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백남기 임마누엘을 위한 기도]
-나의 신부님 김인국 형제 이름으로

내 기도에서 저항이 사라지지 않게 하소서.
슬픈 노여움으로 게으르지 않게 하여
비록 희미할지라도 제 손으로 등불을 켜게 하고
거짓 평화보다는
진실의 씨앗이 싹 트는 고통을 주소서.
발등을 뚫고 나오는 콩 이파리로 봄을 만나고
손바닥을 찢는 피눈물어린 아픔으로
새 순을 모시게 하소서.
어제를 남김없이 부수고
내일을 한 치도 기다리지 않게 하여
오직 오늘에 살게 하소서.
어디서든 배고픈 자의 농사꾼으로 일구게 하고
등을 타고 흘러 굳은 소금꽃을 녹여 빵맛을 내게 하고
괭이질하던 손에 박힌 옹이로 희망과 악수하게 하소서.
고난과 싸우다 병 들었다면
병든 채로 더 먼 길을 걸어가게 하소서.
나는 거기서만 당신은 만나겠습니다.
다만 정의를 향해서는 중립 없는 혹독한 편견을 갖게 하소서.
그리하여 상처 입은 가슴으로 기도하게 하소서.
혀가 타는 쓰디쓴 언어로만 당신 이름을 부르게 하소서.
압제 아래서 신음조차 낼 수 없는 영혼이라면 차라리 거두어가 주소서.
패배한 자의 목소리로 길을 내고
슬픈 자의 한숨에서 바람을 모아 돛단배를 띄우는 지혜를 갖게 하고
쓰러진 자를 일으킬 수 있는 싱싱한 근육이 종소리마다 돋아나게 하소서.
버림 받은 자의 눈물에서
구슬을 얻는 시력을 주소서.
세상을 굴절없이 볼 수 있도록
내 기도에서 뜨거운 눈물이 가시지 않게끔 다시금 씻겨 주소서.
오직 시대의 캄캄한 먹으로만 기도문을 쓰게 하소서.
무엇보다 나의 기도가 그를 따라 삽과 쟁기를 닮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