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특별법 정부 시행령안 폐기를 촉구하며 무기한 농성에 나선 '유민아빠'김영오씨가 30일 서울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누워 있다. (사진출처=김영오씨 페이스북)

김씨는 지난해 7월 기소권과 수사권이 보장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45일간 단식을 했다. 평범한 가장의 목숨을 건 단식은 세월호 참사를 여론 중심으로 불러냈다. 그런 김씨가 이번에는 정부가 발표한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 폐지를 위한 무기한 농성에 나왔다.

지난해와 올해의 다른 점이 있냐는 질문에 그는 “그때는 이순신 동상 밑에 있었고, 올해는 세종대왕 밑에 있다”며 농담 섞인 말을 던졌다.  무기한 노숙 농성에 나선 이유를 묻자 그의 얼굴은 진지한 표정으로 변했다. 그는 “정부가 특별법 시행령안을 철회할 때까지 광화문을 떠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씨와의 일문일답이다.

Q. 건강은 어떤지
“어제 밤에 비가 내렸다. 다리가 아파서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 그런데 아직 아프면 안 된다. 갈 길이 많이 남았다. 식사는 가족들하고 주로 김밥 한 줄이나 도시락으로 해결하고 있다.”

Q. 다시 광화문 광장에 나왔는데
“작년에는 이순신 장군 동상 밑에 있었고, 올해는 세종대왕 임금님 밑에 있다. 청와대에 조금 더 가까이 가고 싶었는데 못 갔다. 정부 시행령안이 폐기될 때까지 이 자리에서 무기한 노숙농성을 이어갈 거다. 더 이상 갈 곳이 없다. 여기가 마지막 코너다.”

▲ 30일 오후 세월호 유가족들과 시민들이 특별법 시행령안과 선체 인양을 촉구하고 있다.(사진출처=김영오씨 페이스북)

Q. 특별법 시행령안 때문에 마음이 복잡할 것 같은데
“시행령안이 통과되더라도 유가족들은 받아 드리지 않을 것이다. 쓰레기 같은 시행령안을 받아서 뭐할 거냐. 정부가 폐기하지 않으면 세월호 참사 1주기 행사도 안할 거다. 법이 엉망인데 어떻게 아이들을 추모할 수 있겠느냐. 뭐 하나라도 제대로 해야한다. 그러지 않고 추모 하는 순간 우리는 죄인이 된다. 차라리 하지 않는 게 낫다.”

Q. 정부 시행령안, 뭐가 문젠가 
“일단 대한민국에 일어나는 재난과 대형사고들을 막기 위해서 세월호 특조위안을 냈는데 정부가 그걸 선박과 해상사고로만 축소시켰다. 이것은 정부가 대한민국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지 않겠다는 것과 똑같다. 10층짜리 건물에 소방 스프링클러 장치를 설치하지 않아도 건물 허가가 나온다. 이런 것들을 강화시켜야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다. 사소한 무관심들이 (대형 참사의)연결고리가 된다. 세월호 참사도 그랬다. 시행령안이 통과되면 대한민국의 안전은 바꿀 수 없다. 세월호 참사를 통해 대한민국은 꼭 변해야 한다.”

Q. 배·보상과 관련한 기자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는데

“그걸 물어보는 기자들 참 못됐다. 정부 시행령안은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돈을 더 주겠다는 법이 아니다. 법원에서 어떠한 집행절차도 없이 그냥 배보상금을 주는 법을 만든 게 지금 시행령안이다. 세월호 참사의 특성을 0% 하는 거다. 유가족들이 법원에 소송하는 단계도 없다. 한 마디로 ‘간편하게 받아라’, ‘이거 받고 끝내라’ 식이다. 언론이 바로 서야 대한민국이 선다고 그렇게 이야기 했는데. 그런 질문을 하는 게 너무 안타깝다.”

▲ '유민아빠'김영오씨가 1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특별법 시행령안 폐기를 위한 농성을 벌이고 있다. ©go발뉴스(강주희)

Q. 추모 기간 정치인들의 잇단 해외연수 등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국민들을 위해 싸워주는 국회의원들은 얼마나 될까 한다.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을 뿐이다. 비단 세월호뿐만 아니라 다른 때에도 나 몰라라 국외로 나가 버리는 국회의원들 많지 않았느냐. 세월호 유가족들을 찾아준 국회의원들도 사실상 많지 않다. 국민의 슬픔을 함께 하지 못한 이들이 과연 안전사회를 생각할지 우려스럽다. 국민이 더 뭉쳐야 하는 이유다.”

Q. 범국민 도보행진을 준비 중인데
“오는 4일 안산합동분향소에서 출발해 5일 오후 5시쯤 광화문까지 행진할 예정이다. 1박 2일 코스다. 광화문에 국민들이 꽉 찬다면 정부는 시행령안을 폐기 할 수밖에 없다. 국민들이 오지 않으면 시행령안은 그대로 통과된다. 그렇게 되면 더 이상 세월호의 진실을 밝힐 수 없다. 정부의 특별법 시행령안 폐기는 대한민국 국민들을 위한 일이다. 많은 국민들이 도보행진에 참석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