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채널 <MBN>의 광고영업 행위가 노골적으로 담겨진 업무일지 일부가 최근 온라인을 통해 유출돼 충격을 주고 있다.

<MBN> 광고1팀이 작성한 업무일지에는 지난해 12월 1일부터 지난 1월 20일까지 광고주와 진행된 업무내용이 적나라하게 담겨 있다. 특히 광고비 증액 요청, 타사 동향 보고, 기자를 동원한 광고 영업 등의 내용이 적혀 있어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주 한인 주간지 <선데이저널>이 지난 5일 해당 업무일지를 보도한 이후 ‘go발뉴스’가 입수한 업무일지에 따르면, 광고주와 광고대행사의 실명, 광고수주내역, 불만 등이 모두 실명으로 기록돼 있다.

특히 해당 일지에는 기자들을 광고에 동원한 점이 눈에 띈다. 일부 신문과 방송에서 기자들에게 ‘광고 영업’을 시킨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돌고 있었지만, 구체적인 업무일지를 통해 이같은 부분이 드러난 것이다. 

업무일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일에는 경제부 모 부장이 A금융지주 부장을 만났다. 업무일지에는 “MBN 올해 -2억여원 부족한 바 광고로 최대한 풀어달라 요청. 12월 금액 확정 후 경제부와 내용 공유 필요”라고 기재돼 있다.

올해 1월 8일에는 한 광역시 광고와 관련해 “모 주재기자를 통해 정확한 내용 파악하고 2014년도에 비해 예산 증액 될 수 있도록 작업예정”이라고 적혀 있다. 하루 뒤인 9일에는 “모 기자를 통해 증액 추진했으나 예산삭감으로 인해 증액을 불가하다는 입장”이라는 내용이 기재돼 있다.

▲ ⓒ go발뉴스

동일한 기자의 이름이 언급되어 있는 1월16일자 일지에는 “모 기자 대변인 접촉하여 미팅 시 1월 집행하는 것으로 협의되어 광고 송출했으나 홍보담당관이 변경되면서 금년도 1월에는 예산 지출이 어려워 2월부터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 추후 감사받을 시 문제가 생긴다하여 당사에 배려 요청. 금년도 예산 2.2억은 확정이어서 2월부터는 진행해 달라는 입장”이라고 기록돼 있다.

해당 일지에는 다른 경쟁사들의 광고 액수 등 영업 활동에 대한 정보 보고도 적혀 있다. 지난해 12월 4일 일지에는 B 공단에 방문한 한 종편사가 협박성 멘트를 많이 하고 있어서 불쾌하다는 입장을 표시했다고 기재돼 있다.

같은달 5일 일지에 C 공사와 관련해서는 “D 종편사 독점 진행 중으로 당사 집행 제안 차 방문. E 종편사 측에서 모 부처의 홍보예산을 많이 가져가는데 이 부분은 당사 근무하였던 모 기자가 진행하는 건이 많기 때문이라는 정보”라고 적혀있다.

▲ ⓒ go발뉴스

<MBN>은 대기업, 금융권, NGO, 비영리재단 등에 대해서도 광고 증액 작업 추진 등을 요청했던 것으로 기재돼 있다.

지난해 12월 23일 F 은행과는 “5백만원 12월 추가 협찬 확정. 기획기사로 협찬 소진 예정이며 은행 내부 사정으로 빠른 청구, 빠른 계약서 전달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고, 한 대기업과는 “12월 프로그램 제작협찬 증빙자료 작성. 프로그램 5개 제작협찬/15억원”이라고 적혀있다.

또한 광고주에게 상품권 등 일종의 기념품도 전달한 내용도 담겨 있다. 12월 5일 일지에는 모 중앙회 상무에게 “신규 제품 전달 (15만원 상당 유사제품)”이라고 적혀 있고 같은달 10일에는 “모 카드 ○○○ 차장 밀레 의류 전달”이라고 기록했다.

이에 대해 <MBN> 홍보팀 관계자는 ‘go발뉴스’에 “홍보팀에서 공식적으로 관여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며 “팀원들 몇 명이 외부에서 서로의 정보 공유를 위해 일종의 게시판 같은 것이었고 (일지 내용대로) 그대로 (광고 집행이) 된 것도 아니고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적어 놓은 게 유출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회사 차원에서는 이 문건 유출에 대해 변호사를 선임해 민·형사를 의뢰, 협의하는 단계에 있다”며 “광고1팀 팀장에게 해명을 들어 보라”고 밝혔다.

‘go발뉴스’는 광고1팀 황의준 팀장의 해명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결을 시도했으나 “자리를 비웠다”는 답변과 함께 끝내 입장을 들을 수 없었다.

▲ MBN 홈페이지의 광고 관련 페이지

황 팀장은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1팀의 직원들끼리 게시판 형식으로 이렇게 일한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작성한 문서이지 MBN 공식 문건은 아니다”라며 “업무정리와 공유 차원에서 직원들이 자기 의견을 적은 것이지 실제로 이대로 집행하거나 회사를 통해 움직인 것은 없다”고 해명했다.

황 팀장은 기자들의 광고 동원에 대해서는 “지역 주재기자에게는 지역 축제가 어떤 것이 있는 지 물어보고 그걸 착안해 제안서를 위한 정보사항을 얻을 수 있다”며 “그런데 기자에게 영업을 시킨 것처럼 일부 오해할 만한 부분은 왜곡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