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출처=이명박 전 대통령 공식 페이스북

경북대 경영학부는 지난 12일 교수회의를 열고 '국가경영에 이바지한 공로'로 이 전 대통령에게 명예 경영학 박사학위를 수여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28명의 교수 중 일부가 반대하자 대학 측은 교수 투표를 통해 학위를 수여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진다.

김채복 경영학부장은 25일 ‘go발뉴스’와의 통화에서 “당시 교수 절반 이상이 찬성해 명예박사 학위 수여를 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명예박사 학위 관련 업무는 학부와 무관하게 대학 본부에서 추진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명예박사 학위 수여 기준에 대해서는 “관련 학과 교수 개개인의 판단이라 세부 기준을 알기 어렵다”며 “그러나 과거 명예박사학위 수여자들과 비교했을 때 이 전 대통령의 공헌이 나쁘지 않다고 판단한 교수들이 많아 이 같은 결정이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학본부의 설명은 다르다. 대학 본부 측은 해당 학부에서 수여 후보자의 공적 조사를 작성해 명예박사 학위 추천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경북대 한 관계자는 “명예박사 학위는 해당 학부에서 먼저 공적 조서를 추천하면 대학원위원회 심의를 거쳐 수여 여부를 결정한다”며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의 경우는 거꾸로 절차 밟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 함인석 경북대학교 총장

경북대 학위수여규정 제6장 30조에 따르면 ‘총장은 우리나라의 학술과 문화발전에 특별한 공헌을 하였거나, 인류문화 향상에 특별한 공적이 있는 자 또는 국가와 지역사회 및 대학발전에 공헌한 자에게 대학원장의 추천, 대학원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명예박사학위를 수여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경북대는 현재까지 총 65명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했으며 이중 경영학 명예박사 수여자는 8명이다.  그러나 전임 대통령에게 수여한 적은 없었다.

이 전 대통령 ‘학위 수여' 소식이 알려지자 교내 구성원들도 크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북대 총학생회는 24일 성명을 발표하고 가장 먼저 학위 수여 결정에 반대에 나섰다. 총학생회는 “임기가 끝난 현재도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문제나 민간인 불법사찰 등의 의혹을 가지고 있는 이 전 대통령의 명예박사 학위 수여는 경북대의 교훈인 ‘진리’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것”이라며 “ 경북대 구성원으로서의 ‘긍지'를 추락시키는 결정”이라고 반대했다.

김민지 경북대 총학생회장은 go발뉴스와의 통화에서 “학내 구성원들과 소통 없이 함인석 총장의 독단적인 통보를 통해 학교가 운영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주장하며 “명예학위 수여 결정이 취소되지 않으면 철회 촉구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경북대 비정규교수노조도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비정규교수노조는 25일 오후 대학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전 대통령 명예박사 학위 수여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비정규교수노조는 “국립대학은 국가기관으로서의 의무와 책임이 있다”며 “이번 명예박사학위 수여 결정은 그 결정의 이유가 국가적 공신력을 가져야 함은 물론이고 학내 구성원 및 지역사회의 충분한 공적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희활 노조교육환경개설위원장은 “사회적 평가가 끝나지 않은 전직 대통령에게 총장이 개인적인 이해관계를 빌려 독단적인 행보를 하는 일은 경북대의 명예를 추락시키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경북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위 수여에 대해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 오는 30일 대학원위원회 논의를 걸쳐야 최종 결정이 난다”고 밝혔다.

한편 이 전 대통령 명예박사 학위 수여식은 오는 7월16일 오후 5시 경북대 글로벌플라자홀에서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