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소추 사유를 전면 부인하는 취지의 답변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 국민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박 대통령의 법률대리인단은 18일 공개된 답변서에서 ‘탄핵소추 절차에 심각한 법적 흠결이 있고 소추 사유는 사실이 아니며, 이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없기 때문에 탄핵 심판 청구는 각하 또는 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0월 11일 오전 청와대 위민관에서 국무회의(화상)를 주재하며 모두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특히 ‘세월호 7시간’ 문제와 관련해 “단순히 직무를 완벽히 수행하지 않았다거나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헌법에 규정된 생명보호 의무 위반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논리를 폈다. 

법률대리인단은 “피청구인(박 대통령)은 세월호 사고 당시 청와대에서 정상 근무하면서 해경, 안보실 등 유관기관 등을 통해 피해자 구조를 위해 최선을 다하도록 지시했고, 대규모 인명 피해 정황이 드러나자 신속하게 중앙재해대책본부에 나가 현장 지휘를 했는바, 피청구인이 생명권 보호를 위해 노력했다는 점에 대한 객관적 증거가 충분히 있다”고 강변했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당은 19일 논평을 내고 “세월호 7시간 동안 청와대 집무실에 출근한 적이 없었던 사실이 밝혀졌는데도 정상근무를 했다고 잡아떼고 있다”며 “청와대에서 10분 거리인 중앙재해대책본부에 2시간 15분이 걸려 나타났고, 다 늦은 시각에 나타나서 한 말은 ‘아이들이 (구명)조끼를 입고 있는데 그렇게 찾기 힘드냐’는 헛소리였다”며 “이게 신속한 지휘인가”라고 질타했다.

‘국민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고 대통령이 모두 책임을 져야 하느냐’는 취지의 답변에 대해서는 “도대체 누가 ‘국민이 죽었으니 대통령이 책임지라’고 요구했다는 것인가”라며 “김선일씨 피랍사건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 하는 것이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임무’라고 했던 박대통령 본인의 말을 스스로 지켰는지를 국민들은 묻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 대통령 측은 또 “피청구인이 최순실과 친분이 있다는 이유로 최순실의 행위에 대한 모든 책임을 피청구인의 헌법상 책임으로 구성한 것은 헌법상 연좌제 금지조항(제13조 제3항)의 정신과 자기 책임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라는 논리를 내세우기도 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 대학원 교수는 SNS를 통해 “공동정범 처벌이 ‘연좌제 금지’ 위배라는 박근혜 변호인단의 주장, 너무너무 황당하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도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연좌제란 자신이 짓지 않은 죄임에도 친족이라는 이유로 뒤집어 쓴다는 뜻인데, 최순실이 친족이기에 최순실이 지은 죄를 뒤집어쓴다는 뜻인지 (박 대통령은) ‘친족’이나 ‘연좌제’의 사전적 의미를 모르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최순실씨에게 대통령 연설문을 보여준 것과 관련해서는 ‘키친 캐비넷’이라는 말을 써가며 “통상 정치인들은 연설문이 국민의 눈높이에서 너무 딱딱하게 들리는지, 현실과 맞지 않는 내용이 있는지에 대해 주변의 자문을 받는 경우가 왕왕 있고,(속칭 ‘Kitchen cabinet’)피청구인이 최순실의 의견을 들은 것도 같은 취지였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도 이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 변호인단이 얘기한 내용 중에서 제일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가 최순실 씨가 ‘키친 캐비넷’이었다는 것”이라며 “한참 웃었다”고 힐난했다.

그는 “최순실씨가 도대체 어느 분야를 전담하는 어떤 전문성이 있는 무슨 캐비넷이냐”며 “주로 프로포폴을 전담하느냐”고 비꼬았다.

우 원내대표는 “이 분(최순실)은 키친 오퍼레이터, 사실상 박 대통령 조종자였다”며 “쓸데없는 변명을 하는 대통령 변호인단부터 해체하는 게 맞다. 변호가 아니라 분노 유발자”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