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매표소 직원으로 살다가 혼자 죽었다. 
무근성 쌀 배급소에서 일했다. 
알고보니 모슬포에서 총을 쏘지 않은 경찰이었다. 
찾아보니 광복군이었다. 
신흥무관학교 출신이었다. 
평안도 안주 출생 서북 사람이었다. 

경찰이었다. 
사삼 때 모슬포 경찰서장이었다. 
육이오 때 성산포 경찰서장이었다. 
부당함으로 불이행. 
집단학살을 거부한 경찰이었다. 

일본 순사 출신들과 달라서 
만주군 출신들과 달라서 
도깨비 경찰
문도깨비. 
자식도 없었다. 
그뿐. 
그 흔하디흔한 훈장 하나도 없었다. 

모슬포 들머리 좁은 진개동산 모퉁이에 가까스로 공덕비 하나 서 있다. 
배고픈 직박구리 한 마리 비석에 올라 쪼아댄다.  
조선 제일 독립군 
제주 제일 경찰. 
피 묻은 총구 앞에서 제 손으로 써내려간 학살명령 거부 사유는 열한 글자. 
고작 열한 글자로 백명 천명을 살린 경찰. 
‘부당함으로 불이행 성산포’ 
인간 제일 평화인
문형순.

▲ 지난 2018년 11월 1일 오전 제주지방경찰청사에서 제주 4·3 당시 민간인 총살 명령을 거부하고 수백여명의 제주도민의 목숨을 구한 고(故) 문형순(1897∼1966년) 전 모슬포경찰서장(경감)을 기리는 흉상 제막식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