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망할 것도 없었다.

정치에는 협의의 정치, 광의의 정치가 있다. 맹자는 협의의 정치를 ‘해부의 정치’라고 했고 광의의 정치를 ‘왕도’라고 했다. 지금 여의도 정치는 자기 개인의 이해에 급급한 정치, 즉 국회의원직을 유지하기 위한 정치에 불과하다. 나는 그 한계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진짜 정치를 하고 있는거다. 그리고 진짜 정치를 하고 있는 사람에게 박수를 보내고 이런 사람을 독려하는 게 좋은 정치인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니까 자꾸 나더러 굳이 여의도에 와서 정치하라고 할 필요가 없다.

Q. 새정치연합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야당성을 잃고 여당에 끌려 다닌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뭐가 문제라고 생각하나.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 굳이 얘기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다만, 내년 총선에서 깨져봐야 정신을 차릴거다. 그리고 깨질 가능성이 높다. 신당 창당 움직임에 당은 당대로 버벅거리고 있지 않나.

당 지도부, 특히 문재인 대표에게 총선에 목매지 말라고 얘기하고 싶다. 총선은 예선전이고 본선은 대선이다. 총선에 연연하지 마시라.

Q. 김상곤 위원장을 필두로 한 혁신위원회가 혁신안을 계속해서 내놓고 있다. 어떻게 평가하나.

혁신하려면 이것밖에 없다. 공천 혁신하고, 해당행위자들, 기득권들 다 쳐내는 것 그게 혁신의 핵심이다. 혁신하는 척만 하지 말고 총선 때 죽을 각오로 쳐낼 사람은 다 쳐내야 한다.

이기고자 한다면 내려놓는 것부터 해야 한다. 하지만 이게 쉽지 않다. 시련을 겪어보지 않은 이들에게 시련의 길로 나아가라고 하는 건데 이게 결코 쉽지 않다.

Q. ‘셀프 디스’ 등 새정치연합의 혁신을 위한 새로운 시도에 대한 생각은

아이디어 자체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셀프디스’는 간단하게 말하면 성찰하라는 의미다. 하지만 지금의 ‘셀프디스’도 자기 홍보의 장이 되어 버렸다. 정말 ‘셀프디스’하려면, 예를 들어 ‘제가 법적으로는 걸리지 않고, 공소시효도 다 지났지만, 사실 불법자금을 받았다. 법적인 책임은 없지만 지금에야 양심 고백을 한다. 앞으로는 절대 이런 짓 하지 않겠다. 정말 깨끗한 정치 하겠다’.. 이런 게 셀프디스 아닌가. 그런데 이런 고백하는 정치인이 하나도 없다.

Q. 본인을 ‘셀프디스’ 한다면

17대 국회의원 하면서 불법 정치자금 받고, 양심적으로 행동한다고 하면서 늘 비양심적으로 살았다. 난 정의로운 인간이 아닌데 정의로운 척 하고 살았다. 그런데 어느 날 누가 날 정의로운 인간으로 만들어줬다. 어쩔 수 없이 정의로운 삶을 살게 됐다. 그러나 세상이 바라보는 눈과는 달리 불법적인 일도 많이 했고, 지금도 그 불법적인 유혹에 빠져있다. 그러니까 나한테 너무 기대하지 마시라.. 이 정도 하겠다.

나는 지금 공인보다 더 공인 같은 삶을 살고 있다. MB로 인해 나는 공인의 삶이 뭔지 알게 됐다. 공인의 삶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MB가 알려준 셈이다.

Q. 굉장히 솔직한 ‘셀프디스’다.

사람은 살면서 어쩔 수 없이 불법적인 상황에 놓이는 순간이 있다. 이런 경우 어쩔 수 없지만, 굳이 나서서 하지 않아도 될 불법을 행하지는 말자는 게 내 삶의 철학이자 지론이다.

Q. 2015년 대한민국, 어떻게 평가하나.

대한민국은 현재 붕괴와 몰락의 방향으로 가고 있다.

Q. 이런 현실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뭐라고 보나.

우리는 세상을 바꾸는 일에 자꾸만 큰 일, 조직적인 일, 의미 있는 일만 언급 한다. 언론 지형이 기울어져서 자꾸만 공정하지 않은 싸움이라고 하는데, 이겨서 이긴 성과물로 바로 잡으면 되는 거다. 기울었으면 기운 상태에서 싸워야 한다. 정봉주를 정치 못하게 하면 정치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서 싸우면 된다. 다른 사람이 잘하기를 기대하지 말고 나부터 잘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