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16일 아침. 진도 앞바다에서 여객선이 침몰한다는 속보에 이어 ‘전원구조’라는 보도가 이어졌다. 그게 사실이었다면 아마 ‘그날’은 ‘아찔한’ 기억으로만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전원구조’ 속보는 오보였고 탑승객 중 304명이 목숨을 잃었다. 바로 세월호 이야기다.

세월호 2주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세월호 참사 전과 후, 대한민국은 달라졌을까. 딸과 아들,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과 돌아오지 못한 9명의 미수습자 가족들은 묻고 있다. 아니, 대한민국이 묻고 있다.

지난 5일 명동역 근처에서 세월호 유가족 박유신, 안영미, 박은희 씨를 만났다. 그 누구보다 시리고 아픈 2년을 보냈을 이들과의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 ⓒ 이영광 기자

“아이들, 살아있었다면 교복 벗고 대학 새내기가 됐을 텐데…”

- 오는 16일,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2년이 됩니다. 1년과는 또 다른 느낌일 것 같아요.

문지성 어머니 안영미 씨(이하 안영미) : “1년 돌아왔을 때는 화가 나서 싸우느라고 4월을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았다면 2년이 되는 지금은 조금은 이 계절을 바라보는 눈이 생겼어요. 그러나 꽃피고 새싹이 돋아서 세상 사람들이 다 좋아하는 이때 저희 아이들이 간 것을 생각하면 가슴 깊이 아픈 것이 느껴지거든요. 그래서 지금은 제 감정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됩니다.”

정예진 어머니 박유신 씨(이하 박유신): “1년 전 까지만 해도 학생이었기 때문에 교복 입은 아이를 보면 더 아파서 미치겠고 분노가 제어 안 될 정도였죠. 그러나 지금은 아이들이 있었다면 성인이잖아요. 그래서 이젠 대학생 새내기들에게 눈이 가요. 저희 애가 있었다면 얼마나 멋을 내고 다녔을지 생각하면 안타까움과 속상함이 있죠.

앞서 지성 어머님이 꽃피는 계절을 얘기했는데 작년에는 꽃을 쳐다보기도 싫고 꽃은 왜 피는지 자연 섭리까지 원망했었는데 작년과 달라진 게 있다면 저희 아이들이 꽃 밑에서 사진 찍었던 걸 흉내도 내보고 싶고 애들이 못했던 것을 대신 해주고 싶은 생각이 많이 들어요.”

유예은 어머니 박은희 씨(이하 박은희) : “작년까지만 해도 저는 이 싸움을 악에 받쳐서 싸우면 끝날 줄 알아서 그때는 죽을 각오로 싸웠어요, 그러나 이젠 ‘어쩔 수 없이 조금은 장기전으로 갈 수도 있겠다’라는 마음의 준비를 해요. 그래서 싸움의 방법을 정비하고 전략적으로 싸워야 한다는 고민이 생겨요. 그리고 작년 제 머릿속에 100%가 예은이로 가득 차있다면 지금은 옆에 있는 아이들이 보이더라고요. 남은 아이들도 챙겨야 해서 더 무거운 마음이에요.”

- 4월16일이 다가오는데, 어떤 마음이세요?

박은희 : “저희 가족들은 현실감이 안 느껴질 때가 있어요. 이런 자리에 와있는데도 집에 가면 예은이가 있을 것 같죠.”

- 2년 사이 수능과 졸업식이 있어서 그때마다 기분이 편치 않을 것 같아요.

박유신 : “친구들이 다 수능을 봤잖아요. 단원고 아이들을 볼 용기가 없어서 잘 보라는 말을 못했어요. 하지만 중학교 때까지 친했던 친구들은 딸 같아서 제가 응원 한마디 해주면 좋아할 것 같았어요. 또 예진이가 그렇게 했을 것 같아서 예진이 마음으로 엿도 사주고 용돈도 줬거든요. 애들은 아프게 받았을지 힘을 받았을지는 모르는데 힘들었지만 예진이 마음으로 친구들 응원해 줬어요.”

안영미 : “대학이나 사회로 가는 졸업식이죠. 당연히 해야 할 졸업식에 제 딸은 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해서 졸업식 자체가 싫었어요. 졸업식이 없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죠.”

- 지금 가족들의 상황은 어떤가요?

박은희 : “복직해서 회사를 잘 다니시는 분도 계시지만 대부분은 일터로 못 돌아가고 집에 있거나 용기를 내 분향소에서 나와서 활동을 하세요. 공방에서 일하거나 아니면 416 합창단에서 열심히 합창하면서 알리는 일을 하고 때로는 간담회 장소에 가기도 하고 서울과 교육청 등에서 피케팅을 하기도 하죠.”

“언론들, 꼭지 수 채우기식 보도 아닌, 참사 실상 정확히 보도해야”

- 언론들의 세월호 외면, 어떻게 보고 계세요?

안영미 : “화가 나요. 이 나라 언론은 썩었고 죽어 있어요.”

