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국무총리의 부패 청산 담화를 시작으로 검찰의 사정 칼날이 대기업들을 정면으로 겨냥하기 시작했다.

18일 <뉴시스>에 따르면 검찰은 포스코를 시작으로 기업들에 대한 전방위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조상준)에서 포스코 건설을 압수수색하며 최소 100억 원대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 중인 가운데 신세계그룹과 동부그룹의 내사를 재개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임관혁) 신세계그룹의 법인 당좌계좌에서 발행된 수표가 물품거래에 쓰이지 않고 현금화되는 과정에서 돈의 일부가 총수 일가로 유입된 정황을 포착하고,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관련 계좌추적 자료를 넘겨받아 조사에 착수했다.

특수1부는 형사부 등에 흩어져 있던 한국석유공사의 캐나다 하베스트 인수 손실 등 3개 사건을 통합해 자원외교 비리 수사도 벌이고 있는 곳이다.

또 검찰은 동부그룹 김준기 회장 일가의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부장검사 한동훈)는 김 회장이 장부 없이 거래가 이뤄지는 부외자금으로 비자금을 조성하고, 이 중 상당액이 2010∼2013년 기간 김 회장의 장남과 장녀가 실소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계좌로 유입됐다고 보고 있다.

이처럼 포스코와 신세계, 동부로 이어지는 검찰의 사정 정국의 뒤에는 청와대가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17일 국무회의에서 “(기존 수사에서 드러난 방산비리 등) 국방 분야뿐 아니라 우리 사회 각 부문에서 켜켜이 쌓여온 고질적인 부정부패에 대해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이번에야말로 비리의 뿌리를 찾아내서 그 뿌리가 움켜쥐고 있는 비리의 덩어리를 들어내야 한다”며 검찰에 힘을 실어줬다.

일각에선 집권 3년차에 접어든 현 정부가 전 정권 견제와 재계 다잡기에 나서며 위기국면을 돌파하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실제 박근혜 정부는 지난해 말 이른바 ‘정윤회 문건 파동’과 올 초 연말정산 파동으로 최대 위기를 맞았다.

자원외교와 방산비리, 친 MB기업으로 꼽히는 포스코를 수사하며 MB정부를 겨냥하는 한편 기업 비자금 수사로 재계에 투자확대나 임금인상 등과 같은 정부의 요구 사항을 압박하고 있다.

역대 정부도 집권 3년차에 정국 주도권을 잡거나 위기국면 돌파를 위해 종종 검찰 수사를 동원했다. 이명박 정부 집권 3년차인 2010년 10월 대검 중수부의 씨엔그룹을 수사를 시작으로 2011년 부산상호저축은행, 2012년에는 파이시티 인허가 수사 등으로 이어졌다. 당시는 천안함 사건과 국무총리실 민간인 사찰 파문 등으로 정권 위기론이 나오던 시점이었다.

노무현 정부 역시 3년차인 2005년에 론스타 주가조작 사건이 터지면서 검찰이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고, 이는 2006년 현대자동차그룹 비자금 사건과 2007년 삼성그룹 비자금 수사로까지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