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기부·크라우드 펀딩으로 제작된 다큐멘터리 영화 <미라클 여행기>가 개봉 전부터 곤혹을 겪고 있다. 영화에 세월호가 등장한다는 이유로 포털사이트 예고편이 모자이크 처리가 되는가 하면, 대형 멀티플렉스 영화관은 시사회 대관을 거부했다.

▲ ©미라클필름

네이버는 “2분 예고편 초반 2초경 주인공이 배를 타는 장면에 ‘청해진해운’으로 보이는 마크가 노출되는 부분이 있다”며 “청해진해운 배를 타고 제주도에 가는 내용이 세월호 관련 이슈가 발생할 여부가 있어 문의를 드린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펀딩 21에 보냈다. 펀딩 21은 <미라클 여행기>의 크라우드 펀딩 담당사다.

영화를 연출한 허철 감독은 ‘go발뉴스’와의 통화에서  “펀딩 21에서 전달받은 (네이버) 이메일을 보고 다소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허 감독은 “정치적 메시지를 각인하는 영화와 달리 <미라클 여행기>는 잔잔한 음악 영화”라며 “정권이 직접 나서지 않아도 포털사이트가 알아서 편집을 요구하고 검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결국 영화 예고편 초반에 등장하는 청해진해운 마크는 모자이크 처리됐다.

그러나 네이버 관계자는 “세월호 때문에 편집을 제안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영화와 관련해 곤란한 문제가 발생할까봐 담당자가 단순한 업무 차원에서 문의를 드린 것이다. 어떤 정치적 목적이나 이유로 그런 것이 아니다. 제작사와 펀딩 21사의 소통 문제로 일어난 이번 일에 오히려 속이 상하는 입장이다”라고 설명했다.

대형 멀티플렉스 CGV는 <미라클 여행기> 언론 시사회 대관을 거부했다. 미라클필름 관계자는 “뚜렷한 거절 사유를 밝히지 않을 채 ‘이 영화는 대관이 안된다’는 말만 반복했었다”고 전했다. 미라클필름 측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제주도 강정마을 해군기지와 세월호가 나온다는 이유로 CGV가 대관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CGV 조성진 홍보팀장은 ‘go발뉴스’에 “실무자가 영화 내용을 알지 못한 채 자체 판단 하에 대관 거절을 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그는 “상영과 달리 대관은 모든 프로그래머들이 영화를 다 보고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해당 실무자가 (영화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그런 결정을 내린 것 같다”고 전했다.

▲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게재된 영화 <미라클 여행기> 2분 예고편. 예고편 초반에 등장하는 세월호에 청해진해운 마크가 모자이크 처리됐다. ©미라클필름

영화 <미라클 여행기>는 대학 졸업 뒤 4년째 백수생활 중인 주인공 미라가 우연히 알게된 ‘강정 책마을 10만대권 프로젝트’에 참여해 제주도로 떠난다는 내용이다. 오는 15일 인디플러스, 아트하우스 모모, 아리랑시네미디어센터 등에서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