박유신 : “참사 나던 해에 경쟁이라도 하듯 가족이면 누구든 인터뷰하려고 난리를 쳤는데 1주기 때도 그랬죠. 듣지도 못한 언론사에서 인터뷰가 들어오더니 1주기가 지나자 거짓말처럼 끊겼어요. 그리고 또 2주기가 되자 조금씩 들어온단 말이에요. 그런 게 너무 속상해요. 관심을 쭉 가져주시면 좋겠는데 안 해요. 언론이 인터뷰를 안 한다고 해서 세월호가 끝난 게 아닌데 때만 되면 경쟁하듯 오는 게 너무하죠.”

안영미 : “한마디로 기삿거리 찾는 것밖에 안 되는 거죠. 진짜로 세월호에 대해서 사람들에게 알리려는 게 아니라 한 꼭지 채우려고 한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박은희 : “전 TV로 세월호 뉴스를 보고 싶어요. 그런데 뉴스에서조차 저희 아픔을 한 편의 드라마 장면 연출용으로만 찾아서 아쉽죠. 현 상황이 어떻고 왜 그들은 여전히 싸우는 지 등에 대한 정확한 보도를 해주길 바라는 거죠.”

- 유언비어도 많아요.

박은희 : “제가 들었던 유언비어 중에 가장 큰 건 두 명 빼고 다 이민을 갔다는 거예요. 그 말은 남아서 싸우고 있는 사람들이 유가족도 아닌데 유가족 행세를 한다는 거죠.”

안영미 : “돈 엄청나게 받았다는데 왜 아직도 그러냐고 묻기도 해요.”

- 어떤 게 가장 가슴 아픈가요?

박유신 : “정치하는 사람들이 무슨 소리를 하면 ‘저놈들’ 하고 말지만 믿었던 사람들이 어디서 들었다면서 ‘돈 얼마 받았냐’고 물어요. 그게 왜 궁금해요? 전 예진이 엄마예요. 그저 ‘어떻게 지내냐’는 말이 듣고 싶은데 돈만 물어요. 하긴 그런 사람은 확인이라도 하니 고마운건가요?”

안영미 : “돈을 말할 때 돈이라는 건 좋은 것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안 좋은 면으로도 비춰지기 때문에 돈을 많이 받았다고 먼저 얘기하며 물어볼 때 왠지 죄인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그때가 가장 난처해요. 돈 받으면 다 해결된 것처럼 말하잖아요. 저희가 돈 더 받기 위해 이런다는 말 들을 때 화나죠.”

▲ <사진제공=뉴시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은 부모로서 우리가 꼭 해야 할 일”

- 우리나라는 세월호 참사 전에도 많은 참사가 있었지만 하나도 해결 안 됐잖아요.

박은희 : “이번엔 어떻게든 해결해야죠. 저희가 지금 결과를 확신할 수는 없고 그 결과에 대해서 가늠하다 보면 겁이 날 것 같아요. 그런 것보다 지금 저희가 이 일을 해야 하는 당위성을 보고 가려고 해요. 이 일은 아이들을 생각할 때 밝혀내야 하는 일이고, 부모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고, 한 인간으로서 꼭 해야 할 일이기 때문에 결과를 떠나서 저희가 살아있는 한 해야 할 일인 것 같아요.”

- 포기하고 싶을 땐 없나요?

박유신 : “많죠. 너무 힘들 땐 ‘내가 이렇게 한다고 아이들이 살아오나’라는 마음이 들어요. 그땐 주저앉고 싶다가도 몸 사리지 않고 행동하는 엄마들을 보면 ‘나도 엄마인데 예진이한테 면목이 없다’는 생각과 ‘만약 내가 억울한 일을 당했다면 예진이는 포기 안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어서 다시 힘을 내는 거죠.”

안영미 : “세상 사람이 저희를 이상하게 볼 때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들죠.”

“죽을 때까지 아이를 못 본다니…‘그리움’이란 공포 힘들다”

- 현재 가장 힘든 것은 무엇인가요?

박유신 : “너무 보고 싶은 거죠. 그래서 어느 때는 공포스러워요, 제가 눈 감을 때까지 못 본다는 게 뭐라 표현 못 할 만큼 공포스러운 그리움이에요.”

- 언제 가장 보고 싶으세요?

박유신 : “눈 뜰 때부터 눈 감을 때나 식구끼리 밥 먹을 때요. 그리고 4명이 앉았는데 예진이 자리에 물건이 놓여 있는 걸 볼 때 예진이 자리라는 생각에 보고 싶죠.”

박은희 : “아침에 눈뜰 때 ‘예은이 없는 하루가 시작 되는구나’란 생각이 들죠.”

안영미 : “기도 하면 가족들을 위해 하는데 지성이가 빠질 때 가슴이 아파요. 지성이까지 기도 하던 때가 있었는데 자연스럽게 빠지더라고요.”

▲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시청 신청사 다목적홀에서 진행된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제2차 청문회 <사진제공=뉴시스>

- 세월호 특조위 2차 청문회, 어떻게 보셨어요?

안영미 : “다 죽일 놈들이죠. 거짓말하러 나온 사람들이고, 책임지면 죽는다는 생각으로 나온 사람들이라서 전 너무 피곤했어요.”

