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오후 교사가 교내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를 찾은 추모객들이 조문하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사가 교내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과 관련해 고인이 학부모 민원으로 괴로워했다는 동료 교사들의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교사노동조합은 21일 “202n년부터 2023년까지 서이초에서 근무했었거나, 현재도 근무하고 있는 교사들의 제보를 받았다”며 “정상적인 교육 활동을 하기 어려운 환경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밝혔다.  

노조에 따르면 학교폭력을 담당했던 A교사는 학폭 처리 당시 한 학부모로부터 “나 뭐하는 사람인지 알지? 나 변호사야”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A교사는 “서이초의 민원 수준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며 “학교폭력 민원과 관련된 대부분의 학부모가 법조인이었다”고 말했다. 

또 A교사는 “학부모 민원이 너무 많아, 대부분의 교사들이 근무를 매우 어려워했다”고 증언했다. 

B교사는 “경력이 있었던 나도 힘이 들었는데 저경력 교사가 근무하기에는 매우 힘든 학교였다”며 “울면서 찾아온 후배 교사에게는 위로를 해주고 도움을 준 적이 있으나 전체적으로 그러지 못했다”고 자책했다. 

고인과 같이 근무했던 C교사는 “고인의 학급에 공격적인 행동을 하는 학생이 있어 고인이 매우 힘들어 했다”고 말했다. 

D교사는 “고인의 학급 학생이 연필로 뒷자리에 앉은 학생의 이마를 긋는 사건이 있고 난 후, 가해자 혹은 피해자의 학부모가 고인의 개인 휴대전화로 수십 통의 전화를 했다”고 밝혔다.

고인은 ‘내가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 준적이 없고, 교무실에도 알려준 적이 없는데 내 번호를 어떻게 알고 전화했는지 모르겠다. 소름끼친다. 방학 후에 휴대전화 번호를 바꿔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후 이 사건은 고인과 서이초 다른 교사의 도움으로 일단락됐으나 고인의 학급에 ‘선생님 때문이야’라고 수업 시간에 소리를 지르는 학생이 있었다고 했다. D교사는 “고인은 출근할 때 그 학생의 환청이 들리는 것 같다고도 말했다”고 전했다.

E교사는 “연필로 이마를 그었던 사건과 관련해 학부모가 교무실로 찾아와 고인에게 ‘애들 케어를 어떻게 하는 거냐’, ‘당신은 교사 자격이 없다’고 했다”고 증언했다. 

E교사는 “고인은 평소 7시 30분에 출근하는 성실한 교사였으며, 요즘 근황을 묻는 동료교사의 질문에 ‘작년 보다 10배 더 힘들다’라고 말했다”고도 전했다. 

노조는 “경찰에서는 ‘의혹을 확인할 수 있는 외부 정황이 없다’는 의견만을 내놓고 있다”며 “그러나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과 학생 생활지도의 어려움을 짐작할 수 있는 여러 정황을 추가 제보를 받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유족을 비롯한 전국의 교사 등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진상 규명을 위해 (경찰과 교육당국의)철저한 조사를 거듭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관련해 장대진 교사노조 수석부위원장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해당 학급에서 4명 정도의 학생이 조금 생활지도상 어려움이 있었고, 4명 중 학생 1명과 또 다른 학생 1명 간의 학교폭력이 있었으며, 이로 인해서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이 있었다는 정황, 학교에서 선생님을 힘들게 하는 여러 많은 정황이 있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장 위원장은 교내에서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례가 처음이 아니라며 “여러 가지 일로 생을 마감하는 사안이 여러 번 있었다”고 했다. 

장 위원장은 “유족이나 학교가 쉬쉬하는 분위기로 언론에 노출이 되지 않지 않은 것들이 여러 번 있었던 걸로 알고 있다”며 “지금도 부산의 모 선생님께서도 비슷한 케이스가 있다”고 말했다.

▲ 21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를 찾은 추모객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지난 18일 이 학교에서 재직하던 담임 교사 A씨는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났다.<사진제공=뉴시스>     ▲ 20일 오후 대전시 서구 대전시교육청 정문에 설치된 분향소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 서초구 서이초 교사를 기리는 내용이 적힌 동료 교사들의 포스트잇이 붙어있다.<사진제공=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