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백남기 농민의 주치의를 맡았던 백선하 서울대병원 교수(신경외과)가 백씨 사망 8일 만에 사망진단서와 관련 직접 해명에 나섰지만, 오히려 의혹을 더 키웠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서울대병원 특별위원회는 3일 기자회견을 통해 백남기 농민의 사망진단서가 일반적인 사망진단서 작성 형태와 차이가 있고, 지침 원칙에 어긋난다는 점을 인정했다. 하지만 “사망진단의 판단은 담당의사의 재량에 속한다”며 주치의에게 공을 넘겼다.

▲ 故 백남기 농민의 주치의인 백선하 서울대학교병원 교수가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견동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연구혁신센터 서성환홀에서 열린 故 백남기 농민 사망진단서 논란에 대한 서울대학교병원-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합동 특별조사위원회 언론 브리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특히 이날 백 교수는 백남기 농민의 사인을 ‘외인사’가 아닌 ‘병사’로 기재한 이유와 관련해 “유가족이 적극적인 치료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강변했다.

백선하 교수는 “환자 가족분들이 적극적 연명치료를 원하지 않아 체외투석 등을 실시하지 못했던 점 등을 고려했다”며 “제대로 치료를 받고 사망했다면 사망진단서의 내용은 달랐을 것”이라며 책임을 유가족에 떠넘겼다.

이 같은 주장에 故 백남기 농민의 막내딸 민주화씨는 페이스북을 통해 “가족이 동의 안한 한 가지는 투석”이라고 전하며 “인공호흡기 이미 달았고, 피검사 하루 세 번이상, 수혈, 승압제 등(가족 의견은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사실상 따로 묻지 않고)병원측 치료의지로 적극적으로 쭉 진행해왔다”고 반박했다.

이어 “심지어 아버지 그 몸상태에 수혈을 하길래 깜짝 놀랐다”면서 “투석을 동의 했을 경우에 바뀌는 것이 무엇입니까? 아버지의 사망일시가 바뀌는 것 말고 아무것도 없다”고 꼬집었다.

민주화 씨는 “저희 아버지가 신부전으로 입원했느냐”고 반문하며 “아버지를 가족들의 투석반대로 병사하신 걸로 만들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백선하 교수의 이 같은 견해를 두고 의료인들 사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천석 서울신경정신과 원장은 “백선하 교수의 견해는 절망적”이라며 “의사가 하라는 대로, 현대 의학이 가능한 한 끝까지 치료를 따라하지 않으면 이제 모든 사고사는 병사가 된다”고 비꼬았다.

명승권 국제암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의사의 최선의 치료 유무에 따라 병사와 외인사로 구분하는 것은 의학적으로나 논리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며 “선행사인 사고 등 외부적 요인에 의한 것이라면, 합병증으로 인해 직접 사망에 이르렀다면 병사가 아닌 외인사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주치의였다면 “외인사로 기재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서울대병원과 백선하 교수의 해명에 대해 “아쉽다”면서 “원칙은 심폐정지와 같은 mode of death는 사인(cause of death)이 될 수 없고, 사고 후 사고의 후유증으로 인해 사망했을 경우에는 병사가 아닌 외인사로 분류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냥 ‘실수였다. 다만 외압은 없었다’라는 고백이 좋았을 텐데, 인정이 그렇게 힘들었을까”라고 개탄했다.

또 “주치의 입장에서 환자의 적극적인 치료를 거부하는 가족에게 분노할 수 있지만 가족의 비협조가 사망진단서를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 “가족의 비협조를 이유를 들어 사망진단서의 내용이 바뀐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