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조회 과정서 ‘세월호 참사‧현안 추궁’…“삼권분립 어디로?”
법원에서 뽑는 경력 판사 지원자들에 대해 국정원이 신원조사를 하면서 세월호 참사를 비롯한 민감한 현안에 대한 의견을 물어 사상검증을 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6일 <SBS뉴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국정원이 경력판사직 지원자에게 세월호 사건을 비롯한 민감한 현안과 노조 사건에 대한 SNS 활동에 대해서도 추궁했다. 이에 대해 SBS는 사상검증 의혹을 제기했다. 사상검증은 지난 2005년 인권위 권고에 따라 신원조사에서 제외된 항목이다.
따라서 국정원이 판사 임용지원자의 신원조회를 하면서 부차적인 질문을 한 내용이 사상검증의 성격을 지닌다면 명백한 인권위 권고를 따르지 않은 것이다.
참여연대 박근용 협동사무처장은 “국회의원 출마자에 대해서 국정원이 뒷조사하는 것과 똑같이 독립적인 판사에 대해 국정원이 뒷조사하는 것과 똑같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신원조회는 관련법에 근거한 것…부차적인 질문은 확인해야”
이에 대해 대법원은 27일 ‘go발뉴스’와 통화에서 “국정원의 판사 임용 지원자에 대한 신원조사는 ‘국정원법’ 제3조 제2항과 대통령훈령 제54조, 대법원 비밀보호규칙 제61조에 따른 것”이라며 “SBS는 이에 대해서도 ‘사실상 면접’이라고 했는데, 이는 면접이 아닌 관련법에 따른 신원조사였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국정원이 판사 임용 지원자에게 세월호 참사를 비롯한 민감한 현안을 물은 것이 ‘사실상 사상검증’이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는 “(국정원에서) 부차적인 질문은 어떻게 했는지 확인해야 한다”면서 “그런 질문들에 대해서 ‘사실상 사상검증’이라고 표현한 보도도 확신이 없으니 앞에 ‘사실상’을 붙인 것 아니냐. 어떤 방향성을 가질 때 제일 많이 하는 표현이 ‘사실상’이라고 한다”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 인권위도 이날 ‘go발뉴스’와 통화에서 “(명확하게 사실이 밝혀지지 않은) 지금은 가타부타 설명하는 게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면서도 “(국정원의 판사 지원자에 대한 사상검증) 사실이 드러난다면 관련 인권위 법규정 가지고 위원회에서 판단해야 할 몫”이라고 선을 그었다.
“국정원이 판사도 뽑냐? 국정원이 권력통일기구냐?”
그러나 이에 대해 “삼권분립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개탄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의원은 관련 기사를 자신의 트위터에 링크한 뒤 “아! 대한민국은 어디로!”라고 개탄했다.
판사출신 정의당 서기호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정원의 판사에 대한 사상검증’ 최근 여러 경로로 비슷한 제보를 접하고서 추적하던 중이었다”며 “2013년 2014년 연속이었다는 게 사실로 확인됐다. 삼권분립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더 심각한 것은 국정원이 어떻게 판사임용신청자들의 전화번호를 일일이 알아냈는 가이다”며 “만일 대법원이 국정원에 제공한 것이라면 스스로 법원의 독립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포기한 것이다. 그렇지 않더라도 대법원은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그는 “양승태 대법원장은 이 사태를 명쾌히 해명하고, 대국민 사과해야 한다”며 “또한 확실한 재발방지 약속을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차장을 역임한 김종보 변호사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정원이 판사도 뽑는다. 이게 뭐냐?”라고 반문하면서 “권력분립은 간데 없고, 국정원 권력통일이구나”라고 에둘러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