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성 경찰청장이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국감 때 故 백남기 농민 물대포 피격 당시 상황속보를 파기했다고 증언했지만 당시 상황보고서 전체가 존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18일 <민중의소리>는 ‘11.14 민중총궐기대회 관련 상황속보’를 입수, “(총26보로 구성된)해당 상황속보에는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에 맞아 부상을 당했고, 뇌출혈 증세로 산소호흡기를 부착하고 치료중’이라는 사실이 기록돼 있다”고 보도했다.

▲ 지난해 11월14일 저녁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민중총궐기대회에서 백남기 농민이 차벽에 밧줄을 걸고 당기던 중 경찰의 물대포를 직사로 맞고 쓰러져 있다. 코피를 흘리며 쓰러진 그는 뇌진탕 증세를 보였고, 아스팔트에 누워있다가 구급차로 호송됐다. <사진제공=뉴시스>

앞서 지난 7일 국감 당시 이철성 청장은 야당 의원들의 상황속보 제출 요구에 “당시 보고서를 열람하고 파기했기에 별도로 관리하지 않는다”며 “기존에는 지면으로 했었는데 최근 문자로 대체해 보고서 자료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야당 의원들의 거듭된 자료 제출 요구에 당시 경찰청은 뒤늦게 관련 자료를 제출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14일 오후 4시45분 작성된 상황속보(13보)부터 오후 8시30분 작성된 19보 사이의 5건이 누락됐다.

<민중의소리>에 따르면, 이때 누락된 18보에는 백남기 농민의 부상 상황이 처음 등장한다. 18보에는 ‘19시10분 SK빌딩 앞 버스정류장에서 70대 노인이 뇌진탕으로 바닥에 쓰러져 구급차로 호송 조치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오후 8시를 전후해 해당 상황속보가 전파, 현장 정보관을 비롯한 경찰 관계자들은 백씨의 부상 상황을 오후 8시 이전에 확인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강신명 전 청장은 지난 6월 말 국회 안행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백남기 농민의 부상 사실을 “9시 뉴스를 보고 알았다”고 주장했었다. 전‧현직 경찰청장 모두 국회에 출석해 위증을 한 셈.

또한 저녁 9시에 전파된 20보에는 ‘백남기 농민이 47년생이고 전남 보성 출신이라는 것과 서울대병원에서 뇌출혈 증세로 산소호흡기를 부착하고 치료 중’이라는 상황이 명시돼 있다.

특히 밤 11시20분에 전파된 25보에는 ‘백남기 농민이 19시10분경 서린R에서 물(대)포에 맞아 부상을 당했고, 뇌출혈 증세로 산소호흡기 부착하고 치료 중’이라고 기재, 물대포에 맞아 부상당한 사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한편,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나자, <뉴스타파> 최승호 피디는 페이스북을 통해 “지들이 ‘물대포에 맞아 부상해 뇌출혈 증세’라고 기록하고서도 사인이 불분명하다고 부검하자는 경찰. 상황속보가 나왔으니 이제는 뭐라고 할 건가?”라고 꼬집었다.

이어 “어쨌든 이자들은 절대로 자신들의 죄악을 인정하지 않을 거다. <자백>이 보여주듯이”라고 덧붙였다.

상지대 홍성태 교수는 “근혜순실 비리 독재. 국민을 때려 죽게 하고 기록을 은폐하고 사실을 왜곡하려 날뛰는 경찰. 세월호 대참사는 계속되고 있다”고 개탄했다.

세월호 특조위 권영빈 상임위원은 경찰에 “조작 은폐의 달인”이라며 “앞으로 경찰과 검찰은 수사하지 마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