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동기의 신문비평] ‘현영철 숙청’ 국정원 보고,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까
0. 이완구 전 총리가 검찰 조사를 받고 새벽에 귀가했지?
검찰에서 15시간 동안 조사를 받고 15일 새벽 귀가했습니다. 이 전 총리는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고 15일 새벽 12시55분께 귀가하기 취재진에게 “나름대로 입장을 얘기했고 또 검찰 이야기도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회유 의혹에 대해서도 “그런 거 없다. 회유할 이유가 뭐가 있느냐”고 반문했고, 성 전 회장과의 독대한 적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그건 기억하지 못한다”며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1. 아침신문 1면은?
키워드는 ‘이완구 총리’입니다. 오늘 조간들 1면 사진은 대부분 이 전 총리가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고검 청사로 들어가고 있는 모습이 장식했습니다. 이 전 총리는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말했습니다. 수사팀은 “이 전 총리를 또 소환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면서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 검찰은 보강 수사 후에 이 전 총리를 기소하는 수순을 거칠 것으로 보입니다.
조간들은 이 전 총리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는 예단할 수 없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전 총리가 불체포특권을 가진 현직 국회의원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증인회유 과정에 이 전 총리가 직접 개입한 단서가 나올 경우 영장을 청구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2.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해서 동아일보가 새로운 의혹을 제기했네.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201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당시 여야 유력 정치인 3명에게 건넨다며 현금 6억 원을 1억∼3억 원씩 3개의 가방에 나눠 담았다는 성 회장 측 인사의 증언이 나왔습니다. 이 중 여당 정치인 2명은 성 회장이 남긴 ‘메모 리스트’에 적힌 8명에 포함돼 있으며 야당 인사 1명은 명단에 없는 새로운 인물입니다.
성 회장의 해외 사업 파트너였던 A 씨는 13, 14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2012년 10월 성 회장과 함께 현금 뭉치를 나눠 돈 가방을 만들었다고 말했습니다. A 씨는 당시 성 회장이 이 돈 가방들을 누구에게 전달했는지 직접 목격하지 않았지만 그때를 전후해 성 회장이 했던 발언 내용으로 미뤄 볼 때 새누리당 인사 2명과 새정치민주연합 중진 의원 등 3명으로 짐작된다고 말했습니다.
3. ‘유서대필 조작사건’ 강기훈씨가 24년 만에 무죄가 확정됐지.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1991년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 사회부장 김기설씨의 유서를 대신 써주고 자살을 방조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징역 3년을 확정받았던 강기훈 씨의 재심에서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고 무죄를 확정했습니다. 동료의 유서를 대신 써주고 자살을 방조한 파렴치범으로 몰려 옥살이를 한 강기훈 씨가 24년 만에 누명을 벗었습니다.
확정 판결은 2008년 재심 청구 뒤 7년4개월 만에 나왔습니다. 대법원은 재심 청구를 받아들이는 데 3년1개월, 서울고법 재심 재판부의 무죄 선고에 대한 검찰의 상고이유를 살피는 데 1년2개월을 끌었습니다. 경향과 한겨레, 한국일보 등은 과거 잘못된 판결에 대해 사법부는 사과나 유감 표명이 없었다고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사과는 사법부만 해야 할 게 아닙니다. 당시 강기훈 씨를 파렴치범으로 몰고 간 많은 언론들 역시 ‘고해성사’와 ‘사과’를 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오늘, 어느 신문에서도 언론의 고해성사를 접할 수는 없었습니다.
4. 사회면엔 ‘예비군 총기난사’ 관련 소식이 많이 보인다.
지난 13일 예비군 동원훈련장 총기 난사 사건 당시 현장을 통제하던 현역 장교와 조교들은 총을 쏘는 최모 씨를 제압하지 않고 현장에서 몸을 피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육군 합동수사단은 14일 “안전 통제를 위해 배치된 조교와 통제 인원들은 우발 상황 발생 시 현장에서 가장 먼저 제압하는 것이 기본 지침이지만, 위협을 느끼고 즉각 조치 못 한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사고 이후 예비군 부대마다 훈련 참가를 연기하거나 참가해도 사격훈련은 피하려는 문의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훈련을 미룰 수 없다면 사격만이라도 빠지겠다는 예비군도 많다고 합니다.
