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열린 제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는 주부, 회사원, 소상공인 등 다양한 직업과 연령대의 국민 60여 명이 참석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발언에 대해 중앙일보가 3일 “대통령이 직접 탄핵을 언급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 김성탁 논설위원은 이날 <대통령이 스스로 언급한 단어 ‘탄핵’>이란 칼럼에서 “쉽게 가능하지 않은 사안을 대통령이 거론하면 총선에서 반대쪽을 표로 심판해 달라는 ‘정치적 수사’로 읽힐 소지가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1일 오전 소상공인, 택시기사, 무주택자, 청년, 어르신, 주부, 장거리 통학자 등 시민 60여명과 만나 타운홀 미팅 형식으로 진행한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탄핵을 직접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예산 편성과 관련 “불요불급한 걸(지출) 줄이고 이걸 정말 어려운, 서민이 절규하는 분야에다가 재배치를 시켜야 되는데 (그전에 예산을) 받아오던 사람들은 죽기 살기로 저항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려운 서민들을 두툼하게 지원해 주는 쪽으로 예산을 재배치시키면 아우성”이라며 “‘내년 선거 때 보자. 아주 탄핵시킨다’ 이런 얘기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제가 ‘하려면 하십시오, 그렇지만 여기에는 써야 된다, 그러나 우리 재정을 더 늘리면 그러면 물가 때문에 또 서민들이 죽는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같은 발언에 중앙일보는 “예산안 관련 감축 시비가 이는 항목은 연구·개발(R&D) 예산이 대표적”이라고 예를 들어 반박했다.

중앙일보는 “과학자들 사이에선 외환위기 때도 R&D 예산이 안정적으로 유지됐고, 핵심 연구기관의 예산까지 삭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며 “하지만 이 예산을 놓고 대통령 탄핵을 주장하는 집단은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또 양대 노총의 정권 심판 집회나 일부 야권 인사들의 탄핵 주장 발언이 있지만 “야당에서 탄핵을 의제화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법적으로도 “탄핵은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만 가능하다, 탄핵안 의결도 국회 재적의원 과반의 발의와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면서 불충분한 점을 짚었다. 

중앙일보는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의 직접 ‘탄핵’ 언급은 ‘정치적 수사’로 읽힐 수 있다며 ““(탄핵을) 하려면 하십시오”라는 전투적인 표현 대신 예산 감축 대상이 된 이들과 만나 진솔하게 이해를 구하는 것이 지도자로서 책임을 다하는 모습일 것”이라고 충고했다.

▲ <이미지 출처=YTN 화면 캡처>

그런가 하면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왜 이런 프레임 짜기와 실언을 했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과거 대선 TV토론에서 안철수 후보가 ‘제가 MB 아바타입니까’라고 말했던 영상을 재생하며 “지금까지 머릿속에 남는 것은 ‘MB 아바타’ 잔상”이라고 했다.

이어 “현직 대통령이 본인 입으로 대통령 탄핵이라는 역대급 실언을 했다”며 “오만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그는 “결국 남는 잔상은 ‘윤석열 탄핵’, ‘내년 총선 때 보자’라는 말이고 좀 더 좁혀보면 남는 단어는 ‘총선 때 윤석열 탄핵’”이라고 말했다. 

정 최고위원은 “윤 대통령이 왜 이런 프레임 짜기와 실언을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내년 총선 때 ‘윤석열 탄핵’이라는 말을 가슴에 품고 투표장에 나가지 않을까라는 마음속 잔상이 남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