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유총연맹이 정관에서 ‘정치적 중립’ 조항을 삭제하고 자문위원 위촉식에서 총선을 염두에 두는 듯한 발언을 하는 등 선거 개입 가능성 논란이 예상된다고 경향신문이 13일 보도했다.

한해 수십억대 보조금을 받는 자유총연맹은 총선 동원, 집회 동원 의혹 등으로 정치적 중립 논란에 휩싸이자 2018년 10월 정관에 ‘사업을 행함에 있어 정치적 중립을 지킨다’는 조항을 삽입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의원 출신인 강석호 총재 취임 후인 지난 3월 정관을 개정하면서 해당 조항을 삭제했다. <경향>은 소관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는 정관 개정을 승인했다고 전했다. 

▲ <이미지 출처=경향신문 홈페이지 캡처>

또 자유총연맹이 지난달 16일 개최한 ‘자문위원회 신규위원 위촉식’에서 연맹의 활동 방향과 관련 총선을 염두에 두는 듯한 발언이 나왔다. 

당시 자문위원인 김상진 신자유주의연대 대표는 “자문위원들에게 차비 조라도 챙겨줄 수 있는 예산을 확충해주면 더 힘을 내서 대한민국 자유와 안보를 무너뜨리는 세력과 ‘맞짱’을 깔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강석호 총재는 “내년에 큰 뭐 그게 안 있겠나. 거기서 어느 정도 우파가 많은 부분을 확보해야만 전체가 바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자유총연맹 제69주년 창립기념행사에서 “자유총연맹은 그 어느 때보다 사명과 책임이 가장 큰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월17일 강 총재 취임식에 참석해 “제가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이지 않나” “제가 있는 한 자유총연맹 예산 확실히 챙기겠다”고 했다고 <경향>은 보도했다. 

자유총연맹은 올해 ‘행복한 선진시민사회 구현’ 명목으로 2억8500만원을 지원받는다. 지난 4월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지원 등으로부터 받은 보조금 수익은 42억7961만원이었다. 

이에 대해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4일 최고위원회에서 “자유총연맹이 내년 총선에 본격적으로 관여하겠다는 의사를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자유총연맹은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받는 단체이자, 선거법에 따라서 엄격하게 선거운동이 금지된 단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해서 법적 조치할 부분은 조치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 <이미지 출처=MBC 화면 캡처>

민주당 김상희 의원은 SNS를 통해 “대통령이 지난 자유총연맹 기념식에서 문재인 정부를 반국가세력으로, 야당을 국가정체성을 부정하는 세력이라 표현하며 이에 맞서 ‘회원 여러분들의 용기와 열정을 기대한다’고 기념사를 마무리했다”며 “이제야 그 이유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 발언은 320만 자유총연맹 회원에게 대통령이 직접 ‘정부에 충성하는 전사가 되어 선거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라는 선동’이었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김 의원은 “매해 수십억 원의 정부보조금을 받고 있는 관변단체를 정부의 충성집단으로 만들겠다는 것인가”라며 “만약 사실이라면 결코 좌시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정치적 중립 정관 삭제에 대해 강석호 총재는 <경향>에 “국민운동단체로 정치, 선거운동을 못하므로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