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은 해킹 프로그램 구입 문제가 일파만파 확산되자 지난 17일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내고 “35개국 97개 기관이 해당 프로그램을 구입했다”고 밝히면서 “우리나라처럼 시끄러운 나라가 없다”는 입장을 내놔 여론의 비판을 받았다.

국정원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한겨레> 정문태 국제전문기자는 “‘해킹’ 우리나라만 난리라고? RCS 구입한 35개국을 따져보자”는 제목의 25일자 기사를 통해 이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특히 정 기자는 “우리나라처럼 시끄러운 나라가 없다”는 국정원의 입장과 “30개국 정보기관, 이탈리아 해킹팀과 거래...해당국들 ‘안보현안’ 차분히 대응”이란 제목의 19일자 조선일보 기사를 거론, “더 큰 문제는 국정원과 조선일보의 외신판 읽는법(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인터넷만 때려 봐도 줄줄이 외신이 뜨는 마당에 공부를 전혀 안 했거나 거짓말을 했거나 이도 저도 아니면 세상 돌아가는 판을 못 읽었거나 그 속내야 알 수 없지만 뭐가 됐든 집권당 정보위원회 간사도 국정원도 정보 관련 일을 할 자격이 없는 것만큼은 분명하다”고 일갈했다.

▲ 정보위원회 간사인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과 위원인 박민식(오른쪽) 의원이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국정원 직원의 죽음과 관련, 브리핑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정문태 기자는 2015년 국경 없는 기자회(RSF)가 매긴 세계 언론자유 지표와 2014년 <이코노미스트>가 매긴 민주주의 지표를 근거로 이들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들 35개국 중 언론자유가 최악으로 꼽힌 21개 나라 가운데 타이 같은 몇몇 나라를 빼면 거의 모든 나라 언론이 자국 정부가 해킹팀 자료 유출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조차 제대로 보도할 수 없는 형편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 기자는 “압제적인 정부 아래 언론이 입도 뻥긋할 수 없는 그 21개국은 ‘강제당한 고요함’이었고 ‘강제당한 차분한 대응’이었을 뿐”이라고 부연했다.

그런가하면 한국이 포함된 중간그룹과 그나마 언론 자유가 보장된 13개국(한국제외)에서는 “해킹팀 사건이 터지자마자 저마다 자국 정부한테 강한 의혹을 달았다”고 소개했다.

이어 “하지만 그 나라들은 대한민국보다 애초 덜 시끄러울 수밖에 없는 조건이 있었다”면서 “대한민국처럼 시민을 적으로 여겨온 정부와 정보기관한테 불법 도청당하거나 감시당한 경험이 없었던 까닭”이라고 꼬집었다.

정 기자는 또 ‘13개 나라 언론들은 여전히 해킹팀 사건을 주요 뉴스로 보도하고 있고, 유럽연합도 해킹팀의 불법성을 조사하겠다고 나섰다’고 전하면서 “다른 나라라고 결코 조용한 상태가 아니다. 국정원이나 조선일보가 세상 돌아가는 모습까지 얼렁뚱땅 속여 가며 넘어 갈 일이 아니라는 뜻”이라고 일침을 날렸다.

한편, 해당 기사를 접한 네티즌들 또한 국정원의 이 같은 해명에 대해 “구입한 게 문제가 아니고 어디다가 썼느냐가 문제”, “우리나라처럼 대선개입한 나라가 어디 있습니까? 그러니 (다른 나라는) 정보기관 신뢰해서 조용한게지유. 최고후진국은 대한민국”, “여당은 국정원 대변인인가” 등의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