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오늘자 <경향>에 나온 신경숙 작가의 인터뷰 어떻게 봤나.

기자들이나, 대중들의 소감이 더 궁금하다. 혹시 내가 일반인의 상식과 정서와는 동떨어진 생각을 가지고 있나 싶어서…. 지금 그 인터뷰 내용을 읽고 반박문을 쓰고 있는 중이다. 조심스럽다. 영향을 받을까봐 다른 사안의 반응 등을 안보고 순수하게 쓰고 있다.

신경숙 작가의 인터뷰를 보고 느낀 것은 일단 부분적인 것이다. 감안해 달라. 우선은 표절에 대처하는 자세는 옛날에 했던 식과 똑같은 것으로 보여 진다.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겠지’ 이런 생각. 그리고 신 작가가 인터뷰에서 ‘표절 문제제기가 나올 수 있다’고 했는데, 누가 신 작가더러 표절 문제제기가 맞는지 틀린지 평가해달라고 했나. 문제제기 할 만 하다는 말을 하면서 평가했다. 참으로 오만한 변명이다. 양심도 없고, 사회적 책임도 없는 참으로 실망스러운 인터뷰 내용이다.

Q. 한 방송에서 신경숙 작가가 표절 작품으로 벌어들인 인세를 독자들에게 전부 환불할 정도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할 경우 고발을 취소하겠다는 말을 했는데.

그렇다. 그건 일종의 ‘진정한 사과’가 어느 정도인지 쉽게 설명하려고 예를 든 것이고 핵심은 진정한 사과와 구체적 이행‧실행 의지를 보이면 고발을 취하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신 작가 인터뷰 내용을 보니 끝까지 법으로 가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차라리 그냥 그대로 숨어서 계속 은둔해 있지 왜 또 나타나서 이런 말로 대중들을 자극시키고 분노를 유발시키나. 또 문제가 된 ‘전설’을 단편집에서 빼겠다는 것 아니냐. 그 이야기는 마치 문제 있는 부분만 도려낸 불량식품을 먹어도 되겠다는 발상을 하고 있는 것처럼 받아들여진다.

과연 이런 분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작가가 맞는가. 출판사 창비와 의견 조율을 한 것인가. 창비도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묻고 싶다. 이런 발상이라면 조만간 출판사에서 그 단편집 중 전설 부분만 빼서 인세를 1/n로 계산하겠다는 발표가 나올 것 같다. 어처구니없는 발상이다.

Q. 문학계 표절논란은 물론 학계에서 제기된 논문표절 문제도 유야무야 넘어간 측면이 없지 않다.

학계는 고질병이다. 대학에서 ‘논문표절’도 그냥 넘어간다. 취소한 것도 없고, 징계한 것도 없다. ‘알아서 조사하겠다’ 하고 솜방망이 처벌하고, 논문 표절 제보한 교수들에게 (오히려) 전보․징계 조치 내리고 모함을 이유로 붙여서 해임시키기도 하고. 학계나 문단이나 장난 아니다. (예전에도 비슷한 문제를 제기했던) 이응준 작가는 ‘핀잔 받았다’, ‘왕따 당했다’ 정도만 이야기 하는데 대학은 아니다. 대학에서 교수 논문을 비판하는 것은 거의 힘들다. 대학에서 같은 일들을 많이 겪었다. 문단에서도 똑 같은 양상이다.

Q. 파리에서 박사 공부를 하셨다. 파리나 독일은 표절논란에 휘말린 작가들의 경우 문단에서 어떻게 되는가.

여기서 바로 문화적 수준이 드러난다. 대학이나 문단이나 한 두 문장만 표절 논란이 지적되면 교수로서, 작가로서의 생명은 끝이다. 이게 바로 선진국과 후진국의 문화 차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신경숙 작가 사례가 그냥 지나가버리면 어느 누가 표절 문제를 제기하고 표절을 두려워하겠나. 있을 수 없는 이야기다.

Q. 신경숙 작가 고발 사례가 사회적 공론의 장이 형성되고 대중들의 정서가 바뀌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는지

고발 할 때 그런 취지였다. 언론과 대중의 지지를 얻을 것처럼 생각하고 했는데 혼자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언론과 대중이 각자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언론도 자기잣대로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그런 식의 글을 써야 한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 반박하는 게 사회 공론의 장인데 (지금은)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 당사자인 신경숙은 ‘무시한다’는 태도고, 또 고발한 현택수는 ‘고발 취소해야 한다’는 반응이다. 세상은 이렇다.

Q. 신경숙 논문표절 논란의 핵심은

이것은 상식의 문제다. 문학에 발 담그고 있는 사람으로서 최소한의 양심과 사회적 책임 때문에 (고발)했다. 이 정도로 판을 깔았으면 사회 각계에서도 최소한의 의식은 있어야 한다고 본다. 남 일 보듯, 강 건너 불 보듯 하면 우리 모두가 공범일 수 있다. 그냥 이렇게 내버려둔다면 누가 다시 표절 문제를 거론하겠나. 고발할 제2의 현택수는 없을 것이고, 언론도 대중도 없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대한민국 표절공화국 만세’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