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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해성 작가 |
[이러려고]
- 오늘 담화문을 듣고
이러려고 국민으로 살았나.
나는 너에게 묻는다.
이러려고 세금은 냈나.
나는 또 너에게 손가락을 펴서 질문한다.
이러려고 선거는 했나.
나는 나에게 묻는다.
이러려고 군대는 갔다왔나.
나는 내 청춘에게 묻는다.
이러려고 날마다 너의 얼굴을 보는가.
나는 쓰디쓴 저주로 너에게 묻는다.
이러려고 담화문은 읽었나.
나는 너에게 묻지 않고 묻는다.
이러려고 공화정에 살았나.
나는 헌법 제1조를 쥐어뜯으면서 묻는다.
이러려고 이러려고
어쩌자고 이러려고.
| [밤의 담화문]
불온한 기도 같은 같은 목소리
음지의 진실
살찐 해골들이 기꺼이 장단을 맞추는구나
이것은 밤의 담화문을 읽는 순서.
어둠으로 옷을 짜고
캄캄한 안개로 몸을 두른 채
나는 이제 나를 속인다
이것은 밤의 담화문을 읽는 자세.
비선의 밤이여, 말하라
이것이 진짜 낮이라고
나만 몰랐다고 나만 몰랐다고
이것은 밤의 담화문을 불러내는 주술.
침묵은 고백
저주는 양심
폭력은 평화
유체는 이탈
이것은 밤의 담화문을 암송하는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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