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세월호 추모’ 자전거 美 대륙 횡단 류승우 씨

4160마일 자전거 대장정.. “아파도 세월호 알리려 끝까지 달렸다”

“하루 반을 자전거로 달리니 나중에는 무릎까지 아프더라고요. 그래도 세월호를 위해 시작한 일이니 끝까지 달렸죠.이 악물고.”

12일 서울 여의도에서 만난 류승우씨는 지난해 세월호 참사를 알리기 위해 미국을 자전거로 횡단했다. 총 거리 4160마일. 이는 자전거 한 대에 배낭과 노란 리본을 싣고 뉴욕 맨해튼 타임스퀘어에서 샌프란시스코 금문교까지 66일 동안 달린 거리다.

세월호 특별법 국회통과가 무산되던 6월. 류씨는 미국 컬럼비아 대학원에서 산업공학을 공부하던 평범한 유학생이었다. 그러나 지구 반대편 한국에서 일어난 세월호 참사를 보고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차가운 바다에서 희생된 아이들이 눈에 밟혔다. 류씨는 그 길로 자전거를 구입해 일주 계획을 세웠다.

류승우씨가 자전거 횡단을 시작한 지난해 6월 8일 뉴욕 맨해튼 타임스퀘어에서 세월호 플랜카드를 들고 있다.©Pray for South korea
류승우씨가 자전거 횡단을 시작한 지난해 6월 8일 뉴욕 맨해튼 타임스퀘어에서 세월호 플랜카드를 들고 있다.©Pray for South korea
천안함 사고로 숨진 친구.. “가만히 있을수 없어”

류씨는 자전거 횡단을 결심하게 된 계기에 대해 고등학교 친구의 영향이 컸다고 말했다. 류씨의 친구는 5년 전 천안함 침몰사고로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친구의 소식은 뒤늦게 알게 됐다.

“그때 아팠던 마음이 세월호 참사로 다시 울컥하고 올라온 것 같았어요. 뭔가 해야 할 것 같았고, 가만히 지켜보고 있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자전거 일주에 앞서 류씨는 두 가지 계획을 세웠다. ‘종착지 마다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노란 리본을 달 것’, ‘횡단하는 동안 만나는 사람들의 메시지를 세월호 플래카드에 담아올 것’. 류씨가 66일 동안 달리며 모은 추모 메시지는 지난달 28일 서울 광화문 세월호 농성장에 전달됐다.

류씨의 자전거는 뉴욕 맨해튼을 시작으로 펜실베이니아, 메릴랜드, 시카고, 텍사스, 뉴멕시코 주 등을 거쳤다. 종착지 마다 사진을 찍고 페이스북을 통해 경로를 알렸다. 뉴욕에서 함께 출발한 노란 리본은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하기도 전에 동이 나기도 했다.

▲매릴랜드 컴벌랜드시에서 만난 학생들이 세월호 추모메시지를 남기고 있다. © Pray for South korea
▲매릴랜드 컴벌랜드시에서 만난 학생들이 세월호 추모메시지를 남기고 있다. © Pray for South korea
하루 평균 8~9시간.. 4160마일 달린 세월호 자전거

한국의 세월호 사건을 알고 있는 미국인은 생각보다 많았다. 류씨는 “200여명 정도를 만났는데 그 중에 두 명을 제외하고 모두 세월호 참사를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배낭에 달린 태극기를 보고 반갑게 인사한 한인들도 있었다. 반대로 무관심하게 지켜본 한인들도 있어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자전거 횡단 중 가장에 기억에 남는 사람을 콜로라도주에서 만난 한인마트 주인이다. 류씨는 “잠깐 들린 한인마트의 주인 아저씨가 먹을 것을 바리바리 챙겨주시며 격려를 해주셨다. 잘했다는 말에 눈물이 핑 돌았다”고 말했다. 고속도로를 달리던 중 한인들의 기립박수를 받기도 했다. 거리에서 만난 사람들의 격려에 폐달을 열심히 밟았다.

숙식은 ‘윔샤워(warm shower)’라는 자전거 여행 정보 사이트를 통해 해결했다. 사이트를 통해 만난 현지인들의 집에 노란 리본을 걸고 세월호 참사를 알렸다. 희생자를 추모하고 기억하는 것. 이 정도만 이야기 한다며 류씨는 충분한 의미를 공유할 수 있다고 믿었다.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 메시지로 가득한 세월호 플래카드. 미국인들이 펜으로  남긴 메시지를 담은 세월호 플래카드는 지난달 28일 서울 광화문 세월호 농성장에 전달됐다. © Pray for South korea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 메시지로 가득한 세월호 플래카드. 미국인들이 펜으로  남긴 메시지를 담은 세월호 플래카드는 지난달 28일 서울 광화문 세월호 농성장에 전달됐다. © Pray for South korea
하루 8~9시간, 100km 이상을 달린 류씨의 자전거는 지난해 8월 샌프란시스코 ‘트립 포 키즈(Trip for Kids)에 기증됐다. 형편이 어려운 어린이들에게 재활용 자전거를 제공하는 곳이다. 세월호 희생자를 위해 4160마일을 달린 류씨의 자전거는 또 다른 누군가의 선물이 됐다.

류씨는 졸업 후 지난해 11월 한국에 귀국해 지금은 어엿한 직장인이다. 그는 자전거 횡단을 회상하면서 “아이들을 많이 생각했고, 계속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전거 하나에 몸을 싣고 떠난 길이었지만 다른 사람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결코 못했을 일이라고 강조했다.

“세월호 농성장을 찾았을 때 유가족들의 모습을 보고 많이 아팠어요. 추운 날씨에 얼굴이 많이 상하셨더라고요. 마음은 어떠시겠어요. 이 분들을 위해서라도 세월호를 잊지 말고 기억해야죠.” 류씨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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