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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우리 새끼’, 당연하지 않은 존재로서의 아들[김원 발뉴스] 이 도저한 착각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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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 문화평론가  |  balnews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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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0.04  11:18:03
수정 2016.10.04  20: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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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본격 불소통시대의 예능이다. 여기 패널로 나오는 엄마들이 특별히 더 지나칠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아마 그 연배의 대한민국 부모 된 이들은 크게 다르지 않을 수도 있다. 내 자식 잘 되기를 염원하며 한평생 살아왔는데 뭐가 문제냐고, 지극히 ‘당연해’ 보이는 질문이 나올 수도 있다. 그렇다. 뭐가 문제일까? 엄마는 아들을 그토록 사랑하고 아들도 엄마한테 잘하고 싶어 하는데. 엄마가 원하는 무난한 여자를 못 데려온 게 죄라면 죄일까. 시청자는 생각한다. ‘내 자식’만 염려하는 게 문제라면 문제라고. 이제 세상물정과 상관없는 ‘평범한 행복’ 따위는 한갓 꿈이라고.

SBS 파일럿 예능 ‘다시 쓰는 육아일기-미운 우리새끼’는 지난 7월 20일 처음 방송됐다. 어머니가 아들의 일상을 ‘관찰 카메라’를 통해 들여다보는 방식으로 김건모, 김제동, 허지웅 모자가 출연했다. 말하자면 ‘평균월령 509개월’의 세 남자가 결혼하지 않고 혼자 ‘외롭게’ 사는 면모가 강조됐다. 이후 이 프로그램은 8월말 정규 편성됐고, 현재 인기리에 방영 중이다. 그 사이에 정규 편성을 이끌어낸 ‘개국공신’ 중 하나인 김제동은 “외압은 없었다”는 제작진의 발표와 함께 하차했고, 시청자는 그가 8월초 성주에 다녀왔다는 사실을 새삼 다시 기억했다. 현재는 박수홍과 토니안이 투입된 상황이다. 현재 네 명의 아들들은 영상을 통해 엄마들에게 자신의 실제 생활을 보여드리고, 엄마들은 스튜디오에 앉아 아들들의 ‘진짜’ 일상을 보게 된다. 엄마들이 놀라다 못해 기함하는 것을 지켜보는 게 이 프로그램의 알짜 재미다.

시청자들이 알건 모르건, 이 예능의 주인공은 관찰 카메라 속의 늙어가는 아들들이 아니다. 아들은 여기서 ‘배우’에 가깝다. 여태 엄마 앞에서 ‘착한 아들’ 노릇한 것을 깨는 초유의 반항 내지 독립선언일 수도 있다. 여기 출연한 아들들에게는 어쨌든 소득이 없진 않을 터다. 엄마의 시멘트 고정관념에 조금이라도 균열을 낼 수는 있을 테니까. 그렇다면 어쩌다 이런 프로그램이 나오게 된 것일까? 다시 강조하지만, 주인공인 동시에 ‘육아일기’를 쓰는 주체는 엄마들이다. 방송이 원하는 주요 시청 층도 ‘엄마들’일 것이다. 다 자란 자녀가 과연 결혼을 어떻게 생각할지 그 꿍꿍이가 수상쩍은 엄마들이 대상일 듯하다.

   

내 아들이니 (내가 제일)잘 안다는, 내 속에서 나왔으니 당연히 나와 비슷할 거라는 생각이 아마도 현재 노년 세대의 공통분모일지도 모른다. 이런 ‘기대’는 첫 장면부터 여지없이 깨져나갔다. 첫 회부터 엄마들은 초조하다 못해 울상이었다. 아들은 전혀 모르는 낯선 타인이었다. 그동안 엄마 앞에서 숨겨온 게 놀랍다 못해 갸륵할(?) 지경이었다.

반전과 충격의 ‘실제 일상’을 보고난 후에, 엄마들은 입을 모은다. “여자가 있으면” 또는 “장가를 가면” 다 해결될 것이라는 믿음이다. 정말 그럴까? 결혼만 하면 아들의 고충과 외로움, 좌절이 해결될까? 엄마들의 거듭되는 ‘한 가지 소원’에도 불구하고 아들들의 상황은 그리 만만하지 않다. 단지 ‘월령’이 너무 높아서의 문제가 아니다. 아들들은 이미 누군가와 같이 살기에는 충돌지점이 많아 보이는, 혼자 지내기에 나름대로 최적화된 상태로 보인다. 오래 몸에 밴 습관들을 고치거나 바꿔나가기가 얼마나 어려울지, 심지어 불가능에 가까워보인다는 것을 젊은 여성 시청자들은 안다. 다만 그 어머니들만 모르시는 듯하다. 색시가 챙겨주면 된다는 기대를 만사형통으로 믿고 계시는 듯하다.

   

아들은 타자다.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이것을 인정하지 못했다. 아들들은 요즘 세상을 살고, 엄마들은 이전 세상을 사는 것일까? 어쨌든 요즘 세상에서는 인류가 이어온 오랜 방식의 위안조차 통하지 않을 때가 많아졌다. 결혼도 어쩌면 그러하다. 엄마들은 준비할 새도 없이 당도해버린 시대적 단절감 앞에서 당황하고 있다. 마치 고장 난 녹음기처럼 같은 잔소리를 되풀이한다. ‘그러니 장가를 가야지....’ 이런 식이다. 어쩌면 아들에겐 아무 설득력 없을 말들을 엄마들끼리 위안삼아 나눈다. 그 속을 서로 알아줄 사람들끼리 하는 하소연이다.

자기 분야에서는 대한민국에서 최고로 성공해 본 자랑스러운 아들들은, 이미 유명인이다. 누구나 알 정도라는 것은 정말이지 대단한 성공이다. 그런 아들들이 이미지 추락의 위험부담을 불사하고 이 프로그램에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도저히 설득할 수 없었던 한 사람, 어머니 때문이 아니었을까. 사랑하지만 이제는 자신과 너무나 다른 세상과 시간대를 사시는 것 같은 어머니. 미안하지만, 어머니 뜻대로 살아드릴 수는 없는 다 자란 아들의 작심이 있었다고 본다.

   

아들들은 이제 어머니를 ‘극복’하지 않기로 한 듯하다. 극단의 조치다. 아니 어쩌면 아직 어머니를 사랑하는 아들의 애정 어린 진심이 담긴 행동이기도 하다. 어머니 앞에서 끝내 ‘연기’로 일관하기는 싫었던 까닭이다. 그래서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드리기로 한 듯하다. “엄마한테 늘 고맙죠. 고맙지만... 내 인생이 있는 거죠. 스무 살이 넘었으니까, 엄마 뜻대로만 살 수는 없어요.” (3회, 김제동)

   

이 관계는 어쩌면 ‘극복’의 이유를 더 이상은 찾기 어려워진 듯하다. 어떻게 ‘외로움’을 처리하든 간에, 이 아들들은 분명 자기 분야에서는 막강한 프로들이다. (사생활은 어떤지 몰라도) 일에 있어서는 실수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그게 이 아들들이 결국은 어머니의 입을 다물게 만드는 점이다. 아들을 여전히 품안의 자식으로만 여기지 않는다면, 그의 생활방식에도 타당한 일리는 있으니 받아들여야 한다. 굳이 서로 존중하지 못할 이유도 없다. 그렇지 않은가? 이미 우리는 도저히 더는 ‘변화된 세상’을 묵과할 수 없는 시점에 와 있다. 애당초 당연한 관계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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