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조작’ 의혹을 받아온 국가정보원 직원 임모 과장의 빨간색 마티즈가 이미 폐차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임 과장이 숨진 채 발견된 지 불과 나흘만에 폐차 처리된 것이다.

23일 <한겨레>에 따르면, 이날 발급된 해당 차량의 자동차등록 원부를 보면 차량은 22일 번호판을 반납하고 폐차된 것으로 나타난다.

2005년 처음 등록돼 임씨 구입 때까지 주행거리가 21만9149㎞였던 해당 차량은 지난 2일 임씨로 명의가 이전된 뒤 정확히 1천㎞를 더 달려 폐차 때까지는 22만149㎞의 주행거리를 기록했다. 임씨가 구입한 지 20일 만에 폐차한 것.

▲ 정원 직원의 마티즈 차량이 찍힌 CCTV 영상(왼쪽)과 경찰이 재연한 영상 (사진제공=경기청)

18일 오전 4시50분께 이 차량을 타고 집을 나선 임씨는 같은 날 오후 운전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튿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이 진행됐고, 경찰은 “임씨 목에서 그을음이 발견됐으며 일산화탄소 수치가 75%로 나왔다”고 밝혔다.

경찰은 해당 차량에서 조수석과 뒷좌석에 번개탄을 피운 흔적이 발견됐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결론 내리며 사실상 수사를 종결했다.

임씨의 마티즈 차량에 대한 의혹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은 22일 “초록색이던 마티즈 번호판이 경찰 CCTV 화면에는 흰색”이라며 ‘차량 조작설’을 제기했다.

또한 전 최고위원은 발견된 임씨의 차량과 CCTV 화면 속 차량의 범퍼가드와 안테나 등도 차이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23일 동일 시간대에 유사한 차량으로 CCTV에 촬영되는 모습을 재연, “피사체가 과도한 빛에 노출되었을 때 나타나는 현상으로, 실제 색과 다르게 보일 수 있지만 차량은 동일하다”고 조작 의혹을 부인했다.

번호판 색 등으로 ‘차량 조작설’ 논란이  뜨겁던 날 임 과장의 마티즈가 폐차됐다는 소식에 네티즌들은 ‘황급한 폐차’라며 의혹의 눈길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한 네티즌(나**)은 “무슨 증거를 저렇게 빨리도 없애냐.. 뭔가 불안해서 그런가”라고 의문을 표했고, 또 다른 네티즌(헤*)은 “지금까지 국정원에서 한 발표는 모두 거짓임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논란의 한복판에 있는 증거물을 없앨 수가 있는지 이게 정상인가?”라고 반문했다.

이 밖에도 “일반적인 사고 차량도 이렇게 숨 가쁘게 폐차 하는 일은 없을거다. 뭘 숨기고 싶은거냐”(맑**), “국민을 바보로 알아. 생각할수록 기분 나쁘네”(자**), “당당한데 왜 파일 삭제하냐. 자기와 조직의 결백 증거인데. 왜 이렇게 논란 중인데 지금 폐차하나”(KK***), “전 국민적으로 논란이 되는 유일한 증거물을 신속히 폐차, 증거인멸, 이게 검찰, 경찰, 국가냐”(고장**), “증거인멸 시도로 보이는데.. 그 와중에 서둘러 폐차시킬 생각을 하는 게 정상인가?”(부**) 등의 반응들이 쏟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