박은희: “우리가 볼 때 바보 같은 짓을 했는데도 너무 자랑스럽게 말하니 믿기지 않아요. 그리고 기독교에서는 소명이라는 게 있잖아요. 그 직업의 자리는 하는 역할들이 있는데 그 역할을 전혀 안 했더라고요. 그저 돈만 받는 일만 한 거죠. 전문가가 왜 거기 앉아 있었을까요? 모든 게 상식적이지 않았죠.”

- 오는 6월 30일로 세월호 특조위 활동이 끝나는데.

안영미 : “얼마나 웃긴가요? 일도 안 하고 허송세월 보내게 하고 일을 한 때부터 계산해야 하는데 이건 비상식적이죠.”

박은희: “그런 걸 언론에서 언급 안 하는 자체도 웃겨요. 국민이 알려고 하지 않는 것도 웃기죠.”

- 지난주 최경환 전 부총리 겸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장이 선거 유세에서 “무소속 찍으면 절단 납니다. 우리 박근혜 대통령……. 부산은 물론이고 대한민국이 세월호와 함께 진도 앞바다에 좌초됩니다”라고 했는데.

박은희 : “그 사람을 바다에 처넣고 싶더라고요.”

박유신 : “애들이 ‘너 쟤처럼 만든다’와 똑같아요. 국민에게 어떻게 그런 협박을 하나요? 인용은 잘해요.”

- 다음 주에 개봉할 <업사이드 다운>까지 세월호 관련 다큐멘터리 영화가 세 편 있는데 어떻게 보셨어요?

박유신 : “영화는 가족들이 겪은 것에서 천만분의 일도 안 된다고 생각해요. 일반인들은 그걸 보고 충격을 받았다는데 저희가 보기엔 부족한 거죠.”

안영미 : “심의 때문에 강한 건 뺐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저희는 흡족하지 않아요.”

박은희 :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영화를 통해 일반인들은 관심을 갖게 되고, 지역에선 영화를 계기로 사람들을 모아 간담회를 할 수 있고, 영화가 끝난 후 영화로 미처 전하지 못한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좋죠.”

- 간담회 하면 어때요?

박은희 : “간담회 일정이 하루에 적게는 3곳, 많게는 6곳까지 갈 때가 있어요. 가서 언론에서 말하지 않는 저희 상황들을 이야기하니까 저희에게는 좋고, 지역에서는 간담회를 계기로 ‘우리가 이러고 있으면 안 되겠다’는 경각심을 갖는 시간이 되어 다시 조직이 활성화 되니 좋은 것 같아요.”

박유신 : “참사 나던 해에 사람들 만나는 게 두려워서 움직이지 않았어요. 그런데 당시 시민들이 부모의 마음으로 촛불을 들었잖아요. 가족들이 함께하면 시민들이 ‘진상규명을 위한 이런 활동들을 멈추면 안 된다’고 더 절감하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마음을 다잡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가족들이 간담회 등에 많이 참여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예요.”

“세월호 진상규명 약속 지킬 국회의원 뽑아야…”

- 20대 총선 선거운동 기간인데 세월호 문제가 부각이 안 되고 있어요. 일각에서는 총선 후엔 세월호 진상규명이 더 힘들어질 것이란 얘기도 나오고 있는데, 유가족들은 총선을 어떻게 보고 있나요?

박은희 : “총선은 저희에게 너무 중요하죠. 왜냐면 세월호에 관심이 있는 정치인이 선출되어야지만 특별법 개정안을 통과시킬 수 있거든요. 그래서 간담회 다닐 때 총선의 중요성을 강조해요. 총선 당일까지 열심히 알리고 설득해야죠.”

“국민들, 더 이상 힘의 논리에 휘둘리지 않았으면…”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한마디씩 해주세요.

안영미 : “누가 아무리 ‘가만히 있으라’고 해도 국민이 깨어나서 아닌 건 아니라고 외치면 좋겠어요. 새누리당을 안 찍으면 침몰하는 게 아니라 가만히 있으면 침몰하는 거예요.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국민이 되면 좋겠어요.”

박유신 : “국민이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고 하는데 그게 현실이 되어 그 말처럼 되면 좋겠어요.”

박은희: “오늘 아침에 나오는데 새누리당 김명연 후보 측에서 플랜카드를 걸고 있는데 ‘힘 있는 여당이 되어야 경제가 살아난다’고 써있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이젠 우리 국민이 더 이상 힘의 논리에 휘둘리지 않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힘 있는 사람은 힘이 없는 사람에게 관심이 없다는 걸 깨달으면 좋겠어요. 마치 힘 있는 사람 옆에 서면 자신도 힘 있는 걸로 착각하는 데서 이젠 벗어나야죠.

또 언론이 권력의 하수가 되어 살아가는데 한번 된통 당하면 좋겠어요(웃음). 그리고 세월호 참사에 연루된 사람들 가운데 누군가가 양심선언 하길 바래요. 그래서 이 거짓의 탑이 서서히 무너지길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