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이주노동자 착취 논란으로 물의를 빚은 아프리카 예술박물관 측이 이주노동자들과 합의했다. 하지만 박묽나 이사장인 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이 이 박물관을 인수한 이후 3년여간 이어져 온 최저임금법 등 노동법 위반 등에 대한 법적 책임 문제가 남아있어 논란이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3일 <한겨레>에 따르면, 아프리카예술박물관의 김철기 새 관장은 12일 오후 “짐바브웨 노동자 4명과 부르키나파소 노동자 8명 등과 협의한 결과 노동자들의 모든 요구사항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상순 전 관장은 이날 협의가 마무리된 직후 해임됐다. 김철기 새 관장은 홍 사무총장의 고교 후배이자 홍 사무총장이 총재를 맡고 있는 봉사단체 ㈔한국비비에스(BBS)중앙연맹의 부총재다.

김 관장은 이주노동자들에게 그동안 덜 준 임금 1억5000여만원을 13일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법정 최저임금에 견줘 덜 지급한 임금은 짐바브웨 노동자 4명 8000여만원, 부르키나파소 노동자 8명 7000여만원이다.

박물관 측은 하루 4000원이었던 식대도 8000~9000원으로 인상하겠다고 밝혔고, 그동안 박물관이 보관해온 노동자들의 여권과 적금통장, 항공권은 이날 돌려줬다. 쥐가 들끓고 곳곳에 구멍이 난 숙소 대신 새 숙소도 마련하기로 했다.

김 관장은 “오늘 방 세 개짜리 집 한 곳을 얻었고, 다른 방들도 최대한 빨리 알아보겠다”고 말했다.

부르키나파소 출신인 아미두(32)는 빼앗겼던 여권 등을 돌려받은 뒤 “그동안은 감옥 같았는데 해방된 기분이다. 이제 진짜 아미두를 찾은 것 같다”고 말하며 안도했다.

▲ 이미지출처: 아프리카예술박물관 홈페이지

짐바브웨에서 온 윌리(30)는 <한겨레>에 “이제야 공평해진 것 같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부르키나파소에서 온 엠마누엘(34)은 “다음부터 외국에서 예술가를 불러 모을 때는 그들을 존중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합의는 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중재에 나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을지로위원회는 합의 내용이 잘 이행되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지켜볼 의사를 밝혔다.

그럼에도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홍 사무총장은 ‘노예노동’이 사실이 아니라는 등 거짓 해명을 내놓고 이에 대해 공식적인 사과가 없었다. <한겨레>에 따르면 이날 합의는 홍 사무총장 대신 박 전 관장을 해임하는 선에서 마무리 짓는 쪽으로 결정됐다. 박 전 관장은 홍 사무총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경기도 의정부 경민대의 현직 교수다. 전·현직 관장 모두 홍 사무총장의 측근인 셈이다.

아울러 박물관 쪽의 현행법 위반 사항에 대한 법적 책임을 누가 질 것이냐의 문제도 남는다.

은수미 민주당 의원은 “현행법 위반만 10가지가 된다”고 말했다. 의정부고용노동지청은 12일 박물관의 노동 착취와 관련해 사실 확인을 하고 있으나, 아직 관련 고소·고발이 없어 정식 수사에 착수한 것은 아니라고 <한겨레>에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