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베 신조 일본총리 ©SBS

19일 일본 <마이니치 신문>은 “아베 총리가 미 상·하원에서 전후 70년을 맞는 미일 관계를 주제로 연설을 한다”고 보도했다. 지금까지 미 의회 합동연설을 한 일본총리는 없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가 2006년 미 상·하원 합동연설을 시도했으나 야스쿠니 참배 문제로 무산된 바 있다.

신문은 “아베 총리가 다음달 28일 워싱턴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만나 정상회담을 개최한다”며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에 대해 협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아베 총리는 7박8일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 기간 동안 워싱턴, 보스턴, 샌프란시스코, 로스엔젤레스 등을 순회한다. 특히 샌프란시스코는 1951년 9월 2차대전 전승국과 일본 사이에 강화조약이 체결된 곳으로 일본계 주민이 많이 산다. 당초 검토했던 하와이 진주만 방문은 반발이 예상돼 진행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일본 뭍밀 외교력이 낳은 미 합동연설

외교 전문가들은 “아베 총리의 상·하원 합동연설은 일본 외교력이 낳은 산물”이라고 입을 모은다. 총리의 의회 연설을 위해 치열하게 물밑작업을 했다는 분석이다.

일본은 그간 미국이 주도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참여 선회를 비롯해, 오키나와 미 공군 기지 이전, 이슬람국가(IS)대책 등에 2억 달러를 지원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제안으로 추진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이하 AIIB)에는 불참 의사를 피력했다.

웬디 셔면 미 국무부 차관의 친일적 발언 영향력도 컸다는 분석도 나왔다. 셔면 차관은 지난 1일 “정치 지도자가 과거의 적을 비난해 값싼 박수를 얻는 것은 어렵지 않다”며 과거사 문제에 대해 노골적으로 일본의 손을 들었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아베 총리가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과거사에 대한 면죄부를 얻으려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 19일 일본을 공식 방문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가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만나 전세계 빈곤층 여성 교육 지원 프로그램인 'Let`s Girl Learn'에 일본 정부의 협조를 구했다.미셸 여사의 이번 일본 방문은 7년만이다. ©NHK

아베 총리의 미 상하원 합동 연설이 기정사실화 되자 외교부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외교부 관계자는 “대외적으로 일본이 올바른 입장을 표명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연설이 결정되면 과거사 성찰 내용이 들어가도록 외교력을 집중하겠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비난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 사드)와 AIIB 가입을 놓고 고민하는 동안 치밀한 대미외교전을 펼친 일본에 밀렸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중국에 치우친 외교정책이 빚은 결과라는 주장도 나왔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김성수 대변인은 20일 “패전 70년 만에 자국 총리의 미 상하원 합동연설을 성사시킨 일본 외교력의 승리”라며 “이를 씁쓸히 지켜볼 수밖에 없는 박근혜 정부의 외교무능과 극명히 대비된다”고 비판했다.

정의당 김종민 대변인은 “아베 총리가 정녕 미 의회에서 연설을 진행한다면, 일본이 저지른 잔악한 전쟁범죄들에 대한 통렬한 반성이 주된 내용이어야 한다”며 “그런 태도 없이 군국주의로 치닫는 일본의 환상만 이야기한다면 또 다시 주변 국가들에게 대혼란을 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