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은 국정원 현직 직원의 자살을, 국정원이 해킹 프로그램을 국내정치인 사찰과 대선개입에 사용됐다는 의혹을 차단하는 꼬리자르기용으로 이용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여당 의원들은 국정원 직원의 자살이 야당 의원들의 과도한 의혹 제기 때문이라며 야당 탓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18일, 이탈리아 업체로부터 해킹 프로그램을 구입해 사용한 국정원 현직 직원이 자살한 이후에도 국정원의 국내정치 개입 및 민간인 사찰 파문은 점차 확산되고 있다.

▲ 19일 경기 용인시 용인동부경찰서에서 전날(18일) 용인 처인구의 한 야산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된 국정원 직원 임모(45)씨의 유서 3장 가운데 국정원과 관련해 남긴 1장의 유서가 공개됐다.<사진제공=뉴시스>

그러나 여당 의원들은 국정원 직원의 자살을 계기로, 국정원의 국내정치 개입은 없었을 것이라며 야당을 향해 이를 두고 더 이상의 정치공세는 안된다고 반격하고 나섰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은 20일 <CBS 박재홍의 뉴스쇼>에 출연해 “(자살한 직원이) 자기 때문에 (대북 공작이나 대테러용의자 정보 파악을 위해 사용한 파일이 복구되면 기밀들이 밝혀지는) 문제가 될 것 같은 그런 우려감에서 그런 것(자살 한 것) 아니겠냐. 그리고 야당에서 국정원을 얼마나 공격할 건지 국정원이 흔들린다”면서 “자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생길 것 같기 때문에 압박감을 많이 받은 것 같다”고 국정원 직원의 자살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그는 국정원의 국내정치 개입 및 민간인 사찰 의혹과 관련해서도 “이런 문제는 절대로 없다고 이렇게 이야기를 했으니 믿어야 된다”면서 “여야 합의하에 현장검증을 하면 명백히 드러날 문제”라고 주장했다.

국정원은 국정원 직원이 삭제한 파일을 복구해 여야 정보위 소속 의원들에게 전부 공개하기로 했다. 여야 의원들은 이날 국정원의 현장 검증을 통해 복구된 파일을 열람하기로 했다.

또 이 의원은 “이(해킹) 프로그램 관련해서 대개 35개국 97개 정보수사기관이 활용을 했는데 우리나라만 이렇게 유독 난리가 났다”며 “어떤 나라에서도 이와 관련해서 언론에는 나온 적도 없고 정보수사기관에서 대답한 적도 없다”며 국정원이 해킹 프로그램을 구입해 사용한 것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야당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야당에서는 더 이상 국가정보기관을 의혹 부풀리기 이런 식으로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어제도 야당에서 국내 IP가 138개 있다고 이렇게 이야기 했다. 확인해 보니 디도스 공격용으로 쓰인 좀비 PC였다. 안철수 의원이 한번만 확인을 했으면 100% 확인할 수 있는 것을 의혹 부풀리기 해서 국민들을 불안하게 해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문종 “자살 직원 수사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가이드라인 제시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도 이날 <PBC 열린세상 오늘! 윤재선입니다>에 출연해 “왜 총선 전에 국정원이 이런 프로그램을 구입했는지 이런 문제에 대해서 너무 의혹의 눈길로만 쳐다봐서는 안되는 것 아닌가 싶다”며 “국가안보 이런 문제를 우연히 오비이락으로 대선하고 겹치는 결과가 돼서 국민들은 그런 생각(국정원이 대선에 사용했다는)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밝혀진 바에 의하면 대선하고는 아무 관계없이 구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홍 의원은 국정원의 해킹 프로그램 구입과 담당 직원의 자살 사건에 대한 수사에 대해서도 “명명백백하게 밝히는 건 중요하지만 국정원이 사실상 자기 업무가 마비되는 그런 결과를 초래한다”면서 “그래서 우리가 스스로 국정원을 해체하게 되는 그런 결과를 초래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래서 굉장히 조심스럽게 이 문제에 접근을 해야 한다”고 미리부터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그는 또 국정원의 현장 검증을 국회 청문회 후로 하자는 야당의 주장에 대해서도 “국민들도 이 문제에 대해서 야당의 의도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국정원이 이 프로그램을 선거용으로 구입했다는 야당의 주장은 현재로써는 밝혀진 바가 없고 국정원에서 이 문제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너무 앞서 나가서 국민을 오도하는 것 같은 야당의 태도는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야 “국정원 복구된 자료 상당부분 삭제·변형됐을 가능성 높아”

반면, 야당에서는 국정원의 이 해킹 프로그램 사용과 해당 직원의 석연치 않은 자살이 국내정치인이나 민간인 사찰이 있었다는 의혹을 강하게 제시하면서 국회 청문회를 통한 진상규명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더 나아가 국정조사 및 특검도입도 주장하고 있다.

국회 정보위 소속 간사인 새정치민주연합 문병호 의원도 이날 <CBS 박재홍의 뉴스쇼>에 출연해 “(국정원 직원이 자살하면서 남긴) 유서대로 사찰이나 정치적인 개입은 없었던 것인지 의문이 든다”며 “혹시라도 국내정치인이나 민간인 사찰이 있었다는 의구심도 든다”고 밝혔다.

문 의원은 또 국정원의 복구 자료 현장 열람 방침에 대해서도 “그 자료나 현장이 제대로 보존된 것인지 알 수가 없다”며 “상당부분 삭제되거나 변형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에 사전에 그런 부분에 대해서 국회청문회서 검증을 하고 다음에 현장을 봤으면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회 청문회를 통해 어느 정도 진상규명 활동을 하고, 이를 통해서 뭔가 불법적인 단서나 증거가 확보되면 특검이나 또 국정조사까지 가서 좀 더 철저하게 규명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