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치 페이는 없다]

더치 페이는 없다.
더치 커피가 없듯.
비엔나에 비엔나 커피가 없듯
암스테르담에 더치 커피는 없다.
더치 페이도 없다.
희한하게도 더치 커피가 있는 나라에는
더치 페이가 있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휘휘 저어서 마실 수 있는 거품 가득한 도시 비엔나
가장 야박한 사람들 더치.
더치 커피가 없듯
더치 페이는 없다.

* <코리안 페이>
‘더치 커피’와 ‘비엔나 커피’는 일본과 한국에서 사용하는 커피 이름이고, ‘더치 페이’는 거의 한국에서만 쓰는 말이다. 네덜란드는 공식문서에서조차 ‘더치’라는 말을 쓰지 않게끔 하고 있다. 이래저래 역사적으로 부정적 어감으로 여기는 까닭이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더치 페이’라는 말을 일상적으로 주고받고 있다. 이는 도리어 한국식 돈내기, 곧 ‘코리안 페이’(‘갹출’ ‘나눠내기’ ’각자내기’)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정치, 언론, 경제, 교육, 관료) 권력과 거래를 밥과 선물을 매개로 해온 한국사회의 오랜 뇌물문화가 낳은 이 지불방식은 실은 배고픈 밥(컵밥, 혼밥)에 대해서는 모욕이기도 하다. 어쨌든 쿡방 먹방 등 ‘밥쇼’ 시대에 타락한 밥에 대한 제한적 금식령이 발령된 셈이다. 

코리안 페이가 새 밥 문화를 열고 있다기보다 밥이 지닌 원래의 따뜻한 지위는 한낱 밥값 따위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걸 새삼 깨우쳐야 할 때다. 백남기 농민이 아스팔트 농사를 짓다 돌아간 것도 세상에 따뜻한 밥 한 그릇을 모시는 마음에서였다. 세상 농사꾼들은 다르지 않다. 그 분을 기리면서 마음으로 고봉 밥을 한가득 올린다. 참된 코리안 페이를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