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상명하복식 군대문화, 당권 중심 줄세우기 시급히 청산해야”
총선 결과에 대해 여전히 착각하고 헛소리 하는 정치인들이 있어 우리를 슬프게 한다.
이번 총선의 의미는 박근혜 정권의 폭주와 입법권을 스스로 유린한 새누리당에 대한 통렬한 심판이고 야당의 승리는 여권 심판에 대한 반사이익에 불과하다.
야당이 잘해서 여소야대가 된 것은 결코 아니다. 야당이 지난 수년간 무능, 무기력하고 무책임한 정치를 해온 것은 누구나 아는 일이다. 그런데도 야당이나 여당은 국민에게 무한 봉사하겠다던 다짐은 벌써 까먹은 듯 대표직, 당권 다툼의 소용돌이로 빠져들고 있다.
이번 총선은 누가 잘했느냐를 가린 선거라기보다 정치권에 충격적 경고를 준 심판의 성격이 짙은 선거혁명이었다. 총선 결과에 대해 아전인수격으로 평가하면서 자화자찬하거나 ‘이제는 대선이다’ 외치며 날치는 삼류 정치인들을 보면 한심하다 못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상황 파악을 정확히 한 정치인이라면, 지금 해야 할 말과 행동은 정치 개혁이다. 국회에서 어떻게 새로운 정치, 거대 양당제의 폐해를 개혁할 구체적인 정치 전략과 비전에 대해 말해야 한다. 그러나 아직 어느 정치인도 국회 개혁, 정당 개혁에 대해 구체적인 말이 나오지 않은 채 자다가 봉창 뜯는 듯한 언행만을 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일부 야당 정치인 가운데 자기 소속 정당이 잘해서 승리한 것이라 언행을 하는 것은 정치인의 자질이 전혀 없는, 그래서 앞으로 반드시 유권자에 의해 퇴출될 좀비정치인이라 하겠다. 유권자가 원하는 정치 머슴에 대한 자성과 각오를 다지는 것보다 대권에 올인하는 듯한 행동을 하는 것은 골빈 정치인이라는 지탄을 면키 어렵다.
새누리당은 총선에서 제 2당으로 심판받았는데도 무소속 의원들을 받아들여 제 1당이 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후안무치의 극치다.
20대 국회가 최우선적으로 할 일이 무엇인가? 민생, 민주와 남북관계 정상화가 시급하다. 동시에 국회 개혁이 절실하다. 국회의 반민주적인 당대표제를 없애고 국회의원의 특권을 내려놓아 진정한 국민의 정치머슴이 되는 작업을 시작하는 것이다. 국회의 비정상은 얼마전 공천 과정에서 상징적으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공천에서 탈락한 일부 의원들이 보이는 금단현상은 무엇인가? 국회의원이 당선만 되면 로또복권 당첨과 같은 부당혜택이 쏟아지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이 국민의 정치 머슴일 뿐으로 봉사하는 자리에 불과하다면 공천을 둘러싼 추잡한 갈등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정당의 대표제는 박정희 군사독재의 잔재다. 국회의원은 헌법이 보장하는 권한과 책임을 지닌 자율적 헌법 기관이다. 그런데도 여야 정당들은 의원들을 군대식으로 줄을 세워 상명하복의 천박한 집단으로 전락시킨다. 정당들이 쟁점 법안을 놓고 당 대 당으로 나뉘어 일사불란한 집단행동을 하는 것은 국제적으로 볼 때 최상의 또라이 집단이라는 비판을 자초하는 것이다.
국회의원들이 자율성을 폐기하고 조폭과 같은 떼거리 논리에 매몰되는 것은 부당한 특권을 누리는 국회의원의 공천권을 당 대표 쪽에서 휘두르기 때문이다. 공천권은 당연히 국민이 행사해야 하는데도 당 지도부가 때로는 청와대가 휘두르는 것은 민중을 깔보는 전형적인 독재적 발상이다.
초선의원은 국회에서 입도 뻥끗 못한다고 할 정도로 고참 의원들이 폼을 잡는 비정상적 정치문화가 정착된 국회의 모습은 군대의 상사와 졸병의 모습을 빼닮았다. 이는 공천권 등 막강한 당권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국회 줄세우기가 빚어내는 막장 드라마의 모습이다. 헌법이 모든 법에 우선하는데 후진적 정치문화의 악폐에 모두가 무릎을 꿇는 비정상이 판을 치고 있다. 이는 국회나 정당이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 독재정치식 논리에서 비롯된 비정상이다.
20대 국회는 정당의 상명하복식 군대문화를 혁파해야 한다. 그 작업은 당연히 국회의원들이 앞장서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민중의 또 다른 심판이 기다라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민중은 이번 총선에서 정치에서 누가 최후의 심판자, 결정자인가를 너무도 확연히 보여주었다. 민중은 공작정치, 정치공작의 식물적 대상이 아닌 것을 이번에 똑똑히 과시했다. 이런 교훈을 여야 정치권이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당권, 대권을 놓고 과거의 군사독재시절의 추한 모습을 반복하는 것은 분통터지는 일이다. 삼척동자의 눈에도 훤한 정치권의 비뚤어진 정치문화는 시급히 청산되어야 한다. 그것은 민중의 지상명령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