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땅콩회항’ 사건을 일으킨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게 3년 형을 구형한 가운데, 박창진 사무장의 비행 스케줄이 공개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일 대한항공 박창진 사무장은 업무 복귀 이후 “18년을 근무하며 이런 ‘지옥의 스케줄’은 처음”이라며 “대한항공이 나를 ‘관심사원’으로 분류하려는 시도를 느꼈다”고 말해 대한항공 측의 보복성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박 사무장은 서울 서부지법에서 열린 조현아 전 부사장의 결심공판에서 “대한항공 측이 업무복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회사 측 말이 거짓말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 이미지출처 = 대한항공 페이스북

이와 관련, <경향신문>이 입수한 박 사무장의 비행 스케줄을 보면 대부분 국내선이나 일본·중국·동남아 단거리 국제선으로 짜여있다. 매달 3번 이상 편성되는 장거리 노선은 인천~이탈리아 로마 1번 뿐이다.

뿐만 아니라 박 사무장은 오는 4일 오전 7시부터 다음날 오전 1시까지 김포~여수를 4번 왕복하는 일정이 잡혀있다. 이어 5일에는 10시 5분에 출발하는 인천~중국 칭타오 비행이 예정돼 있다.

통상적으로 승무원들은 비행기 출발이 오전 7시면 오전 4시 30분께 출근한다. 또 새벽 1시에 비행이 끝나더라도 뒷정리를 하느라 1시간 정도 더 근무한다. 이를 감안하면 박창진 사무장의 경우 4~5일 근무에 잠을 2~3시간 자기도 쉽지 않다는 게 승무원들의 분석이다.

항공업계 관계자 측은 <경향>에 “국내선과 단거리 국제노선은 대부분 현지에서 체류하지 않고 바로 승객을 받기 때문에 체력 소모가 상당하다. 승무원들은 비행 수당도 많고 체류비도 나오는 장거리 노선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한 전직 승무원은 “힘들고 돈 안 되는 노선을 중심으로 시간표를 편성하면서 꼬투리를 잡기 위해 사측 인사들과 함께 비행시키는 것”이라며 “노조 활동을 열심히 했던 직원들의 징계 수순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네티즌들은 ‘보복성 인사’ 의혹에 “반성 없는 대한한공”이라고 질타했다.

한 네티즌(z**)은 “앞에서는 사과하는 척, 뒤에서는 음흉한 짓. 기업이 이래서 되는가”라고 일침을 가했고 또 다른 네티즌(cod***)은 “진짜 치사하네. 배려를 해주진 못할망정 컴퓨터 뒤에 숨는 땅콩가게의 비열함”이라고 비난 목소리를 높였다.

이 밖에도 “이제 시작일 뿐. 재판 끝나고 여론 잠잠 해지면 본격적인 보복이 시작되겠지”(악**), “대한항공 진짜 망하겠구나. 국민들이 보고 있다는 걸 명심해라”(양재동***), “쉬지도 않는 갑질의 연속이구만”(com***), “황당한 논리네. 팀장이면 2시간 자고 일해야 됨? 진정한 노동력 착취”(정의는****), “대놓고 보복하네. 멍청한건지 순진한건지”(무*), “대한항공 정 떨어진다. 자르진 못하고 스스로 못 견디게 만드는 구나”(co**) 등의 비난 반응들이 잇따랐다.

한편, ‘인사성 보복’ 의혹에 대한항공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박창진 사무장의 스케줄은 업무복귀 승인이 난 지난 1월 30일 이전인 21일 이미 컴퓨터에 의해 자동 배정되 본인에게 통보된 상태였다”며 “승무원 스케쥴은 전체 6천 명이 넘는 승무원을 대상으로 컴퓨터에 의해 자동 편성되므로, 인위적인 ‘가혹한 스케쥴’ 편성은 발생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