 얘기가 나오는데 의원님은 개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개헌에 대해 입장정리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개헌을 하는 것도 국민적인 커다란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하며, 개헌이라는 게 국민 투표에 부치는 것이잖아요. 그럼 개헌에 대한 모든 의제가 국민의 절실함을 담아내어야 해요.

대통령선거가 조기에 치러질 것이잖아요.,대선 전에 하자는 입장과 그럼 너무 촉박하니 대선 후보가 공약을 내어 당선자가 취임해서 하자는 입장도 있죠. 그런 부분에서 입장을 정하기가 쉽지 않아요.

다만 개헌은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다들 가지고 있죠. 시기에 대한 문제인데, 그것은 선택의 부분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시기를 인위적으로 언제까지 개헌한다는 게 아니라 이번 광장에 나타난 민심은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라는 것이죠, 그럼 이런 부분을 어디로 담아내느냐죠.”

-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국회에 들어오신 지 7개월이 지나는데 돌아보면 어떤가요?

“7개월 동안 대통령 탄핵 소추안까지 의결했으니. 어마어마한 일들이 있었죠. 우여곡절을 너무 많이 겪었고 그런 부분이 사실상 단단한 의정활동을 할 수 있는 준비의 시간이 닫혀버린 아쉬운 시간이었죠. 어떤 조건도 변명이 되지 않는 정치판이기 때문에 7개월간 겪었던 우여곡절과 거대한 정치적 일정들이 내년 의정활동을 위한 자양분이 될 것이며, 그런 각오롤 다지고 있죠.”

- 우여곡절 끝에 미방위에 들어가셨어요. 하지만 국정감사가 기대만큼은 아니었다는 평가가 있었는데.

“국감 직전에 상임위가 바뀌어서 당혹스러웠어요. 왜냐면 국감은 일주일 바짝 준비해서 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첫 국감은 임기가 시작된 시점부터 준비를 해야 해요. 그때 보좌진을 꾸려 준비를 해야 하는데 사실 전 외통위 국감준비를 증인신청까지 다 해놓았어요. 그리고 미방위로 옮긴다는 기사는 빨리 나갔어요. 그러나 서류가 바뀐 건 국감 일주일 전이에요. 그러면 자료요청을 못 해요. 제약된 시간 동안 거의 3주 동안 사무실에서 밤을 새워가며 미방위 국감을 했어요. 많이 아쉽죠.”

“MBC뉴스 ‘국민 신뢰 바닥’ 시청률…언론장악방지법 반드시 통과돼야”

- 어떤 게 가장 아쉽나요?

“미방위에 왔으면 기대치가 있고 그 기대치에 부응을 해야 했는데 그런 부분에서 준비가 철저하지 못했죠. 나름대로 임팩트 있는 문제를 가지고 하려고 했는데 사실상 미방위는 국감에서 관심 있는 상임위는 아니었어요. 나름 의제를 발굴했지만 그런 부분이 크게 부각 안 되어 아쉬웠죠.”

- 어제(13일) 공영방송 지배구조 법안에 대해 조선일보는 야당이 언론 길들이기 하려는 것 아니냐고 하던데.

“야당이 방송 길들이려고 한다는 헤드라인만 보면 멋진 말이에요. 하지만 방송을 길들이려고 하는 것이 아니고, 그동안 정부에 길들여있는 방송의 문제를 제대로 짚어내고 원인 구명해서 그것을 해소하려는 것이에요. 그런데 본말을 전도해서 헤드라인을 뽑는 걸 보고 조선일보는 아직도 버릇을 못 고쳤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14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언론노조에서 열린 박근혜 정권의 언론 장악 적폐 청산을 위한 부역자 명단 발표 기자회견에서 김환균(왼쪽 두 번째)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이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언론노조는 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김성우 전 대통령비서실 홍보수석비서관, 박효종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 이인호 KBS 이사장,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고대영 KBS 사장, 안광한 MBC사장, 배석규 YTN전 사장(현 케이블TV협회장), 박노황 연합뉴스 사장, 백종문 MBC미래전략본부장 총 10명을 선정했다.<사진제공=뉴시스>

- 해직자 문제도 있어요, 국회에서 해결해야 할 것 같아요.

“해직 기자를 복직시키라는 문제들을 국회에서 직접 해소하고 싶지만, 방법들은 먼 것 같아요. 어쨌든 최승호 PD나 박성제 기자는 묻지마 해고라는 게 드러나서 되돌려 놓아야 하는데 가장 되돌릴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부분이에요. 그분들이 현장으로 돌아가지 못하죠.

MBC의 경우 시청률이 엄청나게 바닥을 치는 것은 국민의 신뢰가 바닥을 치는 것이잖아요. 보도부분에 있어서 신뢰의 콘텐츠를 만들지 못한다는 거예요. 그 이유는 신뢰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우수한 기자들을 다 내 보내버려 스스로 경쟁력을 상실한 거죠. 지배구조가 개선되면 그런 문제들은 부수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예요. 따라서 국회에서 가장 우선적인 과제는 12월 임시회에 ‘공영방송 지배구조 법안’ 이른바 언론장악방지법을 반드시 통과되어야 하죠.”

- 언론장악 청문회 필요성은 어떻게 보세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진상규명 선상에서 언론 게이트도 큰 축이 있다고 봐요. 이번 청문회에서는 KBS 증인들도 합의 과정에 있는데 하루로 밝혀지지 않을 거예요. 언론장악의 핵심은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라고 생각해요. 고 김영한 민정수석을 비망록에서 다 드러났지만 깨알같이 주로 비서실에서 이뤄진 것이잖아요. 그래서 김 전 실장은 국감에 한 번 나오고 비껴갔지만 김 실장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만 단독으로 국정조사를 하자는 여론이 높아요. 따라서 국회가 바로 이어서 그 국정조사가 잡히면 언론도 비중 있게 다뤄져야죠. 이게 제대로 관철되도록 노력할 거예요.”

- 그럼 박근혜 정부만으로 한정 하나요?

“그렇게 되면 그러는 거죠. 그런데 이명박 정권도 분위가 되면 훑을 수는 있죠. 하지만 우선적으로 국민들에게 언론이 중요한 문제라는 건 형성 됐다고 봐요. 이번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문제가 터지고 대통령 탄핵 소추안을 가결시키는 것도 된 것은 국민 주권자가 판을 만들었잖아요.

국회가 엎어지면 다시 일으켜 세우는 과정에서 국민들이 가장 절실히 느끼고 목격한 것은 방송이 나라를 죽이고 살릴 수 있고 방송사 사장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설명을 안 해도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고 보는 거예요. 이런 부분에서 김 전 실장을 몸통으로 해서 실질적인 증거를 뽑아내고 국민 앞에 알리고 증언하게 하고 하는 절차다 중요해요. 그리고 이걸 가지고 이런 구조가 안되게 제도를 개선해야 하죠.” 

▲ 추혜선 정의당 의원 ⓒ 추혜선 의원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