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이탈리아 해킹업체 ‘해킹팀’으로부터 프로그램을 구매한 것과 관련, 거짓해명 논란이 일고 있다. 이병호 국정원장이 국회에서 2012년에만 구매했다고 증언했으나 2014년에도 구매한 물증이 드러난 것이다.

17일 <한겨레>에 따르면, 2010년부터 최근까지 고객별 매출현황을 담고 있는 ‘고객 개요 리스트 20150603’의 파일을 분석한 결과, 국정원(SKA 이름 사용)과 해킹팀이 거래한 액수는 모두 68만 6,400유로(약 8억6천만)에 이른다.

이는 해킹 프로그램 구매액과 기존에 구매한 프로그램의 유지보수 비용을 합한 금액으로 유지보수 비용을 뺀 구매 금액은 52만6000유로다. 이 중 44만8000유로는 국정원이 말한 원격제어시스템을 구매했던 2012년에 지불한 액수다.

거래 영수증을 보면 국정원은 원격제어시스템을 최초 도입했던 2012년 1월에 39만유로, 추가 구매가 이뤄진 7월에 5만8000유로를 지불한 것으로 나온다고 <한겨레>는 전했다. 그런데 둘을 합해도 총 구매액에서 7만8000유로가 비게 되는데, 나머지 거래는 2014년에 추가로 이뤄졌다.

<한겨레>는 2014년 11월5일 구매 영수증에서 국정원은 ‘원격공격시스템(Remote Attack System)’ 구매 비용으로 7만8000유로를 지급한 것으로 나온다고 보도했다. 이는 그동안 해킹 프로그램으로 언급되던 원격제어시스템과 다른 명칭의 프로그램이다.

▲ 이미지출처 = 국가정보원

구매 시점 전후로 국정원과 해킹팀 사이에 오간 전자우편을 보면, 원격공격시스템 역시 상대방 스마트폰 등을 해킹하기 위해 쓰이는 스파이웨어로 추정된다고 <한겨레>는 전했다.

신문은 이번 해킹팀 감청 프로그램 운영과 관련해 국정원이 국회에 한 해명이 ‘축소 또는 은폐’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이병호 국정원장은 지난 14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2012년 1월과 7월 각각 10명씩 20명 분의 원격제어시스템을 구매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국정원의 이같은 ‘거짓말’ 논란에 네티즌들은 “민주주의 근간을 훼손한 국기문란 사건”(도*), “대한민국 정부와 국정원의 주적은 대한민국 국민이었다”(TRU****), “청와대 안에 가려진 커튼 뒤에 숨어서 국민들의 피를 빨아먹는 잔인한 국정원”(K91***), “상식적인 나라라면 탄핵가고 정권이 바꿔야하는데 비상식적이라서”(우*), “부정부패의 절정을 보여주는 막장 대한민국”(열*) 등의 비판 반응들을 보였다.

한편, 국정원이 해킹 프로그램으로 ‘사찰 의혹’을 받고 있는 것과 관련해 새누리당은 “국가의 안보와 안위를 위해서 비밀스럽게 정보를 다루는 기관이 해킹 프로그램 구입에 대해 구입여부를 그렇게 쉽게 확인해주는 것이 맞는 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일축해 국정원에 사실상 ‘함구령’을 내려 논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김영우 새누리당 대변인은 이날 “같은 프로그램을 구입한 것으로 보이는 35개 나라 가운데 그 어느 나라도 구입여부를 스스로 밝힌 나라는 단 한 나라도 없다”며 “국정원은 보다 굳건한 소신을 가지고 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야당의 ‘스마트폰 해킹 시연회’에 대해서도 “수권정당임을 자부하는 제1야당이 뜬금없이 국회에서 해킹 시연회까지 하는 것은 국민의 불안감만 조장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라 여겨진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