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예상을 깨고 20대 총선에서 더불어 민주당이 123석으로 원내 제 1당을 차지했다. 더 민주당은 기존의 텃밭인 호남을 국민의당에 내주었으나 수도권을 석권하고 그동안 사지로 여겨졌던 영남에서 의원을 배출해 전국정당의 면모를 갖췄다.

특히 이번 총선은 새누리당의 다선의원의 낙선이 화제다. 그중 이재오 후보는 서울 은평을에서 5선을 지낸 거물급 정치인이다. 비록 그가 새누리당의 컷오프로 무소속을 택했지만 여론조사에서 상대 후보를 크게 앞섰기 때문에 무난히 당선될 것으로 보았다. 하지만 결과는 더민주당은 물론 국민의당 후보에게도 밀리며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때문에 이 후보를 이긴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당선인이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총선이 끝난지 6일이 지난 19일에 연신내 역 근처에 위치한 강 당선인의 사무실에서 그를 만나, 선거 이야기와 각오, 그리고 당내 문제에 대한 견해를 들어보았다. 다음은 강 당선인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서울 은평을 당선자 ⓒ 이영광 기자

“새로운 젊은 후보, 연신내 행운식당 둘째 아들이 통했다”

- 당선 축하드립니다. 당선 소감에서 “강병원의 승리가 아닌 은평 주민의 승리”라고 하셨던데.

“이번 은평을의 총선은 새누리당으로 5선을 한 이재오 의원을 한 번 더 시킬 것이냐 말 것이냐가 최대 쟁점이었는데 절대다수의 민심은 이재오 의원이 그만하셔야 한다는 것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그 민심이 야권의 누구 은평의 새로운 변화와 발전과 미래를 열 수 있느냐의 대안을 찾는 과정에서 부족하지만, 저를 선택해 주셨기 때문에 ‘이건 강병원의 승리가 아니라 위대한 은평주민의 승리다’라고 표현을 한 것입니다.”

- 지역민이 강 당선인을 선택한 이유는 뭐라고 보세요?

“은평을 주민은 새로운 인물이 필요하다고 느끼신 것 같고 이왕이면 지역 사람으로 젊은 사람을 원하신 것 같아요, 그래서 제 슬로건이 ‘연신내 행운 식당 둘째 아들’이었는데 선거 슬로건이 주는 ‘은평 토박이구나’라는 느낌을 준 것 같아요.

그리고 식당 둘째 아들이라는 게 우리와 다르지 않은 보통사람이라는 느낌을 준 것 같고 40대 중반이라 젊은이라는 것이 저희 지역 분들에 ‘새로운 젊은 후보에게 은평의 변화와 발전을 맡겨 볼 수 있겠다’라는 큰 기대를 받을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 김제남 후보와의 단일화 효과가 있었다고 보세요?

“당연하죠. 김제남 정의당 후보께서 단일화를 했던 것이 굉장히 주효했죠. 그렇게 함으로써 야권 승리의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전략적인 투표들이 모였다고 보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다시 한 번 김 후보께서 단일화에 흔쾌히 응해 주시고 결단해 주신 지혜와 용기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은평구을 후보와 단일화를 한 김제남 정의당 의원이 10일 오후 서울 은평구 연신내역 인근에서 강병원 후보 지원유세를 하며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 단일화는 선거만으로 끝나는 건가요?

“일단 저희가 단일화하는 과정은 선거에서의 이뤘던 것이고 다른 여러 가지 것을 가지고 합의 사항에 넣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저는 지금까지 정의당이 내놓은 정책이나 공약이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정책과 과제가 있기 때문에 제가 의정활동을 하는 과정에서도 그런 부분들을 충분히 흡수하고 함께해 나갈 생각입니다.”

- 아무래도 이재오 후보가 새누리당이 아니라 무소속이었던 점도 영향이 있었던 것 같아요.

“아마 그런 부분도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대구의 유승민 후보 같은 경우는 무공천을 하고 무소속으로 나왔어도 70%가 넘는 표를 받았지만 이 후보는 아니잖아요. 저는 그런 면도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면에서 정치인은 지역 유권자나 국민에게 희망과 비전, 미래를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는데 이 후보는 이 지역민들에겐 그걸 보여 줄 수 없는 후보시지 않았나 생각이 들어요.”

