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의 등급심사에서 또 다시 보류 판정을 받으면서 국제적 망신을 당하게 됐다.

10일 인권위에 따르면 ICC 승인소위원회는 지난 8일 개최한 인권위 등급 재심사에서 등급을 정하지 못하고 내년 상반기로 다시 연기한다고 인권위에 통보했다.

앞서 지난 3월 ICC는 인권위원 임명 절차의 투명성과 참여가 규정상 충분히 보장돼 있지 않고, 위원 선출에 대한 구체적 기준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인권위의 등급 결정을 보류했다.

이 후 인권위는 ICC의 권고 내용을 이행하기 위해 내부 실무운영팀을 운영하고 공청회 개최 등을 통해 ‘국가인권위원회법 개정안’ 및 ‘국가인권위원회 위원 선출ㆍ지명의 원칙과 절차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ICC에 제출했으나, 이번에 다시 등급이 보류되는 수모를 당하게 된 것이다.

ICC 승인소위는 통보문에서 “(우리 인권위가) 마련한 가이드라인이 구속력이 없고, 법률개정안과 가이드라인에 위원 선출·지명 시 명확하고 통일된 기준 확립 및 위원 지원·심사·선발 절차에서 광범위한 협의 및 참여 절차가 미흡하다”며 “위원을 선출‧지명하는 각 3개 기관에 위원 선출지명과 관련된 내부 규정을 마련토록 권고한 것은 위원 임명 절차를 상이하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위원 및 직원의 다양성 보장 조항과 면책조항을 신설하고, 시민사회와 협력 실적 제출해 달라”요청하는 한편 “내년으로 예정돼 있는 인권 위원 선출시, 투명하고 참여적인 절차가 확립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인권위에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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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인권위는 “그 동안의 지속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ICC 승인소위가 내린 이번 권고에 대해 깊은 유감”이라며 “ICC 승인소위의 우리나라 법과 제도 및 상황에 대한 이해가 얼마나 깊은가에 대한 의문점을 갖게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ICC 승인소위의 권고를 존중하고, 미흡하다고 제기된 부분에 대해서 최선을 다 해 이행할 것이며, 승인소위의 이해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설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ICC는 세계 120여개국의 인권기구 연합체로, 5년마다 각국 인권기구의 활동을 ‘국가인권기구 지위에 관한 원칙’에 따라 판단해 A∼C 등급을 매긴다. 우리나라는 참여정부 시절이던 2004년 ICC 가입 당시 A등급을 받았고, 2008년 심사에서 같은 등급을 유지하면서 ICC 부의장국까지 지냈다.

하지만 지난 이명박 정권 출범후 현병철 위원장 시대를 맞으면서 끊임없이 국제적 비판을 받아오다가 급기야 지난 3월 ICC 가입 이후 처음으로 ‘등급보류’ 판정을 받으면서 사실상의 등급 강등을 당했다.

특히 ICC는 A등급을 받은 국가에 대해서만 정회원 자격을 부여하며 투표권과 발언권 등을 허용하고 있어, 우리나라가 B등급으로 강등되면 ICC의 각종 투표권을 박탈당하고, 국제사회에서 인권 문제에 대해 거론할 자격을 잃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