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의협)이 5일 고 백남기 농민 사망진단서 논란과 관련해 ‘심폐정지’와 ‘병사’로 기재한 점은 모두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각종 진단서가 진실을 바탕으로 작성돼야 한다”며 사실상 수정을 주문했다.

의협은 이날 ‘고 백남기씨 사망진단서 논란 관련 대한의사협회 입장’이란 제목의 입장문에서 “의료현장의 각종 진단서가 공정하고 충실한 근거를 갖추며, 무엇보다도 진실을 바탕으로 작성돼야 한다는 기본 원칙이 충실히 지켜져야 한다”고 밝혔다.

의협은 지난해 3월 ‘진단서 등 작성‧교부지침’ 개정안을 내놓은 바 있다. 이에 근거해 “논란이 되는 부분을 지적하고자 한다”며 “첫째, 직접사인을 ‘심폐정지’로 기재한 점”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의협은 “사망진단서에서 가장 흔한 오류 가운데 하나가 직접사인으로 죽음의 현상을 기재하는 것”이라며 “사망하면 당연히 나타나는 현상은 사망의 증세라고 할 수 있고, 절대로 사망원인이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사망의 종류를 ‘병사’로 기재한 점”도 오류라며 “사망의 종류는 직접적인 사인으로 결정하는 게 아니라 선행 사인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 백남기씨의 경우 “‘급성 경막하 출혈’인데 사망의 종류는 ‘병사’로 기재돼 있다”면서 “외상성 요인으로 발생한 급성 경막하 출혈과 병사는 서로 충돌하는 개념”이라고 밝혔다.

이어 의협은 의료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사망원인은 ‘왜 사망하였는가’에 해당하고, 의학적인 이유이며, 사망원인에 해당하는 진단명은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를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세계보건기구(WHO)가 정의한 바에 따르면, 사망원인이란 사망을 유발했거나 사망에 영향을 미친 모든 질병, 병태 및 손상과 모든 이러한 손상을 일으킨 사고 또는 폭력의 상황을 말한다”고 덧붙였다.

▲ <사진출처=makeameme.org>

한편 고 백남기씨의 사망진단서를 작성한 서울대병원 3년차 레지던트 권모씨가 연락을 끊고 잠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5일 <머니투데이>에 따르면 권씨는 기존에 사용하던 휴대전화 번호를 없앤 데 이어 이날부터 출근하지 않았다.

권씨는 사망진단서와 관련해 연락이 몰리자 부담을 느껴 4일 오후 휴대전화 번호를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지인의 연락도 끊긴 상황으로 대신 권씨는 새로 만든 SNS 계정 프로필에 영화 매트릭스의 한 장면을 올렸다.

구부러진 숟가락 앞에서 한 꼬마가 “숟가락을 휘게 할 거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그건 불가능합니다. 오직 진실만을 깨달으려 하세요”라고 말하는 장면이다.

권씨는 지난달 25일 백선하 교수의 지시로 고 백남기씨 사망진단서를 작성했다. JTBC 보도에 따르면 권씨는 사망진단서에 ‘진료부원장 신찬수 교수, 주치의 백선하 교수와 상의해 사망진단서를 작성했다’는 메모를 남겼다.

▲ <사진출처=JTBC 화면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