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 출처=경향신문 홈페이지 캡처>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이태원 참사와 관련 1일 “모든 국가기관에 하달된 것이 ‘근조 리본을 거꾸로 달아라’이다”라며 “이해가 안된다”고 했다. 

박 전 원장은 이날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세월호 때처럼 근조 리본에 다른 글씨를 써서 나올 것 같아 미연에 방지하는 것 아닌가”라면서 이같이 지적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는 지난 30일 각 시·도와 중앙부처 등에 ‘글씨 없는 검은색 리본으로 착용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해당 공문은 인사혁신처 지침을 각 자치단체에 전달한 것으로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공무원들은 근조 글씨가 쓰여 있는 리본을 뒤집어 착용하기도 했다. 

박 전 원장은 “이태원 참사를 단순한 ‘사고’로, 또 희생자를 ‘사망자’로 하는가 하면 ‘근조’가 보이지 않게 달라고 한다”며 “그런다고 민간이 (글씨를 써서)안 붙이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왜 저렇게 획일적으로 해나가는지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진행자의 ‘정부나 지자체의 책임이 없는 쪽으로 몰아가려는 의도인가’라는 질문에 박 전 원장은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발언을 처음으로 지적했는데 정신 차린 줄 알았다”며 “그런데 계속하는 것은 어떤 의도가 있지 않나, 단순한 사고로 정리하려는 것 아닌가”라고 의심했다. 

서울경찰청은 475명 규모의 특별수사본부를 꾸려 31일 사고 경위 파악에 나섰다. 특히  SNS 등에서 지목된 “밀어, 밀어”라고 외친 인물들에 대한 수사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박 전 원장은 “경찰과 소방관을 배치해서 할 일이 아니다”며 “이건 말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박 전 원장은 “그런 것으로 시선을 빼려고 해서는 안 된다”며 “세월호, 성수대교, 대구 지하철 참사 등 큰 사고를 당하고도 우리 어른들, 정부, 정치권이 정신 못차리고 누가 밀었나부터 잡아나가면 초점을 흐리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이런 참사가 왔으면 철저한 조사를 해서 응분의 책임도 묻고 개선도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비롯한 대통령실 관계자들이 3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 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전날 박 전 원장은 페이스북에 “정부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이태원 사고 사망자’로 표기해서 서울광장과 이태원에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 분향소’를 설치했다”며 “큰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박 전 원장은 “이는 희생자에 대한 모독이며 정부 당국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처사로 밖에 볼 수 없다”면서 “당장 ‘이태원 참사 희생자’로 바로잡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런가 하면 이송희일 영화감독은 “애도의 계엄령”이라는 네티즌의 표현이 적절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일선 공무원들에게 검은 리본을 만들라고 하고, 일선 학교에도 검은 리본을 패용하라고 들들 볶고 있단다”라며 “‘국가애도기간’을 정해 개인 활동을 자제하고, 모임도 자제하고, 웬만한 공연들도 중단시키고, 초등생은 리코더도 못 불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입 닥치고 ‘순수하게’ 애도만 하라는 것”이라며 “시간을 벌자는 것이다. 시민들의 분노가 잦아질 시간을”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의 우익들이 세월호 참사에서 유일하게 배운 건 관제 애도로 시민들의 애도, 함께 모여 의논하고 위로하는 사회적 위로를 잠재우는 것뿐”이라며 “징글징글”하다고 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