“이재오 무소속이었던 점도 승리에 영향 줘”

- 상대 후보가 무소속이긴 하지만 새누리당에서 5선을 지낸 이재오 후보였잖아요. 더욱이 야권이 분열되어 있어서 선거전 여론조사에서는 10% 이상 차이 나는 것으로 나왔는데 승리해서 더욱 기쁠 것 같아요.

“저는 10% 이상 차이가 났었는데 여론조사라는 게 추세를 보여준다고 하잖아요. 처음 여론조사 나온 게 MBN이었는데 제가 16.1%였고 이 후보는 34%였던 것으로 기억이 나요. 그 후로 좁아져서 추세상으로 읽었다면 저는 상승세였고 이 후보는 떨어지는 것이었기 때문에 어느 시점에서는 골든크로스가 발생했을 겁니다. 그걸 읽었다면 ‘저기 이 후보가 10%로 이기는 게 아니라 모르겠다’고 예측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 야권분열이 되었어요. 국민의당 고연호 후보도 이 지역에서 몇 번 출마해서 인지도도 있어서 어려움도 있었을 것 같아요.

“고 후보 같은 경우는 50~60대 그리고 호남 출신 중에서 우리 당에 대해서 비판적이신 분들이 많이 지지했던 것 같아요. 전체 선거판을 보시면 국민의당이 의외로 선전했잖아요. 그런 분위기가 함께 고 후보에게도 힘이 모였다고 생각이 들어요. 고 후보도 수고하셨고 하시고자 했던 바가 정책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지역에서는 그런 부분도 나눠서 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 선거 운동하면서 이기겠다는 느낌이 왔을 것 같아요.

“총선 며칠 전에 지역 분위기가 달라진 것을 느꼈거든요. 그게 언제냐면 선거 공보물이 4~5일에 각 가정에 배달됐어요. 그 주 중반 넘어 후반 즈음에 동네를 인사 다녀보니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걸 느끼겠더라고요. 이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왜냐면 인사를 드리면 손도 흔들어 주시고 이길 수 있다고 격려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지는 걸 보면서 ‘바닥의 민심이 뒤집히고 있구나’를 직접 체감하면서 선거의 짜릿함을 맛보았습니다.”

“시민의 행복할 권리를 법으로 만드는 국회의원 되겠다”

▲ 20대 국회의원선거 은평을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강병원(가운데) 후보가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갈현동 선거 사무실에서 지지자들과 함께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를 확인하며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 현재 은평의 문제를 뭐라고 보세요?

“여기는 산업이 없고 이곳은 주거가 중심인 곳이기 때문에 주거지역이라고 봐야 합니다. 그래서 은평을 삶의 질에서 으뜸인 행복한 은평을 만들기가 중요하다고 봐요, 전 공약으로도 토건이라든지 하는 것도 먹히지도 않을뿐더러, 하지도 않았어요. 저성장시대로 부동산도 안 오르잖아요. 그래도 재개발을 하시겠다고 조합을 추진하신 것은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다 도와드릴 것이에요.

그러나 그렇지 않은 지역은 주거의 질, 삶의 환경을 으뜸으로 만들기 위해서 노후 주택이나 빈집을 적극적으로 매입해서 곳곳에 녹지를 확보하고 거기에 작은 도서관을 만들어서 아이들과 학부모들, 그리고 어르신들께서 편안하게 시간을 보내실 수 있는 공간을 많이 만들려고 공약을 내세웠습니다.”

- 강 당선인은 “은평 주민 여러분들과 우리 국민의 ‘행복할 권리’를 반드시 지키겠습니다.”라고 하셨는데 ‘행복할 권리’는 어떤 의미인가요?

“우리들 사는 게 다들 어렵잖아요. 대한민국이 부자나라고 경제 선진국이지만 실제 주변에 사는 모습을 보면 경제적으로 전혀 풍요롭지 못합니다.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8천 불이라고 하잖아요. 원화로 따지면 3000만 원이라서 4인 가족이면 1억2천만 원이 평균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버는 가족이 주변에 없습니다.

