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백선하 교수가 故 백남기 농민 사망진단서 ‘병사’ 기재의 유일한 근거로 들었던 ‘합병증’이 자신이 집도한 머리 수술 부위의 슈퍼박테리아 감염 때문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백 교수는 그동안 수술 부위에 발생한 감염이 합병증의 원인이 된 부분은 언급한 적이 없다.

▲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16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고 백남기씨 주치의 백선하 서울대학교병원 교수가 감사위원의 질의를 듣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한겨레21>은 이보라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무국장(녹색병원 내과 과장)의 도움을 받아 백남기씨의 1000여쪽 분량의 의무기록지와 협진기록지 등을 검토한 결과, “백남기씨는 머리 수술 부위에서 MRSA(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알균) 감염 진단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백남기 농민 담당 레지던트는 5월26일 감염내과와의 협진기록에 백남기씨를 일컬어 “이전 craniectomy(머리를 열어 뇌를 드러내는 개두술. 2015년 11월14일 뇌수술 일컬음) surgical wound(수술 부위)로 fluid collection(액체 고임) 및 wound dehiscence(수술 부위 터짐), discharge(분비물이 나옴) 있어 swab cx.(검사)상 MRSA 동정된 분”이라고 적었다.

이보라 사무국장은 이에 대해 “머리를 열어 수술한 부분이 터지고 거기서 나온 분비물에 대한 균 검사를 해본 결과, MRSA가 검출됐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MRSA가 머리 수술 상처에서 생겼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MRSA는 다수의 항생제가 듣지 않는 슈퍼박테리아의 일종으로, 백남기씨의 MRSA에 의한 수술 부위 감염은 사라지지 않고 VISA(반코마이신 중등도 내성 황색포도알균)라는 더 강력한 슈퍼박테리아로 악화, 이후 항생제를 쓰는 과정에서 백남기씨의 몸 상태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된다.

<한겨레21>은 “백남기씨에게 진균 폐렴 및 진균 패혈증, 이로 인한 급성호흡곤란증후군 및 급성신부전 등의 합병증이 한꺼번에 발생한 7월15일(의무기록지 ‘수술부위감염-상세내역 및 진단기록 필요-발생’)역시 수술부위감염이 직접적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며 “백 교수가 가족에게 처음 혈액투석을 권유한 것도 이 때”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백 교수가 ‘합병증이 온 이후 가족이 적극적 치료를 원하지 않았다’며 가족 탓을 하는 배경에 자신이 집도한 머리 수술부위감염이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보도를 접한 네티즌들은 “치료를 해야 할 의사로서 할 짓인가!”, “이것은 합병증이 아니고 의료사고 아닌가요?”, “결국 자신의 잘못을 덮으려 조작한거네”, “진짜 무슨 짓을 한거냐”, “문제있는 주치의에 문제있는 정부다”, “논점은 경찰이 물대포를 쏘았고, 우리가 보았다. 책임자를 처벌하라”, “외인사냐, 당신 의료과실이냐 둘 중에 하나 선택해야겠네”, “백교수, 대체 왜 그랬어? 누가 시킨거니?”라는 등 비난을 쏟아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의 진실’ 방송
더민주 표창원 “어렵게 방송하는 만큼 많은 시청” 당부

한편, 故 백남기 농민 사망 원인을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22일 밤 11시 SBS<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살수차 9호이 미스터리-백남기 농민 사망사건의 진실”편이 방송된다.

<그것이 알고싶다>는 해당 방송에서 ‘두 가지 사인, 부검논란’, ‘현장상황, 엇갈린 증언’, ‘물대포 실험이 말하는 진실’에 대해 다룬다. 앞서 지난주 해당편이 결방되자 시청자들은 외압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SBS와 제작진 모두 외압과는 무관한 편성이었다고 밝혔다.

방송에 앞서 백남기 투쟁본부는 “무엇이 진실인지 전세계의 상식적인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데, 이런 방송까지 만들어야 하는 현실이 슬프다 못해 분노스럽기까지 하다”며 “하지만 진실을 가리고 있는 권력자들의 민낯을 세상에 알려내고 여러 논란에 대한 종지부를 찍기 위해서 더 많은 분들이 방송을 보셨으면 한다”고 전했다.

전날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도 트위터를 통해 “어렵게 방송하는 만큼 많은 시청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