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노동자들은 유통자본의 신경 세포이자 소비자의 생활 기관이다. 이들은 한국사회 신경망처럼 회로를 형성한 채 작동하고 있다. 청요리집(중국음식점) 음식 배달에서 대중적으로 시작된 배달문화는 소비재 전반으로 확대되어 한국인들이 집에 앉아서 물건을 받는 일을 마침내 일상화시키기에 이르렀다. 

이 패턴을 유지하기 위해 배달 노동자들은 목숨을 건 질주를 한다. 이 길 위의 노비들을 위해 싸운 이들이 있다. 일방 해고를 막고 표준계약서를 만들고, 나아가 노조를 꾸려가면서 일하는 인간으로서 최소한 보장 받아 마땅한 것들을 조직화한 이들이다. ‘배달(택배)없는 날’도 이들의 눈물어린 노력으로 태어날 수 있었다. 현장에서 온전히 이행되고 있지는 않지만 배달 물건 분류 작업(‘까대기’)을 업무에서 빼도록 하는 ‘배달(택배) 노동자 과로사를 막기 위한 사회적 합의’ 또한 이끌어냈다. 

▲ ‘첫 택배노조 이끈’ 故김태완 전국택배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이 지난 16일 향년 54세로 세상을 떠났다. <사진제공=뉴시스>

그 중심에서 일해 온 배달 노동자가 세상을 떠났다. 과로사를 막기 위해 애쓰던 이가 과로사(급성뇌출혈)로 생을 다했다. 새벽 6시 그는 배달 노동자들의 활동을 알리기 위해 책상 앞에서 일을 하다가 엎드린 채 일어나지 못했다. 여덟 해 동안 쉼없이 배달 노동자들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일해 온 김태완이다. 김태완은 저승에 무엇을 전달하기 위해 달려갔던 것일까. 그의 바쁜 발걸음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길 위에서 스러진 이가 어디 그뿐이랴. 

전국을 누비고 있는 배달 노동자는 6만여명을 헤아린다. 화물연대에서 일하던 박종태의 목숨을 앗아간 건 고작 30원이었다. 구두로 합의한 ‘운송료 30원 인상’ 약속 이행을 촉구하다가 계약이 해지된 배달일꾼들을 도우려 집회를 이끌었던 그에게 국가는 체포 영장을 발부했고 43일 동안 도피 끝에 스스로 생을 거둬들였다. 

배달산업은 1992년 본격화되면서 해마다 12%를 웃도는 성장을 거듭했다. 유행병이 몰아친 해에는 14% 넘게 성장하면서 7조원 규모가 되었다. 배달 물량은 자그마치 32억 개에 이르렀다. 이 양적 성장은 배달 노동자들이 뼈를 갈아넣는 강도 높은 노동으로 메워왔다. 2020년 한 해에만 16명이 과로사로 세상을 등졌다. 이들 대부분은 휴가도 없었다. 

배달 노동자들은 회사가 직접 고용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대리점이나 배달회사와 위탁계약을 체결한 ‘특고’ 신분이다. 특고란 특수형태근로종사자를 뜻하는 말이다.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고용주에게 노동을 팔지만 형식상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없는 개인사업자다. 산재보험도 적용받기 쉽지 않다. 실업 급여도 없고 휴직 수당도 받을 수 없다. 김태완들의 피나는 노력으로 노조 설립신고를 승인 받은 것은 2017년이었다. ‘특고’가 노동3권을 인정 받은 첫 사례였다. 고용보험법·산재보험법·징수법 개정안(특고 3법)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의결된 것은 그보다 한 참 뒤인 2022년이었다. 전국택배노동조합의 선도 활동에 이끌어낸 성과였다. 

▲ 서해성 작가

우리 사회가 간편 안온하게 배달받아 쓰고 먹고 있는 모든 물건에는 배달 일꾼들의 땀과 눈물뿐 아니라 이 순간에도 숨가쁘게 내달리고 있는 목숨이 스며 있다. 이들이 생명을 그만 빼앗기고 삶의 최소한을 지켜내고자 만든 조합 중심에서 활동했던 김태완이 세상을 떠난 다음 다음날 대한민국 노동자 최저 임금은 시급 9,860원으로 확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