다들 집은 은행에 대출받았고 대학 다니는 학생들도 학자금 대출받았고 그것도 부족해서 알바를 해야 해요. 아버지 혼자 버는 것도 부족해서 어머니도 벌어야 하는 게 보통사람들 모습 같아요. 저는 그런 면에서 우리 모두 행복하게 살고자 하지만 대한민국은 그들에게 행복할 권리를 안 줘요. 우리나라 헌법 10조에 보면 인간의 존엄성과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명시되어 있지만, 국가는 우리에게 의무만 강요할 뿐 행복할 권리를 지켜주기 위해 전력을 다하지 못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우리 주변의 사람이 당연히 누려야 할 행복할 권리를 선거 슬로건으로 삼았고 제가 의정활동을 하면서 작은 부분에서라도 우리들의 행복할 권리를 법으로 만드는 국회의원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 어떤 국회의원으로 각인되고 싶으세요?

“행복할 권리를 말씀드렸잖아요. 행복할 권리를 찾기 위해서는 법으로 해야 할 게 너무 많잖아요. 경제민주화만으로 되는 게 아니라 복지도 필요할 것이고 교육도 필요한 등 여러 가지가 있을 것 같아요. 제가 국회의원이 되어 입법할 때는 국민의 행복할 권리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고 뭔가를 이뤄냈던 자신이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 내세웠던 행복할 권리를 항상 정치하며 실현하기 위해서 잡고 갔던 정치인으로 남고 싶어요.”

- 더불어민주당이 수도권에서 압승하고 영남에서도 당선자를 배출해 전국정당으로 제1당을 이뤘으나 기존의 텃밭인 호남에서 참패하고 정당득표도 국민의당보다 낮은 25.54%를 받았는데 이 부분은 어떻게 받아드리십니까?

“안타까워요. 더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나뉘고 분열이 됐는데 그런 과정에서 호남이 참패했잖아요, 저는 국민의당이 영남에서 자기 역할을 많이 했다면 좋았을 텐데 호남에서 많이 얻었고 더민주와 경쟁하는 구도가 됐잖아요. 그런데 이 경쟁은 오로지 민생을 위한 경쟁이어야 해요, 그러면 3당 체제가 국민에게는 더 많은 행복을 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어깨가 무겁죠.”

“김종인 체제 공과 있지만 ‘셀프공천’은 비판적 입장”

- 정당득표는 3위잖아요. 그 이유가 공천 파동과 김종인 대표의 셀프 공천이 크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저는 김종인 체제 같은 경우도 공과가 있다고 생각이 들어요. 저희가 볼 때 몇 가지는 부족한 부분이 많았고 가장 많이 지적되는 게 셀프공천입니다. 저도 아쉬워요. 배수의 진을 치고 뒤에 하셔도 좋지 않았을까 생각하고 비판적인 입장입니다.

정당 투표에서 더민주가 많이 얻지 못한 것은 국민 모두 양당체제에 대해 비판적이라는 것이죠. 그 이유는 양당이 진영 싸움만 하다 보니 국민을 위해 일 하지 않았잖아요. 특히 19대의 경우는 식물국회라고 욕을 얻어먹었어요. 저는 그런 부분에서 상당히 안타깝게 생각하고 그런 부분에서 우리 당도 많은 반성이 필요해요,

이제는 3당이다 보니 서로 민생을 가지고 경쟁하면 훨씬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가능하다고 봐요. 민생을 위한 법을 통과시켜서 민생을 조금이나마 성장시킨다면 앞으로 더 민주당이 그걸 주도함으로 다시 한 번 정당득표에서도 많은 지지를 얻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대 국회의원선거 당선자대회에서 인사말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차기 당권, 경선도 추대도 할 수 있지만 단결된 모습으로 가야”

- 더민주당은 차기 당권을 놓고 김종인 대표의 추대론과 반대가 맞서는데 어떻게 보세요?

“저는 우리 당의 대표뿐만 아니라 당의 문화도 마찬가지인데 위기일수록 일치단결하고 단합하는 모습을 보이면 좋겠어요. 총선까지 오는 과정에서 김 대표가 독선적인 면이 있었고 우리 당에서 받아드리기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총선을 승리로 이끌었어요. 물론 그분만의 덕은 아니지만, 그분을 문재인 전 대표가 모셔와 합심하셔서 승리를 이끌었죠. 그런 부분에서 과도 있지만, 공도 충분히 인정해 줘야 한다고 생각이 들어요.

