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9월 26일(현지시간) 오후 유엔 컨퍼런스룸에서 열린 새마을 운동 고위급 특별행사에서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반기문 유엔총장의 전격 평양 방북설,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의 ‘이헌집정부제 개헌’ 주장 등 일련의 흐름과 관련 보수진영의 장기집권 프로젝트가 가동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경향신문 김민아 논설위원은 17일 “이원집정부제 개헌은 청와대 밖에 ‘삼성동 폐하’를 모시겠다는 얘기”라며 “서울광장에서 “개헌 반대, 독재 타도” 구호가 울려퍼지는 날이 오지 않기를 바란다”고 경고했다.

김 논설위원은 이날 <‘반기문 대통령·친박 총리’의 나라>란 제목의 칼럼에서 “대통령과 측근과 친박세력의 이해가 일치하는 지점이 박 대통령의 집권 연장”이라며 “충청 출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대통령, 대구·경북(TK) 출신 ‘진실한 사람’을 총리로 내세운다면? 선거공학 측면에서 봐도 유혹적인 조합”이라고 분석했다.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도 김 위원은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내년 4월 총선의 목표를 “180석”이라 공언한다”며 “분권형 개헌을 외쳐온 일부 야당 의원까지 끌어들여 개헌 의결 정족수(200석)를 채우는 일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그는 “정가에선 박 대통령이 차기에 ‘바지 대통령’을 내세워 중임제 개헌을 하도록 하고, 차차기에 재출마한다는 시나리오가 떠돌았다”며 “민주주의 체제의 상식을 뛰어넘는, 공상 중의 공상”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이어 김 위원은 “대통령 본인 뜻이든, 친박의 호가호위에 불과하든 주권자를 졸로 보는 발상”이라며 “자기들끼리 치고받느라 정신없는 새정치민주연합이 과연 정권 연장용 개헌을 저지할 수 있을까”라고 우려했다.

“반기문 표 흔든 것, 대선 가는 기차 탔다…프로젝트 시작된 것”

노회찬 정의당 전 대표는 16일 팟캐스트 ‘노유진의 정치카페’에서 ‘반기문 총장 방북설’에 대해 “어디서 내릴지 모르지만 대선 가는 기차를 탄 것 같다”고 말했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도 “갑자기 평양 방문을 예고한 것이 ‘나 표 끊었어요’라고 표를 흔든 것으로 본다”며 “국내 정치용 이벤트이다. 프로젝트가 스타트가 된 것 같다”고 의견을 보탰다.

이어 노 전 대표는 “대통령은 특정지역에 강력한 지지기반을 갖고 있고 퇴임해도 나이가 많지 않다”며 “수렴청정이 가능한 이원집정부제가 오히려 자신을 강력하게 보호해준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 경남기업 고 성완종 전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2억원을 받은 의혹이 제기된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이 지난 6월 9일 새벽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조사를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개헌 가능성에 대해서도 노 전 대표는 “내년 총선에서 야권이 새로운 리더십으로 결속력 있게 승리하지 않는다면 국민의 실망은 깊어지면서 충분히 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그는 “현재 야권에서는 제대로 야당을 만들어 집권해서 이 나라를 바꿔보겠다는 생각보다는 패거리 정치를 하고 있다”며 “내각제 요소가 강한, 국회의원이 강해지는 이헌집정부제를 선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아무 관계 없어 보이는 홍문종 의원의 언론 인터뷰 발언부터 시작해서 뜬금없는 친반연대 출연, 반기문 총장의 갑작스러운 평양 방문, 분권형 대통령제에 대한 여러 시나리오, 이런 모든 것들이 하나의 흐름을 가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새누리당의 개헌선 확보, 제1야당의 정치적 붕괴, 야권의 선거 참패, 새누리당의 총선 압승,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 반기문 카드의 등장, 모든 것들이 소위 말하는 보수대연합의 영구집권으로 가는 전조를 보여주는 것 같다”며 “모든 희극적 사건들이 가리키는 방향은 비극적이다. 이 예측이 안맞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 전 장관은 “정신 좀 차리자. 전체 상황의 키를 쥐고 있는 것은 제 1야당의 내부적 단합과 혁신, 야권의 튼튼한 결속과 연대 그것”이라고 강조했고 노 전 대표도 “정신 차리지 않으면 계속 갈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