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2008년 광우병의 위험성을 보도한 MBC <PD수첩> 제작진에 대해 사측이 지난해 내린 재징계는 무효라고 판단했다.

16일 서울서부지법 제11민사부(부장판사 김한성)는 <PD수첩>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편 제작진이 제기한 정직 등 재징계 무효 소송에서 MBC의 재징계는 무효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MBC는 법원의 이 같은 판결에 대해 “광우병 사태가 초래한 국가적 혼란에 대한 심각성을 법원이 외면한 것으로 국민들에게 비춰질 수 있다”면서 “공정한 방송과 올바른 조직기강을 정립하려는 방송사의 노력에 치명적 훼손을 입혔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 <사진제공=뉴시스>

이에 대해 언론노조 MBC본부 조능희 본부장은 17일 ‘go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법원이 두 번이나 징계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이에 대해 MBC는 이젠 법원까지 비난하고 있다”면서 “무법천지에 오만방자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법원의 거듭된 무효 판결에도 MBC가 징계를 강행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조 본부장은 “주먹은 가깝고 법은 멀다는 논리 아니겠냐”면서 “대한민국에 자사 직원에게 이렇게까지 하는 회사가 있을까싶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앞서 MBC는 지난 2011년 9월 PD수첩 <광우병 편> 제작진이 허위 사실을 방송해 시청자들에게 혼란을 일으켰고, 회사가 사과 방송을 하는 등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조능희‧김보슬 PD에게 정직 3개월, 송일준‧이춘근 PD에게 감봉 6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이에 제작진들은 즉각 징계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고, 1‧2심 재판부는 사실상 PD수첩 제작진의 손을 들어줬다. MBC는 당시 상고를 포기했지만 지난해 4월 조능희‧김보슬 PD에게 정직 1개월, 송일준‧이춘근 PD에게 감봉 2개월의 징계를 또다시 내렸다.

당시 MBC는 “1심 법원이 ‘징계 무효’ 판단을 내려 징계 처분을 취소했지만, 2심 법원이 ‘방송 내용이 허위임이 인정된다’고 판결해 징계에 이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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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하면 MBC는 징계와 해고는 무효라는 재판부의 판결에도 자사 직원들에게 또다시 징계를 예고하면서도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재철 전 사장에게는 징역형이 과하다며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하는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측의 이 같은 행보에 조능희 본부장은 “원칙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MBC 등 공영방송의 공정성 회복을 위해서는 사장선임 제도 개선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MBC의 사장은 여당대 야당 추천 6대3(총9인)으로 구성된 방송문화진흥회에서 선출된다. KBS 또한 7대4(총11인)에서 다수결로 결정된다.

조 위원장은 “잘못된 사장선임 제도 때문에 김재철 사장의 횡포도 제어하지 못했다. 그리고 김재철 수하들의 횡포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면서 “공영방송의 공정성 회복의 궁극적인 해결책은 결국에는 공영방송의 사장선임 제도 개선에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MBC가 예전의 명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결국 사람 문제”라면서 “MBC가 쫓아내고 현업에서 배제시킨 좋은 PD와 기자, 좋은 제작진들이 다시 현장으로 돌아오면 좋은 보도와 시사교양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