대선까지 책임지는 지도부가 있을 텐데 이 지도는 어떤 지도부가 되든지 간에 또다시 예전처럼 저희 당이 시끄러워서는 안 되잖아요. 이젠 대선 후보가 3명 나오는 구도가 되어버렸어요. 그런데 우리 당만 시끄러우면 표가 새누리당이나 국민의당에 갈 수밖에 없어요, 저는 그런 면에서 좀 더 카리스마 있는 지도부도 필요하지만, 당의 의원들도 우리 당 문화에 협조해야죠. 자기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조금 참아주고 다른 방식으로 소통해서 얘기해야죠. 즉 자기 정치를 자제하고 지도부와 함께 하는 모습도 필요하다고 생각 돼요. 그런 면에서 대표를 뽑는 과정은 경선할 수 있고 추대도 할 수 있다고 봐요. 하지만 지도부를 한번 선택했다면 믿어주고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어요. 단결된 모습으로 가야죠.” 

- 그럼 강 당선인은 둘 중 어느 쪽인가요?

“정당이라서 경선을 거치는 게 제일 좋죠. 하지만 그런 과정에서 논의해서 추대라는 방식도 나올 수 있다고 생각이 들어요. 선출 방식은 다 열어놓지만 누가 대포로 되든지 간에 저희 당이 대선을 향해서는 일치단결해서 가보자는 생각입니다.”

- 문재인 전 대표가 광주에 가서 “호남이 지지를 거두면 내년 불출마는 물론 정계 은퇴 하겠다”라고 했고 호남이 참패했어요, 그러나 수도권 석권은 호남 출신 지지자의 지지가 없다면 어려웠다는 점에서 호남 결과만을 보고 판단할 수 없을 것 같아요. 그러면 문 전 대표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세요?

“문 전 대표는 저희 당 대선 주자로 소중한 자산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민의당과 분당하기 전에는 그런 문제로 항상 시끄러웠는데 저는 그런 친노, 비노의 틀을 벗어났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저희 당이 좀 더 미래로 가고 혁신을 할 수 있는 세력과 구태를 몰아내려고 하는 노력이 중심으로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그런 면에서 저희 당이 수권정당이 되려면 대선을 치를 수 있는 자원을 인정해 주고 키워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봐요. 무작정 끌어내리려고 하고 계파가 다르다고 해서 그럴 건 아니라고 보거든요. 저는 소중한 자원들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챙겨가고 아름다운 경선을 해서 우리 당이 후보로 몸집을 키워줄 수 있는 노력을 모두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대중 전 대통령 3남 김홍걸씨가 18일 오후 전남 신안군 하의도에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 생가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문재인 의원실 제공, 뉴시스>

“문재인 정계은퇴할 결과 아냐…수도권의 호남 민심이 도와 승리”

- 하지만 문 전 대표가 공약한 건 사실이잖아요.

“이게 정계 은퇴 할 결과인지에 대해서는 아닌 것 같아요. 호남에서는 부족했지만, 전체적으로 수도권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건 수도권의 호남 민심이 도왔기 때문에 이긴 거죠. 그런 면에서 보면 여전히 문 전 대표에게 새롭게 하실 수 있게끔 기회를 주는 게 맞고 문 전 대표도 호남에 가서 노력하는 모습으로 진정성이 호남에 닿아서 우리 당의 소중한 자원으로 우뚝 서시길 바라겠습니다.”

- 마지막으로 각오와 함께 <GO발뉴스>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번에 더 민주당이 부족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께서 제 1당으로 만들어 주셨고 저도 그런 와중에 은평을 국회의원으로 당선됐어요. 국회의원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주민께 말씀드렸던 행복할 권리를 잊지 않고 대한민국 서민의 행복할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 좋은 국회의원이 되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제가 연신내 행운 식당 둘째 아들임을 잊지 않고 그 당시 느꼈던 마음 자세 그대로 초심 잃지 않고 성실하게 의정 활동하는 국회의원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