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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시
[거리의 시/서해성] 귀를 의심하라
서해성 작가  |  balnews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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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09.29  09:14:08
수정 2022.09.29  09: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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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를 의심하라. 
네가 들은 걸 의심하라. 
새울음소리를 노래로 착각해서 들을 수 있는 자가 범인이다. 
새소리는 허공을 조작하고 
밤에 배고파 짖는 개는 골목을 왜곡한다. 

가는 귀를 먹은 아버지의 청력을 아직도 믿고 있는가. 
입맛 까다로운 누이의 청각은 거짓을 진짜로 둔갑시키기 좋다. 
덜 떨어진 오랍동생은 오월부터 벌써 청년 난청이다. 

내뱉는 말에는 잘못이 없다. 모든 소리는 공기 중에 흩어져 회수되지 않는다. 
잘못 듣는 자가 문제다. 
귀를 의심하라. 
네가 들은 걸 의심하라. 
그리하여 너를 의심하라. 

귀뚜라미 소리에서 가을을 느끼는 사내가 
위험하다. 
새벽 낙숫물 소리에 가슴이 허물어지는 여인이 
용의자다. 
용의자다. 
그들의 귀는 존재 자체가 음모일 수 있다.

언젠가, 언젠가 
내 귀에 도청 장치가 되어 있다고 말한 자가 있다. 누군가 외쳤다. 
위대한 자유 공화국에서는 
스스로 제 귀를 의심하는 자만이 자유로울 수 있다. 

의심을 믿으라. 사람은 의심하는 갈대다. 
한 번 속이면 억지지만 
두 번 속이면 통치이고 
세 번 속이면 정의다. 

의심이 공화국의 보약이다. 
의심은 난청 치료에 특별한 효험이 있다. 
의심이야말로 진실을 고칠 수 있는 통치統治약이다. 

다시 한번 말하건대
귀를 의심하라. 
네가 들은 걸 한없이 의심하라. 

의심스러운 자들은 수상하고  
수상한 자들은 대부분 난청이다. 이들이 새로운 자유 공화국의 
적이다. 
따라서 난청은 이적행위다. 

   

이 밤, 풀벌레 소리가 청각을 갉는다. 
어째서 옛 고향 생각이 나는 걸까. 
아무래도 귀가 수상하다. 
난청인 게 분명하다. 
열려 있는 귀는 다 수상하다. 

서해성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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