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러방지법 처리 저지를 위한 필리버스터가 끝나고 2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재개된 본회의에서 새누리당 주호영 의원 외 156명이 발의한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에 대한 수정안이 재석 157인, 찬성 156인, 반대 1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9일 밤낮동안 이어진 야당의 192시간 26분의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에도 불구하고 ‘무소불위 국정원 강화법’ 비난을 받고 있는 테러방지법이 일점일획도 수정되지 않고 3일 통과됐다.

마지막 주자로 나선 이종걸 원내대표는 장장 12시간 31분 동안 무제한 토론을 하면서 “시민사회와 수정안을 만들었다”며 “국민의 뜻이 있다면 새누리당이 좀 져줄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눈물로 호소했지만 새누리당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이종걸 원내대표를 비롯한 106명의 의원이 발의한 수정안은 재석의원 163명 중, 찬성 107명, 반대 156명으로 부결됐다.

이어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의원들이 전원 퇴장한 가운데 진행된 주호영 의원 등 156명이 발의한 테러방지법이 새누리당 의원 전원 찬성으로 통과됐다. 재석의원 157명 중 156명 찬성, 반대 1명으로 의결됐다. 국민의당은 표결이 시작되면 퇴장하기로 의견을 모았지만 김영환 의원이 홀로 참석해 반대표를 던졌다.

표결 직전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테러방지법안 이종걸 수정안 : 반대, 주호영 수정안 : 찬성”이라고 적힌 메모를 의원들에게 돌렸다.

유시민 전 장관은 팟캐스트에서 새누리당에 대해 “항공기 테러범 납치범과 협상하는 것보다 힘든” 당이라고 힐난했다.

안도현 시인은 SNS에서 “박정희의 중앙정보부는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고 했지. 그 시절 새들이 얼마나 공포에 떨었겠어. 박근혜의 국가정보원도 드디어 나는 새를 떨어뜨릴 위력을 갖게 되었네. 새들이 세상을 뜨겠네”라고 개탄했다.

이재화 민변 사법위원장은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권이 테러를 빙자한 헌법유린법을 통과시켰다”며 “국정원을 앞세워 장기집권을 획책하는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을 총선에서 응징하자”고 정권 심판을 촉구했다.

김진애 전 의원은 “국정원 폭주 우려에도 불구하고 일획도 못 고친다는 새누리당, 국가비상사태를 설명하지 못하는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에 테러방지법이 통과되었다”며 “190시간의 필리버스터 정신을 어떻게 행동으로 옮겨야 할 것인가? 당장 숙제”라고 지적했다.

전우용 역사학자는 “루쉰은 “의심받고 잡혀가지 않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는 무기력한 중국인들이 썩어빠진 중국을 만들었다”고 질타했다”며 “의심받지 않는 걸 ‘다행’으로 여기는 무기력한 국민은, 썩어빠진 나라밖에 못 가진다”고 국민 각성을 촉구했다.

장외 필리버스터를 진행해온 참여연대는 “주호영 발의 테러방지법 본회의 통과. 국정원의, 국정원에 의한, 국정원을 위한 법이 태어났다”고 개탄했다.

서주호 정의당 서울시당 사무처장은 “부정선거와 간첩조작 까지 저지른 국정원, 개혁은 커녕 ‘테러감별사’라는 초헌법적 권한까지 거머쥐고 또 얼마나 많은 정치공작을 하게 될까요?”라고 우려했다. 

‘수요예술행동 청년예술가 네트워크’의 홍승희씨는 “대통령풍자 홍대 그래피티 작업 때문에 검찰에서 조사받으러 오라고 연락이 왔습니다. 테러방지법 통과됐으니, 지금까지 해온 예술작업도 이제 재물손괴가 아니라 테러방지란 탄압 구실이 생겼네요”라며 “‘자유’ ‘민주주의’ 대한민국”이라고 꼬집었다.

트위터 이용자 ‘Rend*******’은 “테러방지법 정국에 대응하는 건 결국 우리나라 사회에 대한 신뢰와 자유의 강조”라며 “기본권, 인권 모두 좋은 말이지만 자유만큼 강렬하진 않다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올렸다.

‘Bitt*****’은 “테러방지법이 통과되었습니다. 당신의 삶은 그대로일 겁니다. 그러나 당신의 모르는 누군가의 삶은 망가질 수도 있습니다”라며 “누군지는 모릅니다. 그러나 그게 당신일수도 있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