5. 오늘 스승의 날인데 우울한 소식이 많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는 14일 서울지역 초·중·고 교사 1233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38.1%가 최근 1년 사이 학교에서 교권침해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교장·교감 등 관리자의 교권침해가 52.3%로 가장 많았고, 학부모(38.8%)·학생(37.6%)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에 접수된 교권 침해사건은 모두 439건입니다. 10년 전 178건보다 2.5배 증가했습니다. 성균관대 양정호 교육학과 교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3년 교수·학습 국제조사’를 분석했더니 ‘교사가 된 것을 후회한다’고 응답한 교사 비율이 20.1%였습니다. OECD 회원국 중 1위입니다. ‘다시 직업을 택한다면 교사가 되고 싶지 않다’는 응답도 36.6%로 평균(22.4%)보다 높았습니다.
6. 경제쪽으로 가보자. 론스타·한국 사이의 ‘5조원 국가소송’을 비공개로 해서 논란이지?
경향신문(1면) 보도입니다. 한국 정부가 사상 처음으로 당한 투자자-국가소송(ISD) 재판이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서 시작됩니다. 그런데 소송을 제기한 사모펀드 론스타와 한국 정부 재판 내용은 물론 재판 시간, 장소까지 비공개로 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와 론스타 양측이 비공개로 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에 시간과 장소 등을 알려줄 수 없다는 겁니다. 하지만 세금으로 론스타 측에 최대 5조1000억원을 물어줄지도 모르는 이 소송을 국민들이 전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진행하는 것이 적절한가 하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7. 포스코 수뇌부 32명 일괄사표를 제출했다고?
포스코는 14일 이사회를 열고 비상경영쇄신위원회 운영 계획을 추인했습니다. 포스코는 최근 검찰 수사 등으로 실추된 기업 이미지를 회복하고 국민적 신뢰를 되찾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습니다. ‘비상경영쇄신위원회’ 출범에 앞서 사내이사 4명과 계열사 대표 25명 등 32명의 최고경영진 전원은 사표를 냈습니다.
8. 은퇴 이후 은퇴자 본인보다 배우자의 건강이 더 나빠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고.
14일 한국고용정보원의 논문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에 선정된 나수영(서울대 아동가족학과 석사과정)씨의 ‘은퇴가 은퇴자 및 배우자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언급된 내용입니다. 은퇴 후 밖에 나가지 않고 삼시 세끼를 꼬박 챙겨먹는 남편을 일컫는 ‘삼식이’ 스트레스가 배우자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실제로 입증됐습니다.
은퇴자는 시간적 여유 등 은퇴로 인한 긍정적 변화가 스트레스를 상쇄한 반면, 배우자는 가구소득 감소ㆍ은퇴자와 함께 보내는 시간의 증가 등으로 생활에 불편함을 느끼는 게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이번 연구결과는 2006년부터 2년 단위로 2012년까지 네 차례 진행된 고용정보원의 고령화연구패널조사를 재분석해 진행했으며, 은퇴자 부부 91쌍과 미은퇴자 부부 273쌍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9. 동아일보 사회면에 ‘엽기적인 소식’이 실렸네.
서울 강서구 한 아파트 경비원 민모 씨(66)와 주민 이모 씨(40) 사연입니다. 지난해 10월 경비원 민모씨는 “아랫집 베란다에서 담배 냄새가 올라온다”는 주민 민원을 받았습니다. 그는 즉시 “실내에서 담배를 피우면 이웃 건강을 해치고 불편을 준다. 지킬 것은 지키자”는 방송을 아파트 전체에 내보냈습니다.
10분쯤 지나자 담배를 피운 이 씨가 경비실을 찾아와 “경비원 주제에 충고할 수 있느냐”며 멱살을 잡았고 두 사람은 몸싸움을 벌였습니다. 이후 이 씨는 술에 취해 경비실을 찾아와 “나에게 망신 준 일을 잊지 않겠다”고 협박도 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13일 오전 7시경 식사하던 민 씨 뒤로 누군가 다가오더니 얼굴에 검고 끈적이는 물질을 발랐습니다. 인분이었습니다. 모욕감을 느낀 민 씨는 결국 이 씨를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10. 국정원의 신뢰도에 의혹을 제기하는 기사들도 오늘 보이네.
국정원은 13일 현안보고 형태로 ‘현영철 부장이 지난달 30일 숙청당했다’고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했습니다. “처형을 단정할 수 없다”고 하면서도 사실상 처형을 기정사실화 했죠. 하지만 국정원 보고 이튿날인 14일에도 현 부장의 모습이 북한 방송에 나오면서, 처형의 사실관계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첩보 수준의 정보까지 공개한 배경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 사정에 밝은 북한 관료 출신의 한 인사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현영철 부장이 해임되거나 징계를 받은 게 잘못 알려졌을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 이 글은 CBS <뉴스로 여는 아침 김덕기입니다>(매주 월요일~토요일 오전 6시 10분부터 7시까지 / 98.1 MHz)에서 방송된 내용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