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의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사건 수사 참여 전력과 관련해 야당이 청문회 절차를 거부하고 있는 가운데 인사청문회 특위 위원 정의당 서기호 의원이 “당시 수사검사 일원이었다는 것 자체만으로 이미 대법관 후보 자격이 없다”며 “청문회를 더 이상 진행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서 의원은 24일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하며 “일부 청문회를 진행해야 된다는 의견도 있지만 (특위 위원) 대부분은 청문회 진행이 의미가 없다고 이야기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전날 새정치민주연합 박완주 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버틸 만큼 버텼다”며 박 후보자에 대한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이날 서 의원은 특히 박 후보자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수사 일원이었다는 것만으로 사퇴해야한다는 건 문제라는 지적에 대해 “당시 수사팀에서 고문경찰 두 명을 조사하던 중 본인들은 꼬리에 불과하고 몸통이 더 있다는 자백을 받아냈는데 추가수사를 하지 않고 그냥 덮어버렸다”고 반박했다.

또 “이후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폭로로 재수사에 들어갈 때 (박 후보자는) 같은 팀 일원이었는데 그 때도 훨씬 몸통이었던 경찰청장과 치안본부장을 무혐의 처리 했다. 결국 두 차례에 걸쳐서 은폐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서 의원은 “(박 후보자가) 검사로 지내다가 변호사로 퇴직하는 상황이라면 이게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대법관 후보에 올랐다는 것”이라며 “대법관은 실체적 진실을 가려내야 되는 자리인데 실체적 진실을 덮어버린 사람을 과연 대법관에 올릴 수 있느냐”라고 비판했다.

이어 “대법관은 어떠한 외압에도 굴복하지 않고 소신 있게 재판을 해야 한다”며 “그런데 이분은 소신을 버리고 사건을 은폐했던 경력이 있는 분”이라고 힐난했다.

이에 진행자가 “여당 측은 박 후보자는 당시 서울지검의 초임검사로 사건을 축소·은폐하는 데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은 아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묻자 서 의원은 “행정처리를 하는 정도의 말석 검사였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일축했다.

서 의원은 “수사팀의 일원이었기 때문에 설령 4년차 초임검사였다고 할지라도 고문경찰 두 명 중에 한 명을 전담해서 수사를 할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당시에 수사팀의 일원으로서 활동을 했기 때문에 설령 경력이 낮더라도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새정치민주연합은 24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2월 국회에서 박 대법관 청문회를 열 수 없다는 입장을 최종 정리했다.

안규백 원내수석부대표는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박 후보자에 대해서는 사안의 경중을 떠나서 그에 대한 은폐의 책임이 있고 청문회 개최는 지금은 옳은 방향이 아니다(라고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