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8명의 국군 사이버사령부 소속 요원들이 온라인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 사이트에서 특정 IP로 707건의 정치개입성 글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이 이루어진 오늘의유머에서 사이버사도 같은 활동을 벌이며 국정원과의 연계 가능성 의혹이 더욱 짙어지는 모양새다.

23일 통합진보당 이상규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사이버사령부에서 사용하는 것으로 의심되던 IP를 국정원 대선개입의 주 무대였던 오늘의유머에서 검색해봤더니 대선 직전까지 작성된 게시글은 총 707건이었다”며 “해당 IP로 접속했던 ID는 모두 34개로 확인됐고 이 중 8명이 사이버사령부 소속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확인된 34개 ID 중 비밀번호가 같거나 ‘TC쿠키값’이 같은 ID가 확인되는 것으로 볼 때, 국정원 직원이 다중 ID를 만들어 사용한 것과 같이 한 사람이 다수의 ID를 만들어 사용했을 가능성이 많다고 설명했다. ‘TC쿠키값’이란 서버접속 시 남는 기록으로 이 값이 동일하다는 것은 같은 컴퓨터를 사용했다는 뜻이다.

<한겨레>에 따르면, 이들이 올린 글 중 ‘서해교전이 우발적???’(2012년 10월5일)이라는 제목의 글에는 “모 당 대선후보가 그러더라. NLL은 그대로 두면서 남북 등거리 수역을 평화수역으로 선포하고 공동어로를 하면 서해교전을 일으킬 것 같은 우발적 충돌을 막고 서해 어민들 생계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야”라고 문재인 민주당 당시 대선 후보의 정책을 언급한 뒤 “서해교전이 우발적? 교전 당시 통신내용도 공개되었고 상부지시에 의거한 계획된 공격이었는데 우발적이라니. (중략) 대선후보로 나선 사람이 그러믄 안 되지”라고 적었다.

또한, ‘싸이 덕 좀 보려는 더러운 족속들’(2012년 9월23일)이라는 제목의 글에서는 “지난주 북한이 대남선전용 사이트 ‘우리민족끼리’에 올린 영상에는 박근혜 후보가 말춤을 추며 유신스타일이라 외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중략) 대선이 더 가까이 다가오면 (중략) 사람들이 흔들리지 않고 냉정하게 판단해 북한의 술수에 넘어가지 않았으면 한다”고 박근혜 당시 후보를 옹호했다.

▲ '한겨레' 온라인판 캡처 화면 ⓒ'한겨레'

‘자신은 친북성골로 말하는 이X희 아십니까?’(2012년 9월12일)라는 글에서는 “분당책임을 신당권파(친북잡골)에게 돌리고 자신은 당을 살리기 위해 대선출마를 고려하고 있다는 이아무개. 정말 상식을 뛰어넘을 만큼 낯 두꺼운 사람이네요”라며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선 후보를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김대중 노무현 꼴 또 안 날려면’(2012년 9월28일)에서는 북한 어선의 NLL 침범을 ‘북한의 대선 개입’이라고 규정하며 “그들은 과거 때처럼 자신들의 말을 잘 듣는 정부를 세워 우리나라 국부를 자기들을 위해 써 주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북한이 야당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무조건적으로 옹호했다. ‘내곡동 땅값은?’(2012년 9월17일)이란 글에는 “국회가 3일 본회의에서 의결해 6일 정부에 이송한 ‘내곡동 특검법’을 두고 위헌성 여부에 대한 논란이 크다”고 적었다.

‘MB의 화려한 외출. 러시아 방문’(2012년 9월11일)에는 “MB께서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러 가셨다. (중략) MB 일 열심히 하시네요”라고 썼다.

이밖에도 제주해군기지 반대, 나로호 발사, 독도 문제 등 이명박 정부 정책을 옹호하는 글이 여러차례 등장하는데 이런 내용들은 국정원이 지난 대선 기간 오늘의유머에 올린 게시글들과 주제와 시기 면에서 일치한다고 <한겨레>는 전했다.

이 의원은 “707개의 글들 중 시사게시판에 올렸던 85개의 글은 현재 모두 삭제됐다”며 “국방부 내부에 의한 압수수색이 경찰청의 국정원 댓글 은폐축소와 동일한 증거 인멸수사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수사하지 말고 검찰이 수사권을 가지고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