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을 헐값에 인수한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에 대한 감시활동을 벌인 시민단체 대표가 론스타 측으로부터 8억 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체포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1부는 투기자본감시센터 공동대표 장화식씨와 유회원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를 지난 3월 체포했다고 4일 밝혔다. 검찰은 유 전 대표의 자택도 압수수색했다.

▲ 투기자본감시센터 장화식 공동대표 ©JTBC

검찰은 “유 전 대표가 관련 혐의를 모두 인정해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장씨에 대한 혐의가 확인되면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외환은행 노조위원장과 전국사무금융연맹 부위원장 출신인 장씨는 2003년 9월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해 외환카드를 합병한 직후인 2004년 투기자본감시센터를 설립했다. 그해 9월 장씨는 정부가 외환은행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기업평가를 축소 조작했다며 관련 문서를 공개하는 등 론스타 헐값 매각 의혹에 불을 지폈다.

당시 장씨는 “금융당국이 론스타에 대한 산업자본 심사 없이 외환은행 가치를 설정, 은행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은행소유가 금지된 사모펀드에 외환은행을 매각한 것은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또 “론스타가 외환카드 주가를 큰 폭으로 떨어뜨려 저가에 많은 물량을 매수하기 위해 외환카드 허위 감자설을 유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후 2006년 론스타 게이트 의혹 규명 국민행동 집행위원장을 맡으며 외환은행 불법 매각 의혹을 찾아내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를 받았다. 론스타 의혹 중심에 선 정씨는 유 전 대표를 처벌해 달라는 탄원서와 집회를 열었다.

▲ 유회원 전 론스타코리아대표

검찰은 “장씨가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하는 조건으로 먼저 금품을 요구했다”며 “청탁을 받은 이후 론스타 비판활동을 했지만 유 전 대표 개인에 대한 비난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장씨가 뒷돈을 받은 것을 은폐하기 위해 가상계좌를 이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가상계좌는 특정 입금자만 이용할 수 있도록 일시적으로 개설하는 계좌다.

검찰은 유 전 대표가 아들을 통해 가상계좌로 장씨에게 송금한 증거를 확보했다. 이에 장씨는 “외환은행에 다니던 중 론스타 합병으로 본 피해에 대한 변제금”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투기자본감시센터는 4일 장화식 공동대표를 파면했다고 밝혔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이날 성명을 내고 “도덕성을 생명으로 삼는 시민단체의 간부가 개인적 사유로 금품을 수수한 행위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이런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고 이번 사건과 관련된 금품을 센터는 일절 제공받은 바 없다는 점을 자체조사로 확인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