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故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가 9일 새벽 광주 조선대병원에서 별세했다. 향년 82세 <사진제공=뉴시스> |
어머니,
저승에도
자식 빼앗아가는 자들이 있는가요.
거기도 정녕 직격 최루탄을 쏘는 경찰들이 있는가요.
최루탄 열 말은 마셨을 것이라면서 웃던
어머니,
배은심 어머니.
자식 먼저 떠나보내고
한 사람의 어머니로
모든 청년들의 어머니로
시대의 어머니로 사셨던
어머니,
이한열 어머니.
긴 긴 아픔도
살을 파고드는 쓰라림도
잠 못 드는 외로움도 하소연없이
아침이면 새로 어머니로 사셨던
어머니,
6월 어머니.
서른다섯 해 동안
세상 모든 불의가 있는 곳에서
어머니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힘없는 자, 억울한 자들이 부르는 곳마다 달려가던 어머니,
찬바람 부는 겨울 광장도 6월도 만들던 어머니,
저 1987년 6월에 다시 태어났다고 말씀하던
우리들의 어머니.
우리 헌법 전문은
그날 박종철 이한열이 흘린 피와 어머니 눈물을 찍어서 쓴 것입니다. 어머니께는 다른 조사가 필요치 않습니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 5.18과 6월시민항쟁으로 만든 이 헌법 글자 글자를 떼어내 깔아드립니다. 글자 사이마다 어머니 발걸음이 찍혀 있으니까요.
이한열 어머니,
저승에도 자식 빼앗아가는 자들이 있는가요.
그렇다면 가셔야지요.
배은심 어머니,
최루탄을 쏘고 쇠파이프로 청년들을 두들겨 패고 물고문하는 경찰이 그 세상에도 있는가요.
그렇다면 어머니가 거기 계셔야지요.
우리들은 이렇게 아무렇게나 남아서
한낱 눈물 흘리면서
헌법 전문을 고쳐 읽습니다.
어머니는 헌법 조문 보이지 않는 곳마다 거처하고 있으니까요.
세수하듯 헌법 전문을 고쳐 읽으면서
어머니를 부릅니다.
배은심 어머니.
서해성 